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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낯설게만 느껴지는 중남미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나라 페루.
그곳에는 서기 13세기부터 16세기까지 중앙 안데스 일대를 장악했던 대 잉카제국의 향기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곳이 있다. 옛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Cusco).

▲ 페루 쿠스코 시가지의 야경
ⓒ 배한수
잉카제국의 흔적을 보기 위해 배낭을 메고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시간만 24시간. 미국 LA를 거쳐 안데스 산맥을 넘어 그렇게 힘들게 쿠스코 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턱까지 차올라왔다. 해발고도 3400m에 위치했다는 사전적 지식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페루 안데스 산맥
ⓒ 배한수
하지만 어찌 쉴 수가 있으랴. 곧바로 쿠스코의 중앙광장인 '플라자 데 아르마스(Plaza de Armas)'로 향한다. 그런데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나의 눈길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대부분의 건축물의 기초가 모두 커다란 바위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들지도 못할 것 같은 거대한 바위들이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촘촘히 맞물려 건물의 기반 역할을 하고 있었다.

▲ 촘촘히 쌓여 건물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바위들
ⓒ 배한수
기계는 존재하지 않던 서기 13세기. 유난히도 석조건축 문화가 발달한 잉카제국에서는 모든 건물의 기초를 이렇게 바위를 하나씩 다듬고 깎아 쌓아올렸다고 한다. 이들이 손으로 쌓아올린 바위들은 돌과 돌 사이에 얇은 종이 한 장조차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또 몇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형태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아르마스 광장으로 가는 길가 한 켠에 위치한 '12각 돌'은 이들 석재건축문화의 절정을 보여준다.

▲ 12각의 돌
ⓒ 배한수
이렇게 돌 구경을 실컷 하다보니 어느새 쿠스코의 중앙광장인 아르마스 광장에 다다랐다. 깔끔하게 정돈된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거대한 교회 두개가 광장 둘레를 감싸고 있었다.

▲ 라꼼빠냐 헤수스 교회와 아르마스 광장의 전경
ⓒ 배한수
쿠스코에는 교회가 참 많다. 16세기 중반 스페인이 페루지역을 점령하면서 그들의 종교를 전파시키기 위해 전국 도처에 교회를 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여겨 볼 점은 일부 교회는 석조 기초 위에 성당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 석조 기반위에 세워진 산토도밍고 교회의 측면 외관
ⓒ 배한수
잉카제국을 점령한 스페인 정복자들은 경제적 부를 누리던 잉카제국의 모든 재물을 약탈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축물들을 세웠다. 그래서 쿠스코에서는 잉카의 석재문화와 스페인의 교회문화가 혼재해 있다.

▲ 쿠스코의 동쪽을 지키는 요새였던 삭사와망의 전경
ⓒ 배한수
스페인에 점령당하고 교회가 여기저기에 세워지면서 그렇게 잉카제국은 조금씩 사라져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하나하나 정성스레 깎아 만들어 놓은 돌들만은 아직까지도 쿠스코 도처에 그 형태가 남아 잉카제국의 향기를 한껏 뿜어내고 있다.

▲ 중앙광장인 아르마스 광장의 아름다운 야경
ⓒ 배한수
잉카제국의 언어인 캐추아어로 ‘세상의 배꼽’이라는 뜻을 가진 쿠스코. 그 의미처럼 쿠스코는 지금 세상의 중심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 남미 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국가 페루
ⓒ 배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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