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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취재 : 권박효원 박수원 기자
- 사진 : 남소연 기자
- 편집/정리 : 김경년 기자
- 최종 : 정운현 기자


▲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씨와 아들 영선씨가 헌화를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19신 : 8일 오전 11시 30분> - 하관식

검단산 아버지 곁에 잠든 고 정몽헌 회장


▲ 8일 오전 고 정몽헌 회장의 영정과 운구행렬이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에 도착해 묘지로 향하고 있다.
ⓒ 현대아산
오전 9시 20분경 아산병원을 떠난 영구차는 오전 10시 5분경 하남시 창우리 선영에 도착했다. 검은색 승용차 3대가 영구차 앞에 서서 호송을 했고, 유가족, 문중, 사장단, 기자단 등의 이름을 유리창에 붙인 관광버스 23대가 뒤를 이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앰블란스도 대기했다. 검단산을 막아놓은 철문 앞에서는 마을 주민 150여명이 나와 장례행렬을 지켜보았다.

산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운구요원 10여명이 목관을 차량에서 내려 선영이 있는 검단산 안으로 운반했다. 고인의 묘지는 검단산 기슭 선친 고 정주영 명예회장 묘 아래 100m 떨어진 곳으로 정해졌다.

이날 하관식은 유가족과 친지, 회사 관계자 3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으며, 하관 및 평토작업, 평토제, 반혼제 순으로 진행됐다. 장지에 따라온 내외빈 1000여명도 묘지 아래 잔디밭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고인에 대한 기억을 나눴다.

하관식은 검은 옷을 입은 직원들이 고인의 관을 2m 지하로 내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관이 끝나자 상주를 비롯한 유가족과 친지들은 삽으로 흙을 떠 관 위에 뿌렸다. 다음 순서인 평토제는 창우리 주민 20여명이 나섰다. 주민들은 "고인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웃집 초상인 셈인데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관 주변의 흙을 매만져 관을 고정시키고, 그 위에 다시 나무판자와 흙을 덮는 복토작업을 맡았다. 이어 판자 위에 올라서서 발로 흙을 다졌다. 지하로 내려간 주민 7명이 나무로 바닥을 두드리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달구질 소리'(이 지역에서 장례 중에 부르는 노래)를 불렀고 땅 위에서도 북을 울렸다.

하관과 평토제가 진행되는 동안 고인의 두 딸 정지이, 정영이씨는 간간이 오열을 터뜨렸으며, 상주와 부인은 애써 슬픔을 참는 모습이었다.

장례의 마지막 절차는 묘자리 앞에 제단을 놓고 상주와 유가족, 친지 등이 다시 술과 절을 올리는 반혼제로 마무리됐다. 특히 이날 반혼제에서는 친지 다음으로 도올 김용옥씨가 절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뒤를 이었으며 현대 관계자들의 절이 이어졌다.

<제18신 : 8일 오전 8시 40분> - 아산병원 잔디광장의 울음바다

'비운의 황태자'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선산에 영원히 잠들게 됐다.

8일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영결식이 진행된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잔디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근조'라는 리본을 단 현대 측 직원들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7시 아산병원 3층 빈소에서는 유가족 및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구의식(발인시 관을 움직이기 전에 치르는 행사)이 거행됐고 뒤이어 1층 발인식장에서 발인이 진행됐다.

발인식에서는 고인의 조카인 정지선씨와 정문선씨가 각각 영정과 유품함을 들었고 상주와 유가족이 뒤를 이었다. 흰 천에 덮인 관이 나타나자 발인식장을 둘러싼 조문객 중에서는 "아이고, 아까운 나이에 불쌍해서 어쩌나"라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발인식장과 영결식장 주변에는 병원환자와 지역주민들이 둘러서서 정몽헌 회장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았다.

능곡동에서 왔다는 김상용(48)씨는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정몽헌! 당신은 진정한 조국의 아들이었고 효자였습니다. 편히 잠드소서!'라고 손으로 쓴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선구자를 보내는 것이 마음아파서 뭔가 말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전8시쯤 현대가 마련한 좌석 1200석이 모두 찼으며, 현대직원과 환자, 일반인 등 2000여명의 조문객들이 참석했다.

