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소속 변호사와 법학자들이 <오마이뉴스>에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편견과 잘못된 상식을 깨는 내용의 [100문 100답 - 국가보안법, 이것이 궁금하다]가 그것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질문 4.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과 국가보안법에서는 북한에 대한 규정이 서로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법적용에 있어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이하 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시각에서 규정하고 있고, 이로 인해 법 해석에서는 물론이고 법 적용에서도 서로 모순·충돌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국가단체 vs 교류·협력 대상

교류협력법은 남북간의 접촉·왕래·교역·협력사업·운송장비운행·통신역무제공 등 모든 교류와 협력을 적용대상으로 하여 이를 촉진하고자 1990년 8월 1일 제정되었습니다. 이에 교류협력법은 북한에 대해 그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대화하고 교류하며 협력해야할 상대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교류와 협력의 확대·강화를 돕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국보법은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반국가활동의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데,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을 '반국가단체'라고 규정(제2조)한 후, 그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그에 가입 또는 가입권유하는 행위(제3조),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그 목적수행행위(제4조), 그를 자진하여 지원하거나 그로부터 금품을 받는 행위(제5조),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들어가거나 그 지역에서 대한민국으로 들어오는 행위(제6조), 그를 찬양·고무·선전·동조하는 행위(제7조 제1항), 그를 고무·찬양 등 할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그에 가입하는 행위(제7조 제3항), 그를 고무·찬양 등 할 목적으로 각종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하는 행위(제7조 제5항), 그 구성원과 회합·통신·연락하는 행위(제8조), 그 구성원에게 각종의 편의를 제공하는 행위(제9조) 등 반국가단체와 관련한 각종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국보법상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 강점한 반국가단체

비록 국보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라고 직접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제정취지가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데에 논란의 여지가 없고 수사기관과 법원 또한 북한이 반국가단체라고 일관되게 판단해왔다는 점에서, 이 법에 의하면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강점한 채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불법구성된 반국가단체인 것입니다. 따라서 국보법은 북한의 실체를 완전부정하고 북한과의 접촉과 왕래 등 교류와 협력행위를 처벌함으로서 이를 막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적용대상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교류협력법은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와의 교류협력을 권장하고 있음에 비해, 국보법은 북한의 실체를 부정하고 그와 관련된 행위를 처벌하고 있어 서로 모순·충돌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모순으로 인하여 동일한 행위유형이 두 법에 다 저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는 순전히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지게 되는 것이고, 뚜렷한 근거나 기준없이 어떤 때는 교류협력법이 또 어떤 때는 국보법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실제 현실입니다.

어떤 행위가 교류협력인가

한편, 교류협력법 제3조는 "남북간 왕래·교역·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고 하여 국보법과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고, 법원도 "북한은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고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국보법을 적용할 수 없고 교류협력법을 적용하여야 한다"(92도1815호 등)며 소위 이중적 성격의 견지에서 두 법이 서로 충돌·모순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두 법간의 적용대상을 갈라주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 반국가적 활동을 목적으로 북한의 구성원과 만나고 함께 어떠한 일을 도모하더라도 이는 교류협력법상의 '접촉'이고 '협력'에 해당하는 등 국보법이 규정하는 처벌유형 또한 명백히 교류협력 행위인 것이므로, 어떠한 행위가 교류협력을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는 두 법 적용의 한계기준으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성전환자와 같이 북한에 대해서도 정체성 명확히 가려야

또한 법원이 그동안 판시해온 소위 '이중적 성격'의 논지는 북한에 대해 '적'이면서 동시에 '적이 아니다'라는 논리인 것인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에 대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분명히 가려야 함에도 '남자이면서도 여자다'라고 답하는 것처럼, 양립할 수 없는 2가지 성격을 동시에 인정하려는 것입니다.

나아가 위와 같은 '이중적 성격론'에 의하자면 어떤 사람의 행위가 그 이중적 성격 중 어디에 해당하여 처벌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당해행위자와 일반국민들이 예측할 수 없고 그 판단이 오로지 법 집행·적용자의 자의에 달려있어, 형사법의 생명인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심히 해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법은 예측가능성을 보장하여야 규범으로써 작동하고 법의 권위를 유지할텐데 일반 주권자가 이를 판단하는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 이는 법 체계상 치명적인 흠이라 할 것입니다.

때문에 위 법규정과 법원의 기존 판단은 서로 충돌·모순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순·충돌하는 두 법 중 어느 것을 살릴 것인가? 어느 것이 사회와 민족에게 이로운가? 역사의 시계바늘은 적대와 냉전을 지나 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의 길로 기울어진지 오래입니다. 국보법을 시급히 폐지해야할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답변: 김승교 변호사 / 감수: 백승헌 변호사)

관련
기사
[100문100답-1] 닉네임 '김정일' 웨이터도 보안법 위반 사범?


태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