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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제과 소액주주운동본부(대표 염경우)가 "미국 국가명 한자표기 바꾸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중국과 일본이 "메국"을 각각 "美國"과 "米國"이라고 쓰는 이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중국이 美國으로 쓰고 "메이꿔"로 읽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습니다. 美의 중국식 한자음이 "메이"이기 때문입니다. 美는 American의 중국식 음차어 美利堅의 첫 자를 딴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이 메국을 米國이라고 쓰고 "베이고꾸"라고 읽는 까닭에 대해서는 혼란과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米國이라는 말에서는 "베이"라고 읽히는 米자가 亞米利加라는 말에서는 "메"로 읽히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일본식 한자음이 두 가지 방식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음독(音讀)과 훈독(訓讀)이 그것입니다. 음독은 한자를 소리로 읽는 것입니다. 훈독(訓讀)은 한자를 일본 고유어로 된 뜻으로 읽는 것이지요.

일본 사람들이 한자를 "소리"로 읽을 때에는 그 음이 중국사람들의 음과 비슷합니다. 그것은 한자어를 들여올 당시에 중국음을 그대로 흉내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나라의 한자음이 제각각 변화를 겪게 되어 오늘날에는 그저 유사성을 보이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는 합니다.

"뜻"으로 한자를 읽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고안해낸 창의적인 한자 운용 방법입니다. 한자와 함께 그 뜻을 받아들이되 소리는 그 뜻에 해당하는 일본말을 참고해서 따로 붙이는 것이지요. 같은 뜻의 한자라도 두 가지 이상의 소리로 발음되는 것은 음독과 훈독이 모두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山을 중국말로 읽으면 "샨(shan-평성)"입니다. 우리는 그 소리(音)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山은 "산"으로만 읽습니다. 뜻(訓)은 우리말로 풀어서 "뫼"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山이 항상 "뫼 산"입니다. 요즘은 "뫼"라는 말을 점점 안 쓰이게 되니까 "산 산"이라는 풀이도 점점 퍼지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일본말로는 山이 "산(さん)"으로도 읽히지만 "야마(やま)"로도 읽힙니다. 같은 한자의 읽는 소리가 두 가지라는 말입니다. "산(さん)"은 山의 음독(音讀)이고 "야마(やま)"는 훈독(訓讀)입니다.

그래서 "산꼭대기"라는 뜻의 山頂은 "산찌요오(さんちょう)라고 읽으면서도 "이리, 승냥이, 들개"라는 뜻의 山犬은 "야마이네(やまいめ)"라고 읽습니다. 같은 山이 "산"이라고 음독되기도 하고 "야마"라고 훈독되기도 합니다.

亞米利加라는 일본식 음차어에서 米가 "메"로 읽히기도 하는 까닭도 바로 이 훈독(訓讀)의 방법 때문입니다.

일본말에서 米자를 음독(音讀)하면 "마이"가 됩니다. 그러나 그 한자를 훈독(訓讀)해서 외래어 표기에 사용하면 "메(め)"가 되기도 합니다. 고유 일본말로 "쌀"은 "고메(こめ)"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어 음차어를 만들 때에 "고메"의 둘째 음절인 "메(め)"를 따서 米의 "소리(音)"로 삼은 것이지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米자를 "메"라고도 읽습니다. America를 亞米利加라고 쓰고 "아메리까"로 읽는 까닭인 것이지요.

일본 사람들의 한자음이 우리에게 낯선 것은 실제로 그 방식이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낯설음의 주된 이유는 우리의 방식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존경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경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게 그들의 방식일 뿐이지요.

해태제과 소액주주운동본부의 "미국 국가명 한자표기 바꾸기 운동"과 그 운동에 대한 제 논평과 제안을 오해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는 것 같아 이 글을 덧붙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저는 일본어를 배우려고 세 번이나 시도만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초보라는 말입니다.  일본말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의 도움을 기대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것이 있으면 가차없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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