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승휘 아나운서가 지난 11일 KBS본관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진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김승휘 아나운서가 지난 11일 KBS본관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진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영광


95일 만에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KBS 김승휘 아나운서가 파업 종결 이후 현재의 심경을 분명하게 전했다.

지난 11일 KBS 본관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난 김승휘 아나운서는 "아직도 파업 중인 다른 언론사들을 남기고 와서 마음이 아프지만 파업을 잠정 중단하면서 밝힌 것처럼 지금부터는 공정방송을 쟁취해서 다른 회사 동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송의 틀 안에서 더 열심히 노력 해야겠다"고 복귀 후 첫 출근 소감을 밝혔다.

노조의 파업 잠정 중단이 백기투항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에 김 아나운서는 "사장을 퇴진시키는 것은 공정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 필요한 조건이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공정방송이라는 더 무겁고 엄중한 책임을 계속 방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이번 합의문을 바탕으로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투쟁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게 집행부와 조합원의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국회 앞에서 1인시위중인 KBS 김승휘 아나운서

국회 앞에서 1인시위중인 KBS 김승휘 아나운서 ⓒ 김승휘 아나운서 제공


인터뷰 내내 김승휘 아나운서는 아직도 파업이 끝나지 않은 언론사 노조원들에 대한 미안함을 숨기지 않았다. 김 아나운서는 "가슴이 아프다"면서 "가족을 힘든 곳에 놔두고 온 심정이라 할까. 정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저희가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합의한 수단을 통해서 다른 파업 언론사들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고, 연대의 힘을 더 강력하게 보태줄 수 있다. 저희의 연대는 아직도 공고하다"고 연대의 힘을 확신 하였다.

김 아나운서는 "진실의 편에 서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 되었으면 좋겠고 '아 김승휘 아나운서가 말하면 맞는거야, 옳은 시각일 거야'이렇게 신뢰 받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김 아나운서는 "아직도 거리에 남아 있는 언론사 노조원들 너무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데 더 많이 격려해 주시고 관심가져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 파업 마지막 95일차 전국 조합원 총회에서 발언중인 김승휘아나운서

<언론노조 KBS 본부> 파업 마지막 95일차 전국 조합원 총회에서 발언중인 김승휘아나운서 ⓒ 김승휘 아나운서 제공


다음은 KBS 김승휘 아나운서와 나눈 1문 1답.

- 업무복귀 첫날인데 느낌이 파업 전과 달랐을것 같은데
"95일 만에 돌아왔지만 우선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아직 파업중인 다른 언론사들, MBC, 연합뉴스, YTN, 국민일보 동지들을 남겨주고 와서 마음이 아파요. 게다가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께서는 아직 단식을 안 푸셨을텐데 얼마나 힘드실까하는 생각에 제가 회사에 들어와 있는 것이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다만, 저희가 파업을 잠정 중단하면서 밝힌 것처럼 지금부터는 공정방송을 쟁취해서 다른 회사 동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방송의 틀 안에서 더 열심히 노력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출근해서 가장먼저 한 일은 책상을 깨끗이 닦고 '리셋 KBS 국민만이 주인이다'라는 피켓을 제 컴퓨터와 제 책상에 붙였어요. 개인적으로 나름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는데요. 리셋 KBS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이제 리셋 KBS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합의가 마련되었을 뿐이니까, 이 피켓을 매일 보면서 지난 95일을 잊지 않고 실천해 나가겠다는 제 다짐입니다."

- 일부에서는 들어가서 보도 투쟁하는 것이 파업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도 합니다.
"새노조(언론노조 KBS 본부)는 모든 것이 더 여려웠어요. 쉬웠을 때가 한번도 없어요. 국민들께서 이번에 파업 잠정 중단에 대해 우려하시는 게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공정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틀을 이제 마련했으니까 앞으로 내부의 어려운 싸움에서도 지난 시간 저의가 싸워왔던 것처럼 당당하게 맞서 승리할거라 생각합니다.

실천 할 수 있는 능력이 조합원들에게 있고 충분한 의지와 동력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회사 안으로 들어왔을 뿐이지 마음이 파업장에 있을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거든요. 더 어렵고 힘들어도 가야죠. 이 방식에 대해선 국민 여러분들의 판단이 각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이 어렵냐 쉽냐에 따라서 저희의 선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파업 징계자에 문제, 현보도 책임자 문책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조합원 해고나 징계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이 인정한 적이 없어요. 부당한 해고와 징계잖아요. 그것이 철회될 수 있도록 당연히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합심해서 파업 복귀 후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노력중 하나죠.

인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이에요. 그러나 그 권한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죠.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서 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횡포죠. 인사권자가 행사하는 것이지만 인사권 행사의 범위는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식적이고 공정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95일 파업으로 이뤄낸 합의를 바탕으로 그런 토대가 조만간 마련될거라 믿습니다."

- 회사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지금 상황에서 공정방송이 가능할까요?
"95일을 싸운 그 결실로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천의 문제가 남아있지요. 앞으로도 하나하나 이뤄내기 위해 내부에서 싸워야 해요. 상황은 앞서 지적하신 것처럼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95일 투쟁 이후 조합원들 모두 KBS를 새롭게 바꿔낼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전과는 다를 겁니다. 합의문 기자회견에 실린 것처럼 탐사보도팀이 부활되고 사장과 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대선공정방송위원회 설치되고, 데일리 시사프로그램도 만들고...이렇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면 지난 몇 년간 국민들께 질타 받았던 KBS 모습을 지워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합의를 잘 지키면 좋죠. 하지만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첨예하게 대립할 부분들이 분명 있겠죠. 저희는 단지 싸움의 장소를 거리에서, 광장에서 회사 내부, 아나운서실, TV스튜디오, 라디오스튜디오 등으로 옮겼을 뿐이에요. 탐사보도팀 부활에 합의했다고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겠습니까? 아니에요. 누가, 어떤 아이템을 다룰 수 있을지, 이전처럼 '이 보도는 돼, 저 보도는 안돼' 식의 검열을 차단할 수 있을지.

