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스페인 월드컵 축구 8강 경기 세종로에서 시청앞까지 응원하는 붉은악마들ⓒ오마이뉴스 권우성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던 월드컵 4강의 신화가 지난 토요일에 만들어졌다.

이탈리와의 연장전까지 가는 16강전으로 체력이 바닥난 우리나라 대표팀. 광주에서의 한판경기는 체력, 전술 기타 여러 가지 조건들에서 스페인보다 한 수 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앞선 건 정신력 그리고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서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이었다.

관련기사
'온 국민'이 빨갱이가 될 필요는 없다 / 배성록 기자

연장전 후반까지 끝나고 승부차기전, 한국의 황선홍이 첫번째 키커로 나왔다. 스페인의 골키퍼는 방향을 읽었고 황선홍의 골에 손을 뻗지만, 피버노바는 골키퍼의 옆구리에 맞고 이내 골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해설자들은 다행이라고 외치면서 골을 밀어 넣었다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그 골을 밀어 넣은 건 무엇일까? 대단히 비과학적인 이야기지만, 난 4천만이 하나 되어서 기원하는 염원이 피버노바를 밖으로 튕겨내지 않고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고 생각한다.

온 국민이 지켜보면서 한마음이 되어 들어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이제껏 2번이나 페널티킥을 실축한 우리 팀 선수는 단 한 명도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함을 보여줬고, 아일랜드와 페널티킥 승리로 올라온 스페인은 결국 우리의 응원을 뛰어넘지 못하고 4번째 킥을 이운재 골키퍼에게 잡히고 말았다.

우리 국가 대표팀의 정신력은 질 뻔한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으며 우리나라의 응원은 승부차기의 승리를 만들어냈다. 아마 전세계는 축구의 응원이 어떻게 승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훌륭한 본보기를 보았다.

당초 월드컵 첫승 바램을 훌쩍 뛰어넘어 4강 신화 이뤄낸 현재, 각종 TV나 언론매체에서는 여러 가지 띄우기를 시도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 국가 대표팀, 붉은 악마, 급기야 정몽준 FIFA 부회장까지…. 대한민국이란 단어도 월드컵과 더불어 너무 친숙해졌다.

8강전 MBC 중계에서는 득정 현황에 '한국'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나올 정도였다. 스포츠 중계에서 '대한민국'이란 표기가 나온 건 내 기억으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월드컵의 신화 덕분에 국민에게 친숙해져 버린 3가지를 꼽으라면 '대한민국'이란 단어와 '태극기' 그리고 붉은 악마의 '붉은 색'일 것이다.

붉은 악마로 비롯된 붉은 응원 열풍은 이제 우리와 너무 친숙해져 있으며 레드 컴플렉스를 뛰어넘어 레드 신드롬을 만들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인정하는 사실으며 우리나라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대단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점이 못마땅한 사람들이 한편에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레드 신드롬이 아닌 레드 컴플렉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 레드 컴플렉스를 지금까지 잘 사용해 왔던 사람들이지 않을까?

때마침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준결승이 열리는 내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이다. 레드 컴플렉스가 필요한 이들이 국민들을 가장 민감하게 자극하는 날이다. 아직도 빨갱이(?)가 필요한 사람들과 일부 집단은 온나라가 붉은 색이 되어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게 마음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아마 나라가 모두 빨갱이가 되려고 한다며 한탄을 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우리의 몇몇 언론은 무슨 말을 써댈지 기대가 된다. 월드컵열풍 이전의 분위기로는 몇몇 단체에서 종교적 이유 말고 또 다른 이유로 붉은 악마를 반대하며 규탄대회를 열고 하얀 옷을 입은 채 한국 축구를 응원하자는 해프닝도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대한민국 축구팀이 만들어낸 기적, 이 놀라운 기적은 환희와 정열의 레드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드디어 준결승까지 왔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이 레드 신드롬이 레드 컴플렉스를 훌쩍 뛰어넘기 위해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6월 25일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가 '대한민국'을 외칠 것이다. 그 얼마나 장엄한 광경일 것인가?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