영정을 왼쪽에는 부인 현정은씨와 딸 지이, 영이, 아들 영선 등이 자리를 했고, 그 옆으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준 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오전 8시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영결식 행사는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고인에 대한 약력소개가 이어졌다.

▲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상물을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에서 회장직을 역임하시고...."로 시작된 약력보고에서 김윤규 사장은 중간에 감정이 복받쳤던지 울먹이기도 했다.

이어 8시 10분부터 5분여 고인에 대한 영상물 시청이 있었는데, 참석자들은 고인을 회억하면서 더러 고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15분경부터 고인에 대한 추모사가 이어졌다. 먼저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재계를 대표하여 추모사를 했다. 손 회장은 추모사에서 남북한 경제교류와 민족화합에 선구적 역할을 했던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손 회장은 또 고인이 육로와 바닷길을 열어 분단된 민족이 화합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회고하면서 "정몽헌 회장이 이룬 일들은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한다는 신념과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어 "우리 기업인들은 정몽헌 회장의 뜻과 같이 우리나라 경제재도약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이승에서의 모든 고뇌와 슬픔을 내려놓고 영면에 드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손 회장에 이어 서강대 박홍 이사장, 도올 김용옥씨가 대표로 추모사를 낭독했다.

도올 김용옥씨는 정몽헌 회장을 고려말 충신인 정몽주에 비유해 "정몽주의 꿈이 후세에 살아 숨쉬듯이 몽헌의 꿈인 대북 경협도 새롭게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사에 이어 각계에서 보내온 조전이 소개됐다. 토머스 허바드 주한미 대사, 중국 대련시 하덕인 시장, 스미모토상사 미야하라 켄지 히장을 비롯해 북측에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 금강산국제관관총회사 등에서 조전을 보내왔다.

8시 40분 현재 유족과 참석자들의 헌화, 분향이 이어지고 있다. 9시경 열결식이 끝나면 고인의 유해는 하남시 선영으로 옮겨져 안장될 전망이다.

유가족, 친지, 추모객의 헌화 및 분향을 끝으로 오전 9시경 영결식 행사를 모두 마쳤다. 운구는 오전 9시 20분 경 아산병원을 떠나 하남시 창우리로 향해 하관식을 갖게 된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현대 임직원을 비롯해 정대철 민주당 대표, 임동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홍구 대한적십자사 명예고문, 도올 김용옥씨, 김근태 민주당 의원, 손학규 경기도 지사, 조순 전 서울시장, 정균환 민주당 원내총무, 김상현 민주당 의원 및 일반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과 자녀들이 고인의 생전 영상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참담한 심경을 어떻게 달래야 합니까"
손길승 전경련 회장 추도사 <전문>

▲ 조사를 낭독하는 손길승 전경련 회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몽헌 회장님, 도저히 믿기지 않은 비보에 황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데 오늘 회장님의 영전 앞에 다시 서니 가슴이 메어질 뿐입니다. 어렵고 혼란한 시기에 우리는 지금 유능하고 헌신적인 기업인이자 남북한 경제교류의 선구자를 떠나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 안타까움과 비통함을 어찌 다 추스를 수 있겠습니까?

정몽헌 회장님, 회장님은 우리나라 경제가 한창 도약기를 맞이하던 70년대 중반부터 현대그룹의 산업현장과 경영일선에서 사려 깊고 멀리 앞을 내다 볼 줄 아는 경영인으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으로서 역사적인 사명감을 갖고 금강산 육로 개통과 개성공단 개발을 위해 동분서주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 다시는 뵐 수 없게 되었다니 이 참담한 심경을 어떻게 달래야 합니까.

돌이켜 보면 남북교류와 협력의 여정에 회장님의 손길,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회장님은 육로와 바닷길을 열어 분단된 민족이 화합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개성공단은 앞으로 남북한 경제협력과 민족통일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정몽헌 회장님, 회장님이 이루어 놓으신 일들은 우리 민족의 앞날을 위한다는 신념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버거운 짐을 혼자 감당하며 여기까지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하실 일이 많이 남아 있는데 왜 이렇게 홀연히 떠나셔야 했습니까? 기업인으로서 이제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때에 이렇게 꼭 떠나셔야 하셨습니까? 이제 누가 회장님의 빈자리를 대신 한단 말입니까? 같은 기업인의 길을 걷고 있는 저로서도 회장님이 겪은 그간의 외로움과 통한을 다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회장님의 영전을 대하는 마음이 더욱 애통하고 편치 않습니다.