이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싸워야 하고 바로잡아 나가야죠. 보도 부문과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과 다름없이 권력의 부정한 것을 가려주거나 무분별하게 찬양하는 시사프로그램이라면, 있으면 뭐합니까? 다만, 탐사보도팀 부활과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합의한 만큼, 이제 그 프로그램의 내용과 출연자 문제, 그 어떤 힘에도 간섭받지 않을 제작 자율성에 대해 공정보도의 큰 틀안에서 내부에서 투쟁을 해야죠."

- 또 한 가지 우려는 이번 파업은 KBS먼의 파업이 아니라 언론 5사의 연대파업 성격이 짙은데 KBS 새노조 업무복귀로 나머지 언론사의 사측이 노조들을 탄압하지 않을지.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족을 힘든 곳에 놔두고 온 심정이라 할까요. 정도 많이 들었거든요. 100일 가까이 파업을 하면서 답답했던 부분 중에 하나가 매일같이 집회를 하고 문화제도 열지만 우리 투쟁이 기존 거대신문과 지상파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는 다는 점이었어요.

그만큼 국민여러분께 진실을 알리고 호소하기 어려운 거였죠. 저희가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각종 탐사보도, 시사프로그램, 공정방송 위원회같은 수단을 통해서 다른 파업 언론사들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고, 연대의 힘을 더 강력하게 보태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연대는 아직도 공고합니다.

- 2008년에 KBS에 입사하셨더라고요. 그간의 상황을 보면 근무하면서 KBS가 창피했을 때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맞아요. 선배들이 취재하러 가시면 KBS 스티커를 붙이고는 취재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들의 질타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냐,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말을 들을 때, 큰 자부심으로 KBS에 입사한 아나운서로서 많이 상처도 받았고, 왜 우리 회사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나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간 정권과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덮어주는 것을 넘어서, 무분별하게 찬양하고 미화하는 것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G20이나 원전수주, 사대강 사업 같은 것들. 물론 좋은 의미, 이로운 부분도 생각에 따라 있을 수 있습니다만, 언론사라면 그것들의 장단점을 명명백백히 공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드릴 필요가 있잖아요.

그런데 '덮어놓고 이건 좋고 찬양할 것'이라는 식으로 음악회를 열고 엄청난 시간의 특집방송을 편성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G20 경우는 무려 3300분을 할애했더군요. 세계방송사상 대기록이라고 해요. 입사 후 5년 동안 그런 시기를 겪으면서 '왜 우리는 좋다 나쁘다를, 옳다 그르다를 국민들의 시각에서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할 수 없나' 하는 자괴감도 컸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점들이 KBS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해줬습니다."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중인 KBS 김승휘 아나운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중인 KBS 김승휘 아나운서 ⓒ 이영광


- 파업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거리 선전전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서울시내 거리 곳곳 대학, 지하철...정말 많을 곳을 다녔는데요. 원래 선전물을 나눠주면 잘 안받으시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죠. 그런데 제가 파업전에 <도전! 골든벨> MC 였던 것을 기억해 주시고, 아나운서가 주는 거라며 덥석 받아  응원해 주시는 시민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아, 내가 KBS의 언론인으로, 아나운서라는 이름을 달고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구나, 얼마나 혜택 받은 자리였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무겁고 엄중한 자리라는 것도 깨달았고요.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국민들을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이고 진실하고 공정하게 말해야 겠다 새삼 다짐했습니다.

작은 습관의 변화도 있어요. 요즘 저 선전물이나 전단지 아무거나 넙죽넙죽 잘 받아요.(웃음) 사소한 변화이지만 언론인들의 시작은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우려야 한다는 의미를 스스로 담아 봤어요. 그것이 연대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 앞으로 어떤 언론인으로 기억되길 바라세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금처럼만 가려구요. 어려운 길이라고 해서 피하지 않겠습니다.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들어야 하는 소외된 사람들의 얘기 그리고 사회에 부조리한 부분을 꼭 보고 듣고 국민의 입장에서 소통하려고 합니다. 진실의 편에 서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 되었으면 좋겠고 '아 김승휘 아나운서가 말하면 맞는거야, 옳은 시각일 거야'이렇게 신뢰 받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 끝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트립니다.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저희 KBS 새노조 조합원들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투쟁, 파업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장소를 거리나 광장에서 회사 안으로 옮겼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불편해 하셨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바로잡을 수 있도록 그리고 진실을 제대로 알려드릴 수 있도록, 저희 새노조 1200조합원 똘똘 뭉쳐서 반드시 공정방송 쟁취해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거리에 남아있는 MBC,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동지들, 너무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데 더 많이 격려해 주시고 관심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보내주시는 그 지지의 마음들이 모여서 대한민의의 방송과 언론을 다시 세우는 역사를 이루실 거라 믿습니다. 저희는 그것만 믿고 회사 안에서 더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김승휘 방송사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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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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