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5월 26일 수원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한국 - 프랑스 월드컵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최진철과 몸싸움을 벌이는 지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압박감, 불안, 두려움….

오는 19일 새벽 4시(한국시간) 2006 독일 월드컵 G조 예선 2차전, 한국전을 앞둔 프랑스 대표팀의 분위기다. 지난 13일 프랑스팀의 월드컵 예선 1차전이었던 스위스전이 0-0 무승부로 끝난 충격에서 프랑스는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2차전 상대팀이 지난 2002년 4강신화의 한국이라는 사실은 4년전 16강 탈락의 악몽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4년전 악몽 되풀이 하나

팀워크도 엉망이다. 대표팀과 프랑스 국민, 언론의 팀워크가 제각각이다. 스위스전 무승부를 강도높게 질타해온 프랑스 언론과 여론은 지난 한 주 대표팀의 사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레몽 도메네크 감독을 비롯한 프랑스 대표선수들은 스위스전 무승부로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되풀이해야 했다.

"내 아버지는 (스위스전 실패를)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나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당신들(프랑스 언론)이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 승리와 패배는 내게 일상이다."

스위스전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티에리 앙리의 일갈은 현재 선수들과 언론 사이의 불협화음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두려우냐고? 나는 죽는 게 두렵지 경기가 두렵지는 않다. 한국은 뛰어난 팀이지만 프랑스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앙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물었던 것이다.

"한국전이 두려운가?"

공격적인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신경질적이거나 냉소적이었다.

플로랑 말루다는 '그들(한국팀)이 결의에 차 있다면 그들을 위해 다행'이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반면 도메네크 감독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한국팀은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할 줄 안다. 빨리 달리며 응집력이 있다. 경기에 스피드가 있다."

'한국이 스위스보다 덜 강해 보일 수 있지만 지난 월드컵 때 4강에 오른 팀이다. 그러나 자국 땅을 떠나 같은 방식으로 경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이는 비카슈 도라소였다.

동북아시아 상대 무패 행진... 고령화가 걸림돌

 지난 13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고트리브-다임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 대 스위스 경기에서 프랑스의 리베리(오른쪽)와 스위스의 데겐이 볼을 다투고있다.
ⓒ A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편 올해의 프랑스 대표팀을 일러 '중늙은이'라는 비아냥은 프랑스 내에서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프랑스팀의 평균 연령은 30세 하고도 289일. 이것은 1998년 독일팀(31세 345일)과 같은 해의 벨기에팀(31세 345일)에 이어 월드컵 역사상 세번째 고령으로 기록된다. '기동력 있게 움직이는 한국팀'이라는 평가가 팽배한 가운데 프랑스의 고령은 엎친 데 덮친 격.

그러나 태양은 언제나 동쪽에서 뜬다고? 프랑스팀이 항변할 거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평가전에서 중국을 3-1로 이긴 프랑스는 지난 2002년 일본과 겨뤄 2-2 무승부를 기록한 일 이외에 동북아시아팀에 단 한 차례도 진 일이 없다는 것. 한국으로 말하면 지난 2001년 컨피더레이션스컵에서 5-0, 2002년 평가전에서 3-2로 프랑스가 이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팀과 두 번 경기했고 두 번 이겼다. 그러나 한국팀은 발전했고 지금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또한 많다."

이렇게 말한 것은 윌리 사뇰이었다.

한편 2001년 컨피더레이션스컵에서는 뛰지 않았으나 4년 전 한국과 평가전을 치른 바 있는 릴리앙 튀랑은 2002년 경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4년 전 한국팀의 발전을 보고 놀랐다. 프랑스팀에 맞서 한국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월드컵 기간에 피로에 지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프랑스팀 입장에서는 냉혹한 언론과 여론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이 강할 것이다. 지난 13일 스위스전 무승부에 이어 한국전에서도 비길 경우, 혹은 최악의 경우 한국팀에 지게 된다면 프랑스는 4년 전 한국에서 겪은 악몽을 되풀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6강 진입을 위해 한국전에서 무승부만이라도 하라는 주문도 나온다. 예선 3차전인 토고전에서는 2골 차로 이기면 되니까.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챔피언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어쩌다 16강 진출 여부를 놓고 고민하게 됐을까.

<르몽드> "한국전이 프랑스의 운명을 결정할 것"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드>가 실시한 누리꾼과의 실시간 대화를 아래에 소개한다. 누리꾼과의 대화는 현재 독일에서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취재하고 있는 <르몽드> 특파원 브뤼노 코세(Bruno Caussé)가 참가한 가운데 지난 16일 오전 11시(현지시각)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화 제목이 이랬다. '2006 월드컵: 프랑스는 16강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가?'

코세의 분석뿐만 아니라 대화에 참가한 프랑스 누리꾼의 질문도 소개하는 것은 현재 프랑스인들의 반응도 함께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Leric 프랑스는 16강 탈락을 걱정해야 하나?
Bruno Caussé(아래 모든 답변): "지금까지 언론에서 프랑스팀에게 G그룹이 수월할 것이라 말해왔다 하더라도 그럴 우려가 있다."

Masson 스위스전을 치른 뒤 프랑스팀 선수들 간의 분위기는 어떤가?
"스위스전 이후 선수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프랑스와 스위스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전이 그들의 운명을 판가름할 것이라는 것을 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

Souris 이토록 늙고 한 시간 만에 피로에 지치는 프랑스팀이 생명력 있고 폭발적인 한국팀에 저항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경기결과를 점치기는 어렵다. 확실한 것은 올해의 프랑스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고령이라는 것이다."

Gmb 물론 당신이 점쟁이는 아니지만 프랑스가 16강에 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나는 점쟁이가 아니다. 이겨야 할 두 경기가 남아 있다."

