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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명동성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보건의료노조 파업농성이 일반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바깥으로 내치려고 하는 것이 과연 무당파적이고 무소유를 지향해야할 종교적 율법의 성찰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 석희열
시멘트 바닥 위에서 비바람과 찬이슬을 맞아가며 맨 몸으로 집단 단식노숙을 벌이고 있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여성 노동자들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서 또 그들의 행동에 국민적 동의가 적어서 보호해야 할 종교적 의무가 없어지는 것이라면 "세상의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는 하느님의 율법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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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1일 새벽 공권력에 의해 연행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
ⓒ 보건의료노조
더욱이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지금의 가톨릭(서울대교구장 대주교 정진석)이나 하느님의 성전에까지 공권력을 불러들여 하느님의 구원을 상징하는 십자가에 매달리며 울부짖는 노동자들을 한사코 포박하여 끌어내게 한 병원 자본가들의 편에 서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사에 대해 병원측과 가톨릭측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톨릭측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서울대교구 이준성 부주임 신부와의 면담내용을 가감없이 기사화했으며 당사자인 이 신부 또한 전화를 걸어와 달리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았고, 또 병원측에선 취재 과정에서 의료원을 찾아 직접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할 말이 없다"고만 한 것이 그 이유다.

▲ 지난달 25일 백남용 주임신부 명의로 보건의료노조에 전달한 제4차 퇴거요구서
ⓒ 석희열
명동성당측에서 지난달 12일부터 10월 8일까지 6차례에 걸쳐 보건의료노조에 보낸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교회 주임신부 백남용 명의의 공식 문서에는 △성당 방문객들의 통행 불편 △시위 소음으로 인한 미사 방해 △농성천막 설치와 숙식으로 인한 업무 차질 등을 퇴거요청 이유로 들고 있다는 사실도 기사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나눔과 일치, 회개와 고해성사를 생활교리로 하는 가톨릭의 입으로 노동운동 변질을 얘기하는 것이 "이웃의 불행이나 슬픔에 대해 마음을 닫아 말과 행위로 그들을 돌보아주는 일에 인색하지는 않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이라면 이는 원죄의 근원이며 모든 죄의 원천이라는 이기심과 교리 불성실에서 시작된 오만이다.

군사독재 시절의 가톨릭의 역할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가톨릭에 대한 믿음과 존경을 철회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도 명백하고 간단하다.

우리가 하나되어
세상의 진보와 개선을 위해
일하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은 기쁘게 나눌 수 있도록
서로 돕고 섬길 수 있도록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십시오.

인생이라는
순례의 길을 걷는 우리가 하나되어 걸어감으로
언젠가는 다 함께
성부여,
당신 앞에 서고 싶습니다.

일치의 원천인 성부의 복음을 전하는 그의 사제들의 간절한 기도를 무상으로 믿기 때문이다.

더하여 "형제 한 사람에게 한 것은 내게 한 것이다"라고 한 예수의 복음과 섬김이 허구가 아니라는 걸 아직도 믿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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