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기자말]
"좋은 종목을 어떻게 찾아요?"

장담컨대 해답을 내놓는 순간 정답과 오답을 동시에 답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질문의 정체성 없음과 해답의 부질없음을 맞이하는 순간.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이야기에 장황한 조건과 단서들이 들러붙는다.  
알 수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투자자
 알 수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투자자
ⓒ 남희한

관련사진보기

 
우선 좋은 종목이라는 기준이 모호하다. 누군가에겐 회사의 사정과는 무관하게 주가만 화끈하게 오르면 좋은 종목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화끈하진 않지만 심심한 주가의 파고처럼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종목이 좋은 종목일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이 돈도 잘 벌고 주가도 화끈할 종목을 선호하겠지만, 우리는 보통 이걸 행운이나 욕심이라고 따로 분류한다.

그리고 '어떻게'라는 방법론에서 또다시 멈칫하게 된다. 이는 부산에서 서울을 가는 방법에 대한 논의와 비슷하다. 언뜻 보기에 비행기, KTX, 버스, 자가용 등 몇 안 되는 선택지만 있는 것 같지만, 이 좁은 선택지에서도 개인별 여건과 상황에 따라 많은 고민이 생긴다.

시간과 비용은 선택의 함수에서 결과에 영향을 주는 아주 큰 변수다. 게다가 히치하이킹, 자전거, 도보 그리고 전혀 상상이 안 되지만 배라는 돌발 변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간단해 보이는 1차 방정식이 고차 방정식으로 변모하는 경우는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찍는 종목마다 회사가 점점 좋아져서 이익을 내고 그에 맞게 주가도 쭉쭉 뻗어 나가는 신기 방기한 능력. 그런 능력을 탐냈다. 그런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의 최대 목표가 벤치마크를 따르는 것이란 것은 투자를 업으로 삼고 온종일 매달려도 쉽지 않은 일임을 자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세계에 발을 담그고 나면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한없는 무력감을 느끼는 때가 온다. 도통 어디쯤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망망대해에 노도 없이 떠 있는 기분. 이런 기분이 들 때, 투자는 위협받는다.

주식 시장에서의 실력이란

시작부터 끝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의 선택이 다른 선택에 영향을 주고 선택지를 추가하면 선택의 결과는 제곱만큼 늘어난다. 그래서인지 시작은 비슷해도 사람마다 도달하는 투자의 끝은 천차만별이다. 그 끝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 더 많이 웃기 위해 도대체 뭘 해야 할까.

실력이 늘면 선택이 쉬워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많이 아는 것이 실력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추천하는 책을 읽고 전문가들을 따라하며 실력이 늘 길 기대했지만, 내게 쌓이는 지식과 노하우란 일상에 내려앉는 먼지만큼 미미한 것이었다. 훅 불면 사라질, 무게감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아는 것'들은 이상하게도 힘을 갖지 못했다. 아는 것이 힘이어야 하는데, 선택지만 늘리게 하는 '알기만 하는 것'은 병이 되곤 했다.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아는 것을 토대로, 따르던 노하우를 도구삼아 앞날을 그려봤어야 했다. 아는 것이 저절로 예측으로 이어질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상상할 줄 알아야 했는데, 상상력의 결핍은 투자수익의 궁핍으로 이어졌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미스터 노바디>엔 곧 임종을 맞이할 할아버지가 나온다. 더 이상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는 2092년, 자연 노화로 사망할 마지막 사람, '니모 노바디'. 죽음과 함께 후회와 아쉬움이 사라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회한이란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 하는 한 기자에게 기억을 더듬어 말하는 그의 삶은 도통 일관성이 없다. 방송 진행자였고 사업가였으며 동시에 수영장 청소부이기도 했던, 한 번에 여러 삶을 산 것처럼 말하는 니모는 이야기를 듣는 기자도 나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눈앞에서 버젓이 말하고 있음에도 물에 빠져 죽었고 총에도 맞아 죽었다고 얘기하는 그. 혹시 나이로 인한 기억의 왜곡인가 싶어 조각 나 있는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들춰보지만 도통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삶의 모든 선택의 순간에 달라졌을 인생을 여러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통에 어떤 삶이 진짜인지도 모호하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니모는 이 모든 걸 설명가능하게 할 생뚱맞은 사실을 알려 준다.

"우린 9살짜리 아이의 상상 속에 있을 뿐이지."
"우린 불가능한 선택을 앞에 둔 9살 꼬마의 상상인 거야."


그간의 모든 이야기가 상상이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를 딱 들어맞게 만들어 버린다. 헤어지는 부모 사이에서 누구를 따라 가야하는지로 시작된 선택의 여러 갈림길. 그 수많은 갈림길을 돌고 돌아 118세의 삶에 도달한 9살 니모의 상상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다행히 상상 속 임종의 순간, 니모는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선택의 길을 찾는다. 그리고 선택이 시작된 순간으로 돌아간다.

"난 이야기의 끝에서 시작해서 처음으로 향해 가지."

여러 버전의 인생 시나리오를 가진 할아버지 니모가 해주는 말이 의미심장했다. 그래서 상상의 마지막에 선택의 지도를 얻은 그처럼, 나의 투자도 끝에서 시작해 처음으로 향해 가보기로 했다.

상상력과 끝에서 시작하기
  
근거 있는 상상은 힘이 되고 편안함이 된다.
▲ 상상력이 필요한 순간 근거 있는 상상은 힘이 되고 편안함이 된다.
ⓒ 남희한

관련사진보기

 
니모의 여러 삶은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여러 갈래로 갈라진 가능성이라는 가지의 끝에서 찾은 작은 싹 하나는 공허해 보이는 상상이란 것에 잠재된 힘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실력은 상상력일지도 모른다. 저명한 투자자였던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투자자는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던 말이 이제야 희미하게나마 와 닿는다. 작년 초, 두 번을 곱씹으며 읽었는데 이제야... 하여간 나란 인간은 이리도 더디다.

끊임없는 '근거 있는' 상상, 이 스토리텔링이 내게 많은 수월함을 줬다. 재무제표의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내 머릿속에서 새어 나왔다. 그 수많은 갈래의 이야기 속에서 가장 그럴싸하고 편안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어려웠던 투자 비중과 기간에 대한 어렴풋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요즘은 상상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공부를 한다. 내 상상이 이뤄질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힘겹게 모든 것(결코 모든 것일 수 없는)을 알고 나서 유추해보는 것보다 더 편안했다. 예측이라는 거창하고 어려워 보이는 분석이 아니라 상식선에서 그려보는 일리 있는 추론, 그 상상의 결과가 내심 기다려진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이구만."

삶의 과정을 그려 보고 행복의 길을 찾은 니모가 한껏 웃으며 했던 저 말을 많은 투자자들이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부디 오늘도 모두에게 상상력이 충만하길.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 편안한 길을 찾길. 오늘도 상상에 빠진 한 개미가 작은 마음 모아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