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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사를 시작하기 전에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다윗"이라는 세례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임을 밝힙니다. 천주교 신자로서 석희열 기자의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가톨릭인가" 기사를 읽고 느낀 걸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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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처음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편향적인 내용에 무척 놀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사가 단발적인 사건 보도가 아닌 몇차례 걸쳐 게재된 연재기사였다는 것이다. 원래 기사는 양쪽의 의견을 다 경청하고,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작성하는 게 원칙이다.

헌데 기사는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편향적이다. '오마이뉴스'가 여러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온라인 매체라는 점에서 십분 이해를 한다해도 '이기사는 논쟁중'에 올려놓고 시선을 집중하려는 오마이뉴스측은 아무리 생각해도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이게 진실에 접근하는 올바른 방법인지...

▲ 지난달 25일부터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의 노숙 천막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명동성당 입구.
ⓒ 석희열
성당은 누굴 위한 것인가?

'가톨릭(catholic)'의 사전적 의미는 공번되다, 보편적이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며 공평한 종교라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로 생각해보면 성당은 어느 특정한 누굴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모든 이에게 열려진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개인적으로 다른 종교와 비교해 봤을 때 이런 면에서 천주교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석 기자의 기사는 명동성당 측이 병원파업 단식농성 노동자에게 편의를 제공하지않고 문전박대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자. 반대로 명동성당은 성당에 교적을 두고 미사를 하는 신자들에게 열린 공간은 아닌가? 꼭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명동을 지나다가 한번 들르는 시민들은 어떤가? 왜 파업노동자를 위한 명동성당은 당연하면서, 일반시민과 신자를 위한 명동성당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는지... 혹자는 한쪽에서 농성을 한다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럴까? 천주교 신자로서 그 점에 대해서는 아래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과연 변한 건 무엇인가? 가톨릭인가? 노동자인가?

현재 명동성당측에서는 2000년 말 한국통신노조와 이후 발전노조의 천막농성을 계기로 모든 천막을 못치도록 원칙을 세우고 있다. 이에 사회적인 약자의 피난처, 투쟁의 성지로 알려진 명동성당이 타락했다며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었다. 명동성당이 5, 6공 시절 민주화 열기속에 있었고 많은 시위와 농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때는 분명 명동성당외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럼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한 수많은 시위가 정말 명동성당에서만 치러졌었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아니 지금의 그 수많은 농성과 시위는 5, 6공 시절 때와 얼마나 다른가? 물론 이말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직 노동자의 권익은 너무도 차별되어 있고 진정한 노동 해방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건 상대적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분명 그게 합당하겠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밖에서 보는 일반시민 입장은 요즘의 시위와 파업은 수긍이 안가는 부분이 많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의약분업 시행할 때 의사협희 파업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의사친구는 파업에 대해서 그 이유가 너무도 절실했다. 그 입장에서 보면 분명 그 파업은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환자와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굳이 적지 않겠다. 그 의사협회 파업에 비교하는 것 자체에 모욕을 느낄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극단적인 예이다.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민의 생각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수많은 농성과 시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필요한 시위라 생각하는지? 아쉽게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금의 농성과 시위를 진정한 권리찾기 보다는 집단 이기주의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톨릭 보다도 노동운동 쪽이 더 많이 변질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천주교회는 지금도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여기서 사회운동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석 기자도 기사에 썼듯 명동성당에서 반대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해서 수배자를 밖으로 내쫓거나 하지는 않는다. 민노총의 단병호 단장이 구속 수배가 됐을때 명동성당으로 잠입했던 사실 기억하기 바란다. 명동성당은 천막농성을 분명 반대하고 있지만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5,6 공때에 비해서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특정집단이나 단체의 파업이나 농성을 허가하지 않는다는게 민주화를 외면하는 배부른 종교인양 비판하는데 정말 냉정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 명동성당내 서울대교구청 입구
ⓒ 석희열
제발 천주교에 대해서 알고 이야기 하자.

