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외화와 한국영화가 치열하게 대립한 한 달이었다. 8일 개봉한 리들리 스콧의 <마션>이 4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낸시 마이어스의 <인턴>이 246만 관객을 더했다. 할리우드 베테랑 감독 두 명의 영화가 한 달 동안 670만에 이르는 관객을 모은 것인데 매출액 점유율로만 봐도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한국영화의 반격도 거셌다. 특히 액션스릴러 계통의 작품들이 반격을 주도했다. <탐정: 더 비기닝>과 <성난 변호사>를 비롯해 <사도>, <더 폰> 등이 각각 1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22일 개봉한 <특종: 량첸살인기>도 52만 관객을 모으며 힘을 보탰다. 이들 다섯 편의 한국영화가 모은 관객은 500만을 넘어선다.

이렇게 10월에는 초반 기세가 거셌던 <마션>을 제외하면 어느 한 영화가 독주하는 일은 없었다.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영화가 비교적 공평하게 상영관을 나눠가졌으며,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다가오는 11월에는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기미다. <검은 사제들>부터 <도리화가>, <내부자들> 등 한국영화 라인업이 만만치 않고 <스파이 브릿지>, <007 스펙터>, <헝거게임: 더 파이널> 등 할리우드 기대작도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배급의 성패가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라지만 최종결정권은 관객의 손에 들려 있다. 11월에 웃게 될 승자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① <검은 사제들> 입는다, 사제복. 누가, 강동원이!

검은 사제들 메인 포스터

▲ 검은 사제들 메인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11월 개봉하는 한국영화 가운데 <내부자들>과 함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기존 한국영화계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엑소시즘이 소재로 등장해 이색적이다.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단편 <12번째 보조사제>의 연출을 맡아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미쟝센 단편영화제, 대구단편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고 김윤석, 강동원이라는 톱스타를 내세운 <검은 사제들>을 장편데뷔작으로 연출하게 된 것도 이 덕분이다.

엑소시즘이란 소재 외에도 배우들이 단연 이목을 끈다.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김윤석과 강동원의 조합이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특히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심이 폭발하고 있어 흥행에 적잖은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박소담, 조수향이란 젊은 여배우의 출연도 눈길을 끈다. 단편 <수지>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키운 후 <사도>, <베테랑> 등에서 차근차근 얼굴을 알려가고 있는 박소담과 <들꽃>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배우상을 수상한 조수향은 젊은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영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91년생 동갑내기의 연기대결이 볼 만 할 것이다. 5일 개봉한다.

② <스파이 브릿지> 스티븐 스필버그의 귀환

스파이 브릿지 메인 포스터

▲ 스파이 브릿지 메인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두 말해 무엇 하겠는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다. 2012년 <링컨> 이후 3년 만의 귀환이다. <ET>,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죠스>, <쥬라기 공원> 시리즈,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장르를 망라해 명작을 수없이 쏟아낸 그가 첩보스릴러라는 장르에서도 금자탑을 쌓아올릴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던 더글러스 맥아더의 명언이 무색할 정도다.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터미널>, <뮌헨> 등에 이어 그가 또 한 번 실화를 각색해 영화화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냉전시기 소련에 억류된 미국 정찰기 조종사를 석방시키기 위해 협상을 감행한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의 실화가 코언 형제의 각본과 스필버그 사단의 톱배우 톰 행크스의 연기로 실감나게 되살아날 예정이다. 톰 행크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치 미 이프 유 캔>, <터미널>에 이어 스필버그와 네 번째로 만나게 됐다. <터미널>이 2004년 작품이었으니 무려 11년 만의 조우인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몹시도 궁금하다.

이들은 다시 한 번 오스카를 거머쥐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가능성은 5일 확인할 수 있다.

③ <택시> 이란의 오늘을 보고 싶다면

택시 국내 메인 포스터

▲ 택시 국내 메인 포스터 ⓒ 씨네룩스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독재를 오래 경험한 탓일까. 팔레비 왕조의 지배 아래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영화산업이 시작됐기 때문일까. 이란엔 유독 사회를 비판하는 비주류 감성의 감독들이 많다. 1980년대 프랑스를 거쳐 본격적으로 이란영화가 서구사회에 소개된 이후 세계적인 명감독으로 떠오른 이들이 벌써 여럿이지만 정작 이란 내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감독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오랜 기록영화의 전통과 반체제 의식을 바탕으로 저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을 내어놓는 이란영화는 어느덧 제3세계 영화의 한 축을 굳건히 떠받치고 있다.