Lulu 프랑스와 스위스전에서 지단, 튀랑, 갈라스가 나눈 대화 내용을 알아냈나?
"선수들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선수들이 기자들과 대화하지 않는다. 아마도 지단이 후방에 있는 선수들에게 좀 더 앞으로 나오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Tophr 투톱으로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의욕에 넘쳐보이는 트레제게가 뛰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트레제게가 자신의 장점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확실하다. 지단은 투톱 전술을 쓰고 싶어하지만 도메네크는 아직 한국전에 대비해 선수배치를 결정하지 않았다."

Coqenstock 프랑스팀의 근본적인 문제는 응집력의 부재가 아닐까?
"탄력성이 부족했다. 우리는 선수들이 단체로 바캉스를 떠날 것이 아니라 함께 경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잘 안 된다."

Jean-Pierre Caddie 프랑크 리베리는 뭐라고 하나?
"서포터들과 몇몇 언론이 이 젊은 선수에게 너무 집중했다.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

Nicolas 59 스위스전에서 부상을 입은 앙리가 한국전에 뛸 준비가 됐나?
"준비가 됐다. 스위스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뛸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적합할 것 같다."

Bleus 지단이 튀랑에게 말을 할 때 이전보다 덜 소심해졌다. 갈등의 원인이 뭐였나?
"스위스전에서 프랑스팀은 서로 찾아다녀야 했다. 후방의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그리고 공격수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Posto 당신은 기자로서 경기가 끝난 뒤 보여준 선수와 감독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위스를 상대로 보여준 경기의 빈약성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15일, 레몽 도메네크는 프랑스팀에게 대담성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프랑스는 월드컵에서 이미 패한 것 아닌가?"

 2002년 한국-프랑스 평가전 당시 프랑스 응원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Edouard Elbaz 당신이 감독이라면 한국전에 선발될 선수는 누구일까?
"내가 감독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플로랑 말루다가 팀에서 요지를 장악해야 할 것이다. 그는 공격수와 수비수 간 윤활유 역할을 할 줄 알기 때문이다. 말루다가 한국전 선발로 출전해야 한다."

Benvolio 프랑스는 월드컵에서 이미 패한 것이 아닐까? 앞으로 모든 경기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선수들을 출전시켜야 할 것이다. 프랑스팀은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비책이 있나?
"매우 좋은 지적이다. 그들에게 비책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 하겠다."

Internaute 프랑스를 심판하는 것이 너무 이르지 않나? 스위스는 그래도 견고한 유럽팀이다.
"스위스는 견고한 유럽팀이 아니다. 지난 13일, 대단한 수준의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젊은 팀이다."

Leosun 한국전에서 골을 성공한다면 프랑스팀이 정체에서 벗어날 거라고 생각하나?
"먼저 정체에서 벗어나야 골을 성공하는 것이다. 부족한 탄력성을 회복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프랑스팀은 긴장된 경기를 한다. 그리고 경기의 본질을 찾지 못했다."

Serge 현재 프랑스팀을 억누르는 언론이나 정신적 압박이 그들을 위축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들을 얌전히 놔두고 용기를 주고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신적 압박감은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올해 프랑스팀 선수들 대부분은 2002년 한국에서 굴욕을 경험했다. 같은 일을 되풀이하기 두려워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압박감이 프랑스팀의 빈약한 경기 현실을 가릴 수는 없다."

Did 한국 수비진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경기 종료 25분 전에 리베리를 기용할 수는 없나?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나 감독은 리베리를 처음부터 뛰게 했다. 플로랑 말루다의 부상으로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Julzz 앙리가 원톱으로 나서기 위해 도메네크에게 트레제게를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단이 여러 가지 전술을 강요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도메네크를 신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이것 아닐까?
"나는 소문을 멀리하고 싶다. 앙리는 15일 혼자 원톱으로 뛰는 방법으로 월드컵을 감당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지단은 여러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두 명의 공격수 뒤에서 경기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러나 누가 앙리와 함께 뛸 것인가? 사아 아니면 트레제게다."

Thommas 스위스전에서 바르테즈는 원기왕성해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커! 바르테즈는 멀리 공을 차 내지도 못했다. 공은 25m 선에서 떠다녔다."

Internaute 도라소는?
"도라소가 아마도 한국전의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라소는 파리 생재르맹FC(PSG)에서 부진했다."

"1998 우승 주역들, 유로2008엔 뛰지 말아야"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프랑스 평가전 당시 프랑스 대표팀.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Simga 프랑스에 뛰어난 선수가 아직 남아 있나? 그들이 함께 경기하는 법을 모르는 건가?
"프랑스팀의 문제는 세대교체다. 노련한 선수들만 불러들임으로써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박탈했다. 때문에 젊은 선수들은 월드컵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악순환이다."

Leosun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팀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16강까지 보는 이들도 있다."

Mat 간혹 프랑스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기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피로 때문인가? 이미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로 안 맞는 건가 혹은 감독이 선수들과 좋은 전술을 쓰지 않는 건가?
"그들은 이기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승리의 방정식을 찾지 못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건데…."

Befa 다음 월드컵에서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뛴 선수들을 안 볼 거라 생각해도 되나?
"필연적으로 그렇다. 세대의 문제다. 바르테즈, 튀랑, 비에라, 지단 등 프랑스팀의 선배 선수들은 오는 8월 선수 선발이 시작되는 '유로 2008'에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

Gorix 프랑스팀이 16강 진출권을 따내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도메네크는 지난 13일, 프랑스팀이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프랑스팀이 향상되는지 한국전까지 기다려보자. 상승선을 탄다면 16강까지 갈 것이다. 작은 실수나 천재적인 수완 하나로도 경기는 판가름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