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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안검사 출신 김용철 변호사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가보안법이야…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는 인사말을 국가보안법에 대한 전망으로 대신했다. 예상과 다른 첫마디였다. 더욱이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의 말이라고 하기엔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기자가 물었다. "(국보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러자 '진의'가 나왔다.

그는 웃으며 "결과론적으로 받아들여달라"는 조건을 붙였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국보법과 (검찰) 공안부가 없어져야 바람직한 사회가 될 것이지만 굳이 지금 국보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할 필요는 없다"며 "국가적 과제가 산적한 마당에 국보법에 대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없어지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국보법에 대해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안보 형사법"이라고 표현했다.

"국보법이 사문화될지언정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김용철(44·법무법인 바른법률) 변호사는 '공안 검사 출신 변호사'다. 지난 1992년부터 검사로 재직했던 10년 중 4년을 공안 담당 부서에서 근무했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서 김 변호사의 소신은 분명하다. 한총련에 대해서는 한 보수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밝혔듯 "한총련의 실체에 대한 솔직하고 충분한 공개와 변화가 없고서는 이적단체에서 철회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고 국보법에 대해서도 존치론의 입장이다. 개정 논의조차 "소모적 논쟁"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공안 검사에 대한 세인들의 '편견'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눈치다. 김 변호사는 "공안 검사라고 해서 보수적이고 친정부적 인사만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안보나 공공의 안녕을 우선시하다보니 대북관·국가관 등이 중요하긴 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진보적 시민단체의 검찰 공안부 폐지 등 '비판의 소리'에 대해서는 "(공안 검사가) 과거에 무리하거나 자의적 해석에 의한 편향적 기소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공안부는 반드시 있어야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1세기 최대의 사상의 자유와 인권의 유린 사건'이라는 송두율 교수 사건을 두고도 "오히려 송 교수가 검사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논리를 폈다. 김 변호사는 "묵비권을 행사했고 변호인 참여 없이는 진술하지 않겠다는 등… 역설적으로는 송 교수가 오히려 수사검사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일종의 '궤변'이자 세상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얘기일 수 있다. 이미 국제 앰네스티는 학문 연구의 결과를 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학문·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취지에서 송 교수를 양심수로 지정하고 국보법의 폐지 및 수정을 권고했다. 국내외의 저명 학자들도 이미 송 교수 구명활동에 나선 터다.

피의자로서의 인권을 주장하며 송 교수가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나 변호인 입회 하의 진술 보장을 주장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97년 광주지검 공안부 근무... 5기 한총련 의장 강위원씨 구속기소 하기도

김 변호사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도 남다른 인연이 있다. 이른바 '연세대 사태'로 학생운동에 대한 검경이 한창 날을 세웠던 97년에는 광주지검 공안부 검사로 '활약'했다. 검찰은 97년 6월 한총련에 대해 처음으로 이적단체 혐의를 씌웠다. 이후로도 한총련은 연이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난 해(11기)까지 이적단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자 5기 한총련 의장이었던 강위원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것도 김 변호사다.

한총련이 이적단체라는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한총련에 대해 "지휘 통솔 체계와 강령, 규약이 있는 단체성이 있고 북한의 통일 전선부와 밀접히 연락하고 협의한다는 증거가 있어 이적단체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직접 선거로 뽑은 학생대표들로 구성된 학생조직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데 대해 부당하다는 지적이나 대의원이라는 이유로 해마다 대규모 '수배 사태'가 벌어지는 현실이 인권침해적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같은 생각에서 한총련 문제에 대한 해법과 관련해서도 "한총련도 지금은 스스로 자연스럽게 해체되어 가는 과정으로 본다"며 "검찰이 기소하지 않고 놔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생운동권이 가장 법 무시하는 사람들" 청와대 참모진 구성 우려

김용철 변호사는...

1980년 경남 마산고 졸업
1989년 서울 법대 졸업, 31회 사법시험 합격
1992 사법연수원 제21기 수료
1992∼94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4∼95 충주지검 충주지청 검사
1995∼97 부산지검 검사
1997∼99 광주지검 검사(공안 담당)
1999∼2001 법무부 검찰3과 검사(공안담당)
2001∼2002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
2002년 2월 변호사 개업
2003년∼현재 법무법인 '바른법률' 변호사
그는 인터뷰 말미에 잠시 정부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비쳤다.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았으나 '비판적 지지자'로 봐달라는 말과 함께 김 변호사는 청와대의 참모진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이른바 '학생운동권'이 가장 권위주의적이고 법을 무시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점에서 대통령의 참모진 구성이 매우 안타깝다"는 것이다.

구독하는 신문은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그의 사무실 책장에는 <월간 조선> 2·4·5·6월 호가 나란히 꽂혀 있었다)이고 (종이신문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한겨레>는 젊었을 때부터 한번도 구독해본 적이 없다는 김 변호사가 바라보는 국보법과 과거 공안 검사들의 궤적은 어떠할까. 그의 '소신'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음은 지난 16일 오전 서초구 반포동 '바른법률' 사무소에서 김용철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간추린 내용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어제가 바로 '6·15 남북공동선언' 4돌이었다. 어떻게 바라보나.
"남북공동선언 자체야 좋게 평가한다. 남북 화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제) 행사장은 북한의 선전장 비슷하게 되지 않았나. 원래 북한의 행태가 그렇지만 (북의) 주장을 펴기 위한 행사로 퇴색되어 아쉽다.

