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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6일이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56주년이 된다. 이날을 며칠 앞두고 당시 원폭피해를 입은 피해 당사자들이 원폭투하의 책임을 물어 미국정부에 배상을 요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원폭피해자들의 배상요구는 그 동안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배상요구와 달리 직접 투하 당사자인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라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30일 '원폭피해자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공동대표 한우스님. 이하 시민모임)은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 원고단' 명의로 작성된 성명서 초안을 공개하고, 앞으로 북한과 해외 원폭피해자들과 함께 미국정부가 원폭피해에 대한 배상을 강력히 촉구하기로 했다.

이번에 공개된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한국인(조선인)피해자들은 지난 96년 7월 8일 국제사법재판소가 언급한 대로 핵병기의 사용은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당연한 판단을 환영하고 이 판단이 나온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책임 당사국에서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가 원자폭탄을 제조하고 사용한 당사자로서 우리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에게 국제법에 따른 사죄와 배상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과 원폭피해자 원고단은 이와 함께 원폭을 사용한 직접 당사자인 미국 정부가 원폭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에 공개된 성명서 초안은 지난 7월 6일 한국을 방문한 '재일조선인 피폭자연락협의회' 이실근(72. 북한 국적) 회장과 합의한 내용에 따라 우선 한국인 원고단 56명의 명의로 작성됐고, 일본의 피폭자연락협의회를 통해 북한의 '반핵과 평화를 위한 조선원자탄피해자협회'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시민모임 김동렬(대구KYC) 사무국장은 "앞으로 북한의 원폭피해자와 재외 원폭피해자와 공동으로 미국을 대상으로 배상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번 배상 요구를 통해 세계질서 재편을 위해 원자탄을 사용한 미국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묻고 잘못된 역사관도 바르게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오는 2일 피해자와 시민모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대표단을 꾸려서 방일한 후 6일 일본에서 열릴 반핵 집회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승욱
다음은 김동렬 시민모임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요지

- 지금까지 일반인들은 원폭투하가 일본에 대한 해방을 가져온 것이라고 판단하는 견해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대상으로 한 배상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보통의 한국사람들은 지금까지 미국이 일본을 패망시키면서 조선을 일본에게서 해방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상 무관한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역사관이다. 미국은 사실상 2차 세계대전 말기에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세계질서의 핵심에 서기 위해 원폭을 투하한 것이다. 또 일종의 핵실험장으로 활용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에 대한 배상은 새로운 역사관을 확립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 이번에 미국을 상대로 한 배상요구는 어떤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지난 7월 6일 일본의 피폭자연락협의회 이실근 회장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합의했던 사항이다. 당시 원폭피해자 문제를 남과 북, 해외가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약속을 했었다. 정기적으로 피해보상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이었다."

- '원폭피해자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올해 결성된 것으로 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우선 시민모임은 피해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모임이다. 피해 당사자는 아니지만 전후 배상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원폭문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맞물려서 그 동안 위안부 문제 등이 중심이었다면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원폭피해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생각이었다. 최근까지 원폭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따돌림'에 의해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고 특히 미국이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어려웠다. 또 시민모임은 단순한 피해보상뿐만 아니라 반전, 평화, 반핵 그리고 역사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 시민모임은 남과 북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남북한이 분단되기 이전에 문제를 가지고 함께 풀어 가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분단됐기 때문에 함께 풀어가지 못해왔던 문제를 이제는 해결하는 것은 통일로 접근하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원폭피해자들의 현황과 겪고 있는 어려움은?

"당시 원폭투하 때 사망한 한국인(조선인)은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현재 생존해 있는 수는 남한에 3900여명, 그리고 북한엔 928명 정도 그리고 해외까지 합하면 7천여명인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그 2세들까지 합하면 더 많은 수가 생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적 냉대가 두려워서 잘 나서지 못하고 있다."

- 지난 한일수교회담 이후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한일회담과 당시 재정지원을 통해 해결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상 국가차원에서 요구할 부분이다. 민간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일수교회담에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지만 당시 받은 5억 달러의 돈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다.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이 돈으로 해결하는 한일수교를 반대하고 있었고, 당시 받은 돈은 배상이 아니라 경제협력 자금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에라도 과거청산의 요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성명서 초안 내용이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한 미국정부의 피해배상을 촉구하는 성명서 

우리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에 의해 고향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일본으로 끌려와 생활하다가 1945.8.6과 1945.8.9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미국이 투하한 원자폭탄에 의해 부모, 형제, 자식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고서도 56년이 넘도록 일본정부 및 미국정부로부터 아무런 사죄아 배상을 받지 못하고 지금도 고통속에 생활하고 있다. 

우리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은 1996. 7. 8 국제사법재판소가 언급한 대로 핵병기의 사용은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당연한 판단을 환영하면서 위 판단이 나온 이후 5년이 넘었는데도 책임 당사국에 의해 전쟁책임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무고한 우리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에 대해 어떠한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고 있지 않음을 전세계의 양식있는 시민들에게 호소하며 강력히 이를 규탄하는 바이다. 

일본정부는 침략전쟁의 당사자이고 자국의 원폭피해자들에게는 법을 만들어 구호를 하고 있으나 피해자중 10%가 넘는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에게는 차별을 거듭하며 우리들을 방치하여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정부는 원자폭탄을 제조하고 사용한 당사자로서 우리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에게 국제법에 따른 사죄와 배상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여 왔다. 

우리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은 일본정부의 차별적 태도를 규탄함과 아울러 다시는 지구상에 핵무기의 사용이라는 범죄를 없애기 위해 원자폭탄을 사용한 직접 당사자인 미국정부가 원폭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이를 위해 우리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들은 국제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기관 뿐만 아니라 가해국인 미국법정에서 사법적 정의가 실현되도록 노력하고자 하며 전세계의 선량한 이웃들이 우리들의 투쟁에 적극 지지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인/조선인 원폭피해자 원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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