회장님이 생전에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서 진력하시다 못 다 하신 일은 이제 남아있는 우리 기업인 모두의 몫입니다. 우리 기업인들은 회장님의 뜻과 같이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회장님이 생전에 그렇게 염원하시던 남북한 경제교류를 통한 평화정착과 궁극적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회장님께서 일찍이 앞날을 보고 뿌려 둔 씨앗은 반드시 민족의 통일과 후세의 번영을 위한 큰 버팀목으로 자라나야 합니다.

정몽헌 회장님, 이승에서의 모든 고뇌와 슬픔을 이제 내려놓으시고 영면에 드시기를 삼가 바라옵니다.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2003년 8월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길승


<제17신 : 7일 오후 6시>

현대아산 "9일, 10일 금강산 관광 취소"
북측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 등 추모행사 참석


현대아산측은 "금강산 현지에서 협의가 지연돼 9일, 10일의 금강산 관광이 취소됐다"며 "11일 방북 때 추후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아산측에 따르면, 북측에서는 이날 오후 4시 북측 주민 100명, 현대아산 직원 10명이 참여한 가운데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한 추모행사가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방종삼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 총사장, 허혁필 민족화해협력협의회 부위원장, 이종관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송호경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서로 열심히 해서 사업을 꼭 성공시키자"며 "이번 관광 중단은 순수하게 고인을 애도하는 뜻으로 조선의 풍습대로 경건하게 치르자는 것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 아산병원 동관 주차장에서는 내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될 영결식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무대 위 제단은 국화꽃과 잎으로 장식했으며 가운데 대형영정이 놓인다. 무대 양옆으로 스피커와 대형 스크린이 마련되어있다.

영결식장 설치를 맡은 이벤트회사는 비가 올 것에 대비, 높이 15m, 가로 40m, 세로 55m 규모의 대형 아치를 설치하고 있다. 오늘 중으로 이 아치를 모두 조립해 천막을 덮을 예정이다. 영결식 행사장에는 모두 1200석이 마련될 예정이다.

아치를 설치하고 있던 직원은 "4일 오후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차장 입구에는 "6일 오후 4시부터 8일 오전 10시까지 주차장을 임시 폐쇄한다"는 공지가 붙어있고 병원 환자들이 주차장 너머 벤치에 앉아 설치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현대아산측은 이날 북한에 설치될 고 정몽헌 회장 추모비 도면을 최종 발표했다. 추모비는 화강석으로 폭 3m, 높이 2m20cm 규모. 무게는 8t이며 11t 트럭으로 운반해 북측 50t 크레인을 이용해 설치할 예정이다.

▲ 5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고 정몽헌 회장의 빈소에 각계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16신 : 7일 오후 5시> - 빈소 상황

검찰 조문 "수사는 가혹했다고 보지 않는다"


7일 고 정몽헌 회장 장례식 4일째. 8일 영결식을 앞둔 현대아산 측은 이날 오후 1시 40분께 영결식 일정을 확정했다.

영결식은 8일 오전 8시부터 아산병원 잔디광장에서 한 시간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하관시간을 고려해 현대 계동 사옥에서 진행할 계획이던 노제는 취소됐다.

조문 마지막날인 7일 오후 3시45분경 김종빈 대검차장, 유성수 감찰부장이 고인의 빈소를 찾아 15분 가량 유족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 대검차장은 "무리한 검찰 수사가 이번 죽음의 원인이었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차피 수사를 해야하는 입장이고, 절차에 따라서 했다. 여러 모로 검토해봤지만 지나치거나 가혹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차장은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 밝힌대로, 장례가 끝나는대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김 차장과의 일문일답.