(남북 문제에 대해) 결국 '북-남 공조''민족 공조'가 '한-미 동맹'보다 우선시되어야 하고 국가보안법도 철폐되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남북의 교류나 협력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해놓은 것이 없는 것 아닌가.

6·15 선언 4주년을 기념하는 남북 공동의 행사는 의미 있었으나 북한이 계속 민족주의만 앞세워서는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수 없다."

- 전직 공안검사 출신으로서 지난 달 20일 열린 국가인권위의 국보법 관련 공청회에 나오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부담은 별로 없었다. 사실 국보법을 폐지하거나 대폭 개정해야한다는 쪽의 주장은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존치론자의 입장은 그렇지 못하니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할 기회였다고 생각했다. 공안 검사로 근무했던 나름대로 사명감도 있었고."

- 당시 공청회에서 "공안 검사 출신으로서 내 개인적으로는 국보법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검사 10여년, 변호사 3년여 동안 지켜본 바로는 국보법은 유지되어야 한다. 국보법은 자연히 사문화되는 것이 낫다"라는 말을 했는데, 어떤 의도였나.
"지금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폐지하자는 분들의 주장이 (국보법 적용상에)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는 건데, 과거에는 특정 정권의 유지 수단으로 정적 제거에 악용돼왔거나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막걸리 대담'을 국보법으로 기소했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시민단체들의 비판기능의 강화로 인권침해 수사 논란이 거의 없는 상태다.

송두율 교수 사건을 보면 역설적으로는 송 교수가 오히려 수사검사들의 인권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묵비권을 행사했고 변호인 참여 없이는 진술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 국보법이 존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보법은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안보 형사법이다. 형사법은 최후의 보루로서 남겨두는 게 바람직하다. 사실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고 바쁜 시국에 개정이냐, 폐지냐 하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할 필요가 있나. (국보법은) 그냥 놔두면 된다. 그게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

- 최근 법무부에서 공안부 대폭 축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안사범도 줄고 있는데다가 공안부가 맡고 있는 '선거, 학원, 노동'이 현실 변화에 맞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어떻게 보는가.
"이대로 둬야 한다. 공안부가 하는 일은 보통 국보법 위반 사범, 선거 사범, 노동 사범 등인데 이들 사건에 대한 전국적 통일 기준이 필요하다. 비슷한 사안에 대한 법 적용을 균형감있게 해야 하니 공안 사범들에 대한 적용 기준 수립이나 전담 부서가 필요한 것이다."

- 공안 사건의 경우 검찰이 기소를 남발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국보법 위반 사범에 있어서 무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만큼 신중히 기소한다는 것이다."

- 사실 공안검사에 대한 '편견'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시각이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그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공안검사라고 해서 보수적이거나 친정부적 인사를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 공안 검사가 '공공의 안녕'이나 국가 안보 등을 강조하다 보니 국가관이나 대북관이 중요하긴 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검사로 재직할 당시 5기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기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총련은 이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이 났고 현재까지의 매해 새로운 기수에 대해서도 모두 이적단체 판결이 났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광주지검 공안부에 재직할 당시다. 당시 5기 의장인 강위원씨가 전남대 출신이어서 광주·전남 지역 학생들이 한총련의 핵심을 맡았던 때다. 그래서 (한총련에 대해) 깊숙이 알게 됐고 한총련 간부들을 자주 대하다 보니 학생운동의 전체 흐름도 알게 됐다.

이적단체로 기소하려면 단체성과 이적성이 규명되어야 하는데, 한총련은 지휘 통솔 체계, 강령과 규약이 있었으니 단체성이 있다. 이적성과 관련해서는 당시 한총련은 범청학련의 해외 사무국을 통해 북한과 팩스 교신을 하고 북한의 통일 전선부와도 밀접히 연락하고 협의한다는 증거가 있었다.

이전까지는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가 이적단체로 규정됐는데, 한총련 전체가 이적단체로 기소된 데는 '(96년) 연세대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그 사태를 거치면서 (검찰은) 한총련 조국통일위만 이적단체로 해서는 주체사상의 전파를 막을 길이 없으니 한총련 핵심간부들을 일반 학생들과 격리시켜야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런 판단으로 이적단체로 기소했고 법원도 그런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다."

- 학생들의 선거로 뽑은 대의원들을 모두 일괄 기소한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이제는 한총련도 점차 자연스럽게 해체되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대다수 학생들이 한총련에 관심이나 있나?

이런 과정에서 한총련을 굳이 이적단체로 기소할 필요가 있겠나? 검찰이 차라리 기소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고 생각한다."

- 사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안 검사들이 꼭 '고문' 의혹과 연루돼있었다. 어떤 것은 의혹에 그쳤고 또 어떤 것은 사실로 드러난 것도 있다. 사실 검사들이 법을 가장 엄격히 준수해야할 사람들 아닌가?
"시대적 아픔이라고 본다. 비겁한 표현일지 몰라도 시대적 상황을 무시하지 못한다.

초동 수사 관계에서 증거가 명확히 확보되지 않으면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자백을 받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던 면이 있기도 했겠다.

공안 선배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 시대에는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난리가 나기도 했다더라. 그 책임을 검사가 면할 수야 있겠나."

- 국보법 폐지에 대해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가 진전되리라고 전망하나.
"남북 관계의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폐지는 곤란하다. 북한의 노동당 규약이나 강령이 바뀌고 북한의 실질적인 군사력 감축이 있어야 한다. 나는 국보법 존치론자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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