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해결사는 지단이었다.

프랑스는 6일 새벽 4시(이하 한국 시각) 뮌헨에서 벌어진 2006 독일 월드컵 4강에서 전반 앙리가 얻은 페널티킥을 지단이 성공시켜 피구가 이끄는 포르투갈에 1-0으로 승리했다.

월드컵 초반 스위스와 한국에 비기는 등 조 2위로 조별 리그를 통과한 프랑스는 16강 토너먼트부터 스페인, 브라질, 포르투갈 등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는 무서운 저력을 선보였다.

▲ 양팀 선발 라인업
ⓒ 김정혁
프랑스-포르투갈 결승 길목은 유로 2000 재판

이 경기가 관심을 모은 이유 중 하나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들인 피구와 지단의 맞대결 때문이었다. 한때 레알 마드리드의 전성기를 이끈 두 선수는 이제 3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월드컵 우승이라는 마지막 꿈에 도전하고 있었다.

이 두 명은 지난 2000년 유로컵 준결승전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이 경기에서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전후반 90분 동안 1-1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치던 양 팀은 연장 후반 종료 3분여를 남겨놓고 결정적인 승부처를 맞게 된다.

포르투갈 오른쪽을 파고들던 윌토르의 크로스가 사비에르의 손에 맞아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 피구는 거칠게 항의하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고 지단은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프랑스를 유로 2000 결승으로 이끌었다.

▲ 포르투갈 득점 찬스. 전반 9분 C.호날두가 백패스한 공을 마니시가 중거리슛(좌) 후반 33분 C.호날두의 프리킥이 바르테즈 몸 맞고 나오자 피구가 달려들며 헤딩슛(우)
ⓒ 김정혁
▲ 프랑스 득점찬스. 전반 33분 카르발류의 태클에 앙리 넘어지며 페널티킥 얻어냄. 지단이 성공시킴(좌) 전반 48분 앙리가 상대 오른쪽 측면 돌파 뒤 슈팅(우)
ⓒ 김정혁
피구는 유로 2000 MVP를 수상했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반면 지단은 프랑스 팀을 이끌고 결승에서 이탈리아마저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피구와 지단의 재대결은 지난 6년 전과 거의 흡사하게 진행됐다. 전반 33분 앙리가 페널티 아크 지점에서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수비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는 지단. 그는 6년 전과 똑같이 상대 골문 오른쪽을 공략해 팀의 선취골이자 결승골을 뽑아냈다.

피구는 전후반 내내 호날두와 위치를 바꿔가며 특유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수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상대 장신 수비수인 비에라, 튀랑, 갈라스에 번번이 차단당해 6년 전 당한 패배를 설욕하지 못했다.

결승전도 유로 2000 재판?

▲ 유로2000 프랑스-이탈리아 결승전 당시 트레제게의 골든골 순간
ⓒ UEFA.com
이제 독일 월드컵 결승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대결로 압축됐다. 지난 유로 2000 결승서 만난 두 팀 간 대결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이탈리아가 1-0으로 앞섰지만 윌토르의 극적인 동점골에 이어 연장전에 터진 트레제게의 골든골로 프랑스가 우승컵을 거머 쥔 적이 있다.

결승전에서 신은 또 어떤 운명의 장난을 펼칠까. 유로 2000의 재판이냐, 이탈리아의 설욕전이 될 것이냐. 그 해답은 오는 10일 오전 3시 베를린 월드컵 경기장에서 알 수 있다.
2006-07-06 07: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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