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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인생이 그리 쉬웠던 가....
▲ 이상과 현실의 괴리 어디 인생이 그리 쉬웠던 가....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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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야지 왜 떨어져!!?"  

이번에도 실패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 분명 좋은 기업이라 했는데, 돈도 잘 벌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2018년 중순, 산업의 쌀과 같다는 반도체 관련주에 투자했다. 전망은 날로 좋아지고 있었고 실적은 말할 것도 없었다. 호황이란 말도 부족해 초호황이니 빅사이클이니 하는 말들이 기사를 도배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란 말은 식상할 정도였다.

그래서 샀다. 그런데 왜인지 조금 오르던 주식이 날이 갈수록 떨어졌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이 길로 가면 더 높은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봉우리가 다른 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산 정상에서 더 높은 산의 꼭대기를 바라보며 나아간 것이 하산의 시작일 줄이야.

모두가 목적지를 말하고 있을 때, 경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깊은 계곡 속에서 오랜 시간 헤매야 했다.

목적지와 길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듯 쉬운 길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앞길만은 쭉 뻗은 12차선 정도 될 거라 생각한다. 이런 착각을 베테랑 급으로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방금 점 세 개를 찍을지 네 개를 찍을지 고민하다 세 개를 찍은 사람이다. 점 하나 찍는 데도 고민하는 사람이 주식 투자는 너무 쉽게 봤다.

주식 투자를 함에 있어 자주 하는 실수 오만가지 중 하나가 '목적지로 가는 길에 대한 오판'인데, 이걸 내가 좀 잘했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직선이라 믿었다. 나만 똑바로 가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었고 딱 그 정도의 마음가짐만을 가지고 시작했다. 직선적인 기대와 희망.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반도체 관련주와 함께, 5G와 전기차에 대한 기대에 배터리 소재 관련주와 5G 장비 관련주에도 많은 돈을 들이 부었다. 언젠가 다가올 세상에 대한 투자로, 가장 명확하고 안정적인 길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2019년을 거쳐 2020년. 확신은 증명이 되었고 나는 오는 길에 그만, 한눈을 팔아 버렸다.

주식을 사고 얼마 있지 않아 미중 무역 분쟁으로 반도체 수요는 급감하기 시작했고 곧 오를 줄 알았던 5G 장비주들은 투자 지연으로 몇 달간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배터리는 자꾸 폭발하고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나는 쭉 뻗은 직선거리를 한 200km로 달려 금세 도달할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신호에 걸리고, 산길을 돌고, 고장도 나고, 종종 멈춰서 기름도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길은 막히기 일쑤였고 재수가 옴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 날은 막다른 길에서 돌아 나오기도 해야 했다.

그러다 보게 된 거다. 멈춰 선 내 옆을 쌩~하니 지나가는 '테마주 차선'. 어찌나 부럽던지, 머뭇거리다 그 뒤를 쫓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기분 좋게 달리다 꽝!! 중간에 뚝 끊겨버린 길에서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고가 나버렸다. 막막함과 지루함에 잠시 눈을 돌린 대가는 결국 '상당한' 시간과 '좋은' 기회와 '큰' 비용의 상실로 다가왔다.

길도 요동치고 마음도 요동치고

한때 목적지가 무지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분명 직선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목적지가 왼쪽에 있기도 하고 오른쪽에 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뒤로 물러나 있기도 하니 말이다. 참 억지스럽지만, 이게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동료 A : "앞으로 전기차 시대가 온다는데.. 왜 계속 안 오르지? 오다 말았나?"
동료 B :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며... 요즘 산업은 쌀 안 먹고 빵 먹나?"


어쩜 이리도 비슷한지, 함께 헤매준 덕분에 외롭진 않은데 이상하게도 힘이 되지도 않는다.

운이 좋아 오르긴 올라도 굽이쳐 오르고 갈팡질팡하며 나아간다. 정말 무지하게 요동치고 움직인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요동치는 주가가 아니었다. 이제야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지만, 주가보다 더 흔들린 것은 마음이었다.  
대체 왜 움직이는 것이야... 주가도 내 마음도
 대체 왜 움직이는 것이야... 주가도 내 마음도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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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했던 주식 거래를 선명하게 기억한다. OO은행 주식을 산 후, 10원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바로 손절했던 지나치게 짜릿하고 심장이 쫄깃했던 단 1분간의 경험. 과연 그 1분간 움직인 것이 주가였을까. 언제나 마음은 무엇보다 앞선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부처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굽이굽이 돌아가고 막히기도 하는 길에 마음이 부대낀다. 애초에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지 않는 한 매 순간 부침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순간들은 언제나 힘겹다.

이럴 땐, 모든 길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끌어 올려야 한다. 다소 식상하지만 믿지 못할 바에야 출발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시작할 때부터 길이란 게 제멋대로 생겨 먹었음을 인정하면 그런 대로 참을 만하다. 애초에 알지 못하는 길에 대한 과한 기대가 과정을 힘들게 만들곤 하니까.

목적지가 잠시 멀어지는 건, 험난한 산을 타 넘는 대신 잘 닦인 포장길을 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깜깜한 지금 상황은 터널 속이라 생각해 본다. 산을 가로지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터널을 통과하는 것이고 그땐 너무나 당연하게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차선에만 머물고 있다면 불안해 하지 않으려 무진장 애쓰고 있다는 얘기다.

아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거면 어쩌냐고? 괜찮다. 길을 잘못 들어 크게 사고가 나고도 이렇게 잘(?) 헤매고 있으니까. 길이 아닌 것 같으면 좀 돌아가면 된다. 그리고 단 한 번의 편안한 성공이 나의 목적지는 아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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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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