검찰 고심 끝에 조문 결정

검찰은 7일 오전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한 문상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문상여부는 물론 누가 가느냐에 대해서도 대검간부들의 논의가 진행됐다.

대검 중수부의 현대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정 회장 자살의 한 원인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대검 간부들이 문상을 할 경우 검찰이 그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망자에 대한 문상은 당연한 도리라는 방향으로 결정을 냈다. 송두환 대북송금 사건 특별검사가 문상한 것도 검찰의 조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종빈 대검차장과 같이 조문에 나선 유성수 대검 감찰부장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유 감찰부장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서울대 기계공학과 후배이며, 사법시험 합격 전에 현대건설에서 김 사장과 같이 근무하기도 했다.
/ 황방열 기자
- 총장님을 대신해서 왔나?
"대신해서 왔다."

- 유족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얘기보다는 명복을 비는 말씀을 드렸다."

-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처음 밝힌대로 장례가 끝나는대로 수사를 계속할 것이다."

- 12시간동안 3번 수사를 한 것이 고인의 죽음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가 있다. 검찰 수사 때문에 고인이 돌아가셨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어차피 수사를 해야하는 입장이고, 절차에 따라 했다. 무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로 검토해봤지만 지나치거나 가혹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 조문 결정은 어떻게 내려졌나
"수사 중이지만 고인이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을 많이 한 분이고, 우리도 인간적으로 조문을 가는 게 좋다고 얘기했다."

- 마지막 날 오신 이유는 무엇인가?
"…."

- 총장님 지시로 온 것인가?
"총장님 지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오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가 됐다"

- 총장님은 왜 오지 않았나. 총장님이 전한 말씀은 없었나?
"…."

"각 당 대립이 고인 욕되게 만든다"
"투명한 관계 수립해야 대북관계 가능"


이외에도 이날 빈소에는 이미경 의원과 박근혜 의원이 찾아왔다.

이미경 의원은 "각 당의 대립은 오히려 고인을 욕되게 만든다. 특히 한나라당은 특검에 대해 정략적 의도를 갖고 있다. 고인 앞에서 과연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또한 "북핵문제도 해결되고 있으니 대북사업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기업 컨소시엄'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박근혜 의원은 "국민의 의혹이 있는데 공감대를 갖고 대북사업을 풀어갈 수 있겠냐"며 "당장 주춤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투명성있는 대북관계 수립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한 "현재 북핵위기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대북지원을 서둘러 추진할 경우 안보와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윤규 사장과 함께 점심을 먹던 도올 김용옥씨는 "내일 추모사에 '정 회장의 죽음은 역사적인 죽음이고 공동체가 해결해야할 것을 한 몸에 지고 가셨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발혔다.

김씨는 "정 회장은 대북사업이 좌절되어 가신 것이 아니다. 대북사업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북핵문제나 국제정치역학이 막고 있어서 그렇지 대북사업은 잘 풀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청 피켓시위 하고 싶다"는 주부부터
"대북사업추진, 본심 아니다"라는 참전용사까지


재수생, 주부, 참전용사 등 다양한 계층의 일반인 조문객들도 빈소를 찾았다.

오전 9시 20분경부터 조문에 참여한 재수생 송동민(19)씨는 전날 빈소를 찾았다가 간편한 차림이 맘에 걸려 흰 바지와 남방을 입고 다시 빈소를 방문했다. 송씨는 "가족들은 피서를 갔는데 TV를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파서,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조문을 왔다"며 "회장님이 너무 안타깝게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김포에서 온 주부 정경희(43)씨는 "정 회장은 부처님같은 분이다. 검찰청 앞에서 피켓시위라도 해야하는데… 마음이 아프다"라며 울먹였다. 정씨는 같이 온 세 아이들을 가리키며 "아이들을 데리고 와 '뜻있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Freedom is not free', 'Korea war' 등의 글자가 적힌 모자를 쓰고 나타난 이치업(81)씨는 참전용사였다. 자신을 육사 1기생으로 소개한 이씨는 "국민과 정부가 속아넘어가고 있다. 공산주의는 말이 다 거짓이고 미국 사람 없으면 내일 다 내려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정 회장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부가 멍텅구리고 북한이 나빠서 이렇게 됐다"며 "유서에 대북사업을 계속하라고 한 것은 흥분된 상태에서 죽음을 앞두고 쓴 것일뿐, 본심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15신 : 7일 오전11시 >

정 회장 추모 남측 방북단 출발 일정 11일로 연기


고 정몽헌 회장의 금강산 추모비 건립식에 참가할 남측 방문단의 출발 일자가 오는 10일에서 11일로 연기됐다고 현대아산이 밝혔다. 방문일정도 기존의 1박2일에서 하루로 축소됐다.

