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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2020년 3월, 코로나가 전 세계 증시를 있는 힘껏 흔들었다. 천운으로 지하 3층에서 빠져나와 7층까지 하락하는 것을 목도했다. 운 좋게 피해를 줄이긴 했지만, 도통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여지없이 그간 알고 지낸 투자자, M과 E의 조언이 빗발쳤다.

M : "질러! 질러!! 이건 다신 없을 기회야! 너... 그러다 후회한다~"
E : "한 방에 인생 바꿀 생각마라~ 그러다 한 방에 훅 가~ 너... 그러다 후회한다~"


매번 이런 식이다. 말끝마다 후회한다며 협박이다. 
 
피와 살이 되지는 못하는 조언들
▲ 빗발치는 조언들 피와 살이 되지는 못하는 조언들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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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M은 바이오와 남북협력 테마주로 재미를 제법 봤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팽팽해진 미국과 북한의 긴장관계는 북한의 경제주도 성장 분위기에 힘입어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되었고 통일에 대한 희망이 높아진 만큼 관련 주가도 힘차게 올랐다.

그리고 바이오 주도 엄청난 랠리를 보였다. 매일 같이 무시무시할 만큼 오르는 주가.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품은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지칠 줄 모르고 올랐다. M의 베팅은 점점 더 커졌고 배포는 그에 제곱으로 늘어났다. 결국 테마주를 잘못 건드려 큰 손실을 입었지만 운이 없었다며 다음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E는 촉이 그다지 좋지 않다. 아니, 좋다고 생각했던 촉이 엄청나게 무딤을 긴 기간의 경험으로 알게 됐다. 좋은 종목을 잘 사 놓고는 너무 일찍 팔기도 하고 확신을 가지고도 많이 사지 못해 큰 수익을 거두지도 못했다.

좀 더 과감했으면 몇 배가 되었을 수익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E는 별 수 없다며, '지나고 나서 봐야' 아는 것에 미련을 갖지 않기로 한다. 지키고자 했던 다짐을 지키지 않았을 때, 결국 지키지 못했던 계좌에 많이도 아팠기 때문이다.

기회라며 과감해지라는 M과 알 수 없으니 신중하라는 E. 과연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선택의 결과

M에게는 과감한 구석이 있다. 도박사의 기질이 다분한 M은 큰 하락을 기회로 보고 단기간에 손실을 복구할 만큼의 규모로 질러 버리라고 부추겼다. 무리한 투자로 큰 손실을 본 적도 있지만, '펀더멘탈적으로 문제가 없는 하락은 베팅의 기회'라며 이번만큼은 절대 '무리'가 아닌 '찬스'라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2020년 1월 미국의 이란 군실세 암살과 2월 중국 코로나 발발로 인한 급락에 과감히 베팅했던 것이 성공적이긴 했다. M은 자꾸 이때를 강조하면서 당시의 짜릿함을 생각해보라며 설득했다.

반면 E는 조심스럽고 고민도 많다. 정보를 접할 때부터 고민이다. 정보가 사실인지, 그렇다면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사면 어떤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사지 않는다면 어떨지, 수익과 손실의 폭은 얼마나 되는지... 모든 게 고민거리다. E는 당연하게도 조심해야 한다며 말리고 나섰다.

위기가 기회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이 상황에서 나는 결국 E의 말을 따랐다. 마음은 M과 같은 도박사의 심정이었지만 아내와 E의 이성적인 우려와 설득에 과감한 베팅을 접고 시기를 쪼개어 좋게 봐 오던 주식을 조금씩 사들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때 내 말 들었으면 지금 수익이 엄청났을 텐데..."라는 M의 원망이 지금도 들리곤 한다. 이상하게 지나고 나서 하는 말에는 힘이 있다. 확정된 사실에 달리는 이유와 주장은 묘한 설득력도 가진다. 그리고 "거 봐!"라는 말에는 어디 바늘이라도 꽂혀 있는지 들을 때마다 따끔거린다.