수많은 감독이 있겠지만 이란 영화를 대표하는 작가를 꼽는다면 <택시>의 자파르 파나히를 빼놓을 수 없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비롯해 마흐말바프 일가, 바박 파야미, 아볼파즐 잘릴리 등 유명 감독이 많지만 자파르 파나히에 쏠리는 관심도 그에 못지 않다. 여느 이란 출신 연출자와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로 경력을 시작한 그는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의 조연출을 맡았고 1995년작 <하얀풍선>으로 칸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거울>, <서클>, <닫힌 커튼> 등을 통해 자신만의 시각을 더욱 발전시켜 온 자파르 파나히는 신작 <택시>를 통해 이란사회의 폐쇄적 면모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감독이 직접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택시기사로 출연해 맛깔스런 연기도 펼친다. 이란영화의 오늘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5일 극장을 찾으라.

④ <007 스펙터> 두말해 무엇하랴, '007'이다

007 스펙터 국내 메인 포스터

▲ 007 스펙터 국내 메인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찬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바야흐로 안락하고 편안한 실내 데이트의 시기가 도래한 것인데, 영화관은 그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선택지가 아닐까 한다. 11월 가운데서도 커플의 외출이 가장 많을 날이 바로 11일 악명 높은 빼빼로데이일 것인데 특수를 노리고 개봉을 하루 앞당긴 야심찬 영화가 여기에 있다. 무려 007의 24번째 이야기 <007 스펙터>다.

다 죽어가던 올드한 첩보물을 한 방에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건재하고 프랑스의 주목받는 젊은 여배우 레아 세이두를 본드걸로 전격 발탁해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는 시리즈다. 모니카 벨루치, 랄프 파인즈 같은 중견배우들도 힘을 보탠다. <007 스카이폴>에 이어 다시금 연출을 맡는 샘 멘데스도 한 층 노하우가 쌓였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첩보물의 팬들이라면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이 되겠다.

<007 스펙터>가 올 한 해 많이도 쏟아져 나온 첩보물의 흥행세에 방점을 찍어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악명 높은 빼빼로데이에 개봉.

⑤ <나이트 오브 컵스> 흥행과는 거리 먼 감독, 이번엔?

나이트 오브 컵스 포스터

▲ 나이트 오브 컵스 포스터 ⓒ (주)프레인글로벌


이만큼이나 흥행과 평단의 평가가 엇갈리는 감독이 있었을까. <황무지>, <천국의 나날들>로 수십년이 지나서까지 회자되는 명성을 얻었지만 참담한 흥행성적을 받아들어야 했던 테렌스 멜릭 말이다.

무려 20년 동안이나 영화계를 떠나있었던 그가 <씬 레드라인>으로 복귀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을 때도 관객은 그를 흥행감독의 범주에 넣어주지 않았다. 흥행이 되지 않아 도리어 영화작가라는 칭호를 얻은 듯도 한 테렌스 멜릭의 작품활동은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트리 오브 라이프>를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이트 오브 컵스>는 2012년작 <투 더 원더> 이후 3년 만에 그가 연출한 영화다. 테렌스 멜릭 자신의 이름값 만으로 크리스찬 베일, 케이트 블란쳇, 나탈리 포트만, 테레사 팔머라는 유명배우들을 쉽사리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가 과연 테렌스 멜릭의 작가로서의 면모를 살려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⑥ <우리가 사랑한 시간> '멜로물 기근 시대'에 맞서

우리가 사랑한 시간 포스터

▲ 우리가 사랑한 시간 포스터 ⓒ 백두대간


따스한 멜로영화 한 편이 관객을 기다린다. 만들어진 지는 벌써 2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아카데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펠리시티 존스의 명성 상승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개봉하게 됐다. 펠리시티 존스 외에도 가이 피어스, 카일 맥라클란 등 검증된 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멜로물의 핵인 연기 측면에선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연출은 <라이크 크레이지>로 제27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젊은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가 맡았다. 멜로물로 인정받은 젊은 연출자가 더 좋은 배우들을 기용해 찍어낸 만큼 기대가 적지 않다. 젊은 감성이 한껏 발휘된 멜로영화가 당긴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12일 개봉한다.