일정이 축소된 이유에 대해 현대아산측은 "하루로 충분한 일정이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고 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11일 추모행사는 금강산 온정각에서 진행되며, 동해선 육로로 이동하게 된다.

한편 금강산 북측 추모행사는 7일 오후4시 김정숙 휴양소에서 진행되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호경 부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제14신 : 6일 오후 8시 10분>

강희남 목사 ·최열 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 조문 '눈길'


밤이 되면서 다시 조문객들이 많아졌다. 이날은 정치권 인사보다 현대 계열 임직원이나 운동선수들의 단체 조문이 많았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례적으로 문상을 와 눈길을 끌었다.

오후 3시께에는 강희남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명예의장이 한복 두루마기 차림으로 빈소를 찾았다.

강 의장은 "우리도 열심히 하지만 그분들(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하신 일의 1000분의 1도 못 미치는 것 같다"며 "통일운동세력이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후 평양에서 열릴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민족대회'에 고인에 대한 추모행사도 할 수 있다. 북한 측에 말만 잘하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오후 5시 10분께 빈소를 방문해 2시간 넘게 술을 마시며 현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최 대표는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도 조문을 가는 게 도리 아니겠냐고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원순 이사 역시 내일 중 빈소를 방문한다는 전언이다.

최열 대표는 "정부가 할 일을 기업인이 했는데 검찰이 이를 파헤치자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이 일로 북한 지원 여부에 대해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 대표는 또한 기자들에게 "저희 연배는 누구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정몽헌 회장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빈소를 나오며 김윤규 사장과 "함께 해야지요", "도와주십시오"라는 인사를 주고 받았다.

빈소 앞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명의의 화환도 놓여 있다.

북측에서도 800여명 조문객 발길 이어져

운동선수로는 오전 현대 여자농구단에 이어 현대 여자배구단과 기아 야구단 선수들이 빈소를 찾았다. 기아 타이거스 선수 30여명은 검은 양복에 운동화를 신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종범 선수는 "정 회장님과는 식당에서 한 두 차례 만났지만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 체육문화에 이바지하고 운동을 많이 좋아한 분이라 존경하고 있다"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현태, 강인철씨 등 상주인 정영선씨의 학급 친구들도 7∼8명씩 빈소를 찾았다. 이들은 "영선이는 조용하고 (집안 재력에 대해) 과시를 안 하는 편"이라며 "웃는 얼굴로 학교에서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금강고려화학 등 현대계열 그룹의 임직원들도 30∼50명씩 줄지어 방문해 빈소 앞을 가득 메웠다.

한편, 북측에서도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한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현대측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까지 800여명의 조문객이 북측 빈소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사업소에서는 500여명의 관광객과 현지 직원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또 오후 5시에는 북측 관광총회사, 금강총회사, 백두무역총회사 등 단체 조문이 있었으며, 20여명의 북측 인사가 단체조문에 참여했다.

평양 시내 문수리초대소에 꾸려진 빈소에도 40여명의 인사가 조문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관계자 4명이 찾아와 헌화하고 영정 앞에 목례했다.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은 방문해 "모든 사업이 잘 될 거라 예견했는데 이렇게 비보를 접하게 되어 너무나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부흥건설총회사, 백두산건축연구원,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 민경련 인사들도 평양 빈소를 찾았다.

이밖에 베이징에서도 100여명의 조문객이 고 정몽헌 회장의 빈소를 찾았으며, 7일과 8일에는 주중 한국대사가 정 히장의 빈소에 조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13신 : 6일 오후4 시> - 송두환 특검 조문

대북송금 사건 송두환 특검 빈소 방문
"남북경협 사업 중단 없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대북송금사건의 특검수사를 지휘했던 송두환 특별검사, 김종훈 특별검사보 등 3∼4명 일행이 오후 3시 10분 고 정몽헌 빈소를 방문했다.