솔직히 M의 말을 듣지 않은 것에 한동안 후회했더랬다. '그때 질렀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기 적은 글보다 훨씬 진하고 깊고 길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할 수 있는 것은 그 과감함이 확신일 순 없기에 많이 불안했을 거란 사실이다. 테마주에 과감하게 베팅했던 수많은 경험이 어렵지 않게 이를 알려 준다. 기대라는 마취제로 인해 당시에만 모를 뿐, 불안이 공포가 되는 순간 마취는 맥없이 풀리고 다리도 풀리고 마니까.

이따금 올라오는 아쉬움에 입맛이 텁텁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편안한 투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했다. 뒷심이 달렸던 '결과에 대한 막연한 예측과 기대'와는 다르게, 고민 끝에 추구했던 '과정의 편안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든든해지는 힘이 있었다.

그저 조금 더 생각하고 마음 편한 쪽을 택했을 뿐인데, 생각 이상의 결실을 얻었다. 수익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결과만으론 알 수 없는 수익의 질에 대한 이야기다.

꽃길만 걸으려는 노력

수익의 질은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마치 조금 더 길게 비추는 헤드라이트를 장착하고 운전하는 기분. 여차하면 브레이크를 밟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도, 그만한 여유를 두고 가고 있다는 것도 그 과정의 질을 높여 줬다. 코앞만 비추는 헤드라이트를 달고 엄청난 속도로 달리면서 '여차 하면 뛰어 내려야지'했던 마음가짐과는 출처가 다른 무엇이었다.

당시의 무리하려던 시도가 성공으로 귀결되었더라도, 아마도 이전처럼, 그 이전처럼, 그 이전의 이전처럼, 언제고 더 크게 위험해지는 날이 왔을 테다. 자본금의 7배 레버리지를 고민했었다니... 올 여름 어느 정도의 더위는 이 생각만으로도 잊힐 것 같다.

사실 M과 E는 나(ME)라는 한 투자자다. 주식 투자자로서의 나는 순간순간 다른 모습으로 분해서 목소리를 낸다. 코로나라는 큰 이변 이후로 도박사의 목소리가 많이 작아지긴 했지만, 두 성향의 투자자는 여전히 내 안에서 티격태격하고 있다. 나이면서 내가 아닌 듯한 나. 주식투자 이전에 자신을 아는 것이 먼저라고 하는데 나는 이제야 조금씩 나를 알아 간다. 갈 길이 여전히 아득하다.
 
그 끝이 어딘진 알 수 없지만, 좋은 길을 걸으려 합니다.
 그 끝이 어딘진 알 수 없지만, 좋은 길을 걸으려 합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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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의 결과로 투자를 평가하곤 한다. '번 놈이 고수지', '벌면 장땡이지'란 말이 이를 대변한다. 지극히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결정에 합당한 이유가 있고 과정에 충실했다면 비록 결과가 신통치 않더라도 괜찮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과정에 주안점을 둔 투자는 알 수 없는 결과를 염두에 두었을 때보다 확실히 명확하고 편안했다.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을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투자에서 반복된 행운은 누구도 보장하지 않았다. 꾸준한 투자를 위해선 지금의 편안함, 그러니까 과정에 충실한 것이 최선이라 믿게 된 이유다. 그런 이유로 혹시 자신의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도 변변찮은 수익에 속상해 하고 있다면, 내 자신에게 매일같이 해주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길이 합당한 근거와 이유로 채워져 있다면 좋은 길을 걸은 겁니다. 이번엔 운이 없었지만 좋은 길을 애써 찾아 걷다 보면, 언젠간 꽃길을 더 많이 거닐게 되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그 길이 편안했다면, 너무 속상해 마세요.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와는 상관없이 참 잘 하셨습니다."(토닥토닥)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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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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