석 기자의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천주교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 이해가 안된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면, 마치 가톨릭계 병원의 신부님과 수녀님을 표리부동한 사람들로 표현한 건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다. 악덕 신부님, 악덕 수녀님이라... 가톨릭의 성직자 - 신부님, 수녀님, 수사님 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 가톨릭의 성직자는 정결,순명, 청빈 3가지 서약을 하고 희생봉사의 삶을 산다. 신부님은 한국천주교에서 월급(일반 사람의 월급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을 받지만 실상 수녀님과 수사님은 그런 월급도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다윗의 이모님과 처형이 수녀님이다. 수녀님들은 공동생활을 하고, 사목 생활을 하는 수녀님 경우는 용돈으로 한달에 3만원 정도도 과하게 알고 사용한다.(군복무 시절 이모님이 계시는 성당에 들렀다가 차비를 하라며 쥐어준 2만원은 정말 잊을 수 없다. 그때 내게 하신 말씀이 한달에 3만원을 용돈으로 받는데 쓸데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수녀님들이 다 천사라고 말하는게 아니다. 아마 병원이나 학교에 계시는 수녀님은 상황이 약간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별반 큰차이가 없다.

수녀님들의 생활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실수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활동을 하는 각 분야에서 생활하시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일반인들에게 꼭 공감을 가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 그 분들은 어떤 부의 축적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다. 그분들의 수많은 희생봉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척도 안하면서 조금만 자신의 입장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악덕'(?)이 되고 마는 것이다.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한 단체들은 과연 어떠했는지? 한국통신 노조파업 후 사진과 기사를 봤다.("한통노조 명동성당 파업농성 후 남겨진 쓰레기더미에 분노 폭발한 시민들 맹비난 폭주"(이준희)기사 참조하기 바란다.) 어지러진 성당마당은 접어둔다해도 성탄 구유에 실례를 한 사진은 천주교 신자로서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크리스마스가 가톨릭에서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가톨릭의 전례를 간단히 설명하면 크리스마스 4주전부터 대림절로서 성탄을 준비하며 각 성당마다 빈구유를 마련하고 전 신자가 성탄을 준비한다. 성탄절이 되면 빈 구유에 예수님이 모셔지고 신자는 구유에 경배의 인사를 드린다. 헌데 그 구유에 실례를 했다. 이는 굳이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 일반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다시 성당을 찾는 농성단체를 팔을 벌려 맞이해야 한다는 것인가? 가톨릭은 모든 이를 맞이할 수 있는 사랑의 종교이기 때문에...

가톨릭의 성당은 전체가 로마교황의 아래에 속해 있으며 각 교구별 각 지역마다 있다. 개신교처럼 목사가 교회를 세우는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일정 구역마다 성당이 있으며 신부님은 일정 기간(5년이하) 파견되서 활동을 하신다. 다시 말하면 신부님이 일정기간 자신이 부임한 성당에서 사목활동은 하시지만 실재 성당을 지키고 활동하는 건 그 성당의 신자들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성당의 진정한 주인은 그 성당의 신자이다.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 명동성당이 많은 사람을 공권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한국 천주교 신자의 힘이다. 명동성당에 공권력을 투입했을 때 전국의 수많은 신자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 행진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할머니를 포함한 전 신자가 나와 거리 행진을 하다 최루탄 가스를 마신 적도 있다.

헌데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은 석 기자의 기사를 보면 천주교신자나, 명동성당의 신자 입장의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느 신자의 인터뷰가 있긴 한데 정말 그 인터뷰 내용이 전체 천주교 신자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지 석 기자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투쟁을 위해 명동성당을 택하는 이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왜 명동성당이 당연히 농성장이어야 하는지.(분명 석 기자의 기사를 읽어보면 이런 논리가 당연한 원칙인 것 같다.) 한국 천주교에서 명동성당을 농성을 위한 장소로 공개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분명 명동성당은 어떤 단체나 집단의 천막 농성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런데도 왜 명동성당이 농성장이 되어야 되는지 궁금하다. 참고로 한국 종교인의 수를 비교해보면 천주교신자보다 개신교 신자가 월등하게 많다.(약 7배라 한다.) 그런데 개신교의 정말 큰 교회나 아니면 유명한 절에서 농성을 할 것은 생각지 못하는지.

마지막으로 이미 명동성당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 등의 역할을 해왔다. 과연 이들이 명동성당, 한국 천주교회에 고마워했는지, 그것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아니면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할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는 지켰는지, 그런 후에야 어떤 비판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천주교 신자로서 석희열 기자의 기사를 읽고 반박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제 기사가 한국천주교의 공식입장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며, 제 의견에 반박하는 기사는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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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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