⑦ <내부자들> 흥행은 이미 예정되어 있다?

내부자들 웹툰 캐릭터 포스터

▲ 내부자들 웹툰 캐릭터 포스터 ⓒ (주)쇼박스


11월 개봉작 가운데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추문을 딛고 일어서 활동을 재개한 이병헌과 <암살>의 김원봉 역으로 등장해 역사가 죽어가는 시대에 민족혼을 일깨운 조승우, 언제나 노련한 연기를 펼치는 백윤식의 출연작이란 점만으로도 흥행이 예정된 듯한 작품이다. 이들 외에도 한국영화의 '참 잘했어요' 도장과 같은 존재인 이경영, 배성우도 출연하며, <특종: 량첸살인기>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김대명도 얼굴을 비춘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속설을 박살낼 작품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으나, 이병헌의 사생활과 얽히며 개봉이 다소 늦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감독인 우민호는 전작 <파괴된 사나이>, <간첩> 등에선 이렇다 할 재능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워낙 뛰어난 원작과 배우들을 만난 만큼 어느정도 수준의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긴 말은 필요 없다. 19일 개봉한다.

⑧ <비포 위 고> 감독이 되기 위해 영웅을 포기했다!

비포 위 고 포스터

▲ 비포 위 고 포스터 ⓒ (주)도키엔터테인먼트


감독이 되고 싶어 어벤져스에서 탈퇴하겠다던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 나왔다.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로맨틱 코미디 <비포 위 고>가 그것이다. 지난해 개봉해 아쉬운 성적을 거둔 로맨틱 코미디 <타임 투 러브>도 그가 기획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캡틴은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것일까.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그의 애정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앞으로 그가 연출한 로맨틱 코미디가 줄줄이 쏟아질 테니, 조금만 기다리면 확인할 수 있다.

<설국열차>에 주연으로 출연하고 <타임 투 러브>에서도 한국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삽입하는 등 친한파 배우로도 잘 알려진 그의 신작이 한국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궁금하다. 19일 개봉한다.

⑨ <헝거게임: 더 파이널> 원작의 팬이라면 결국 보고 말

헝거게임: 더 파이널 국내 메인 포스터

▲ 헝거게임: 더 파이널 국내 메인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마침내 최후의 승자가 결정된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헝거게임> 시리즈가 드디어 막을 내린다. 소설 원작의 할리우드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줄줄이 개봉하는 상황에서 그 맏이 격인 <헝거게임: 더 파이널>의 흥행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해킹으로 인한 누드 사진 유출에도 전혀 타격받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온 제니퍼 로렌스의 한층 성숙해진 모습도 기대된다. 조쉬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나탈리 도머 등이 제니퍼 로렌스에 비해 다소 처지긴 하지만, 커다란 스케일과 연출력으로 어찌어찌 끌고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편만큼의 상징성도 원작의 작품성도 없다고 비판받기는 해도 지난 시리즈를 봐온 팬의 입장에선 보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19일 개봉.

⑩ <크림슨 피크> 길예르모 델 토로 표 스릴러란?

크림슨 피크 포스터

▲ 크림슨 피크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알폰소 쿠아론과 함께 '멕시코 쓰리 아미고'로 불리며 할리우드에서 멕시코 영화인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이다. 특별히 판타지에 걸맞는 CG활용에 장기가 있는 길예르모 델 토로는 <호빗>시리즈의 CG를 비롯한 몇몇 장면 작업에도 참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규모와 작품성 있는 작품에 두루 출연하며 경력을 쌓고 있는 톰 히들스턴,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와시코브스카 등이 출연해 관심을 모은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찍어내는 스릴러는 과연 어떤 느낌일까. 26일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내부자들 검은 사제들 007 스펙터 스파이 브릿지 헝거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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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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