오후 3시 30분경 빈소를 나선 송 특검은 "고인은 소탈하고 가식없는 분"이라며 "고인의 유지가 잘 이어져서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중단없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특검은 "과도한 특검이 정몽헌 회장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하기에는 적당한 주제가 아니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기자들이 송 특검에게 한꺼번에 몰리면서 빈소 앞 엘리베이터 앞 통로가 가로막혔고 현대직원들의 부탁에 따라 인터뷰는 1층에서 이루어졌다. 기자들은 더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함께 있던 김종훈 특별검사보가 "이제 됐죠"라며 인터뷰를 끝냈다.

다음은 송 특검과의 일문일답

- 고인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잠시나마 대화를 나눈 기억에 의하면 소탈하고 가식없고 그런 분으로 안다. 선친의 유지를 따라 남북 경협을 활짝 꽃피워 보고자 하는 의욕이 있었다"

- 과도한 특검 수사가 이번 죽음을 초래했다는 의견이 있다.
"그건 잘 모르겠고,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적당한 주제가 아니다. 다만 유족들에게 통절한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고,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인의 유지가 남은 이들에게 잘 이어져서 뜻했던 바대로 경제협력사업이 중단없이, 기업차원에서라도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그것이 길게 봐서 남북관계 진전이고, 더 길게 보면 한국인을 하나되게 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김윤규 사장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고인을 애도한다는 뜻을 표했고, 그 유지를 받들자고 얘기했다."

웃음 가시고 입다문 정 회장 사진
정몽헌 회장 영정 사진 왜 바꿨나

▲ 5일 오전 바뀐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영정 사진. 밝은 표정의 처음 사진(왼쪽)에 대해 너무 표정이 밝다는 지적이 있자 5일 오전 영정사진이 교체되었다.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에 마련된 고 정몽헌 회장 빈소에는 3개의 영정이 등장했다.

첫날 영정사진 속에서 정 회장은 활짝 웃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고인의 영정은 굳게 입을 다문 사진으로 교체됐다. 그리고 3일째에는 현대직원들이 가로 1.5m, 세로 2m 넓이의 대형영정을 들고 빈소 앞을 오갔다. 이 대형영정 역시 굳은 표정의 사진이었다.

현대아산 측은 이에 대해 "첫날 문상을 모두 마치고 둘째날 새벽 영정을 교체했다. 대형영정은 8일 영결식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정을 교체한 것은 "고인의 표정이 너무 밝다"는 유족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첫날 영정은 갑작스러운 장례 준비로 인해 빨리 준비할 수 있는 사진을 먼저 뽑아낸 결과라고 한다. / 권박효원 기자


<제12신 : 6일 낮 2시>

거물급 인사는 줄고 일반인 조문 늘어나


이날 빈소는 전날에 비해 한산한 편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정동영·이상수·조배숙·정의화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고, 나웅찬 신한금융지주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빈소에서 유족들을 위로했다. 리비아와 수단 대사 등의 외교사절과 탤런트 강부자씨도 모습을 나타냈다.

정동영 의원은 "정 회장의 죽음은 비극이다. 남북 교류협력 외에는 고통을 이길 다른 방법이 없다"며 심경을 전했다.

오전 10시 20분에는 통일애국단체로 이루어진 '세계평화봉사단' 이갑수 회장이 유족들을 방문해 '통일기반조성상'과 메달을 고인의 아들인 영선군에게 수여했다. 이 회장은 "고인이 회사의 안정과 민족역량 결집에 진력함으로써 통일기반 조성에 거대한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는 거물급 인사들의 조문이 줄어든 반면 일반인들의 조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향민 남상진(70)씨는 "고향인 개성에 갈 믿음이 있었는데 허탈하다"며 "정 회장은 좋은 일을 하다가 갔다. 영정 앞에서 하던 일을 마저 다했으면 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정 회장을 존경해왔다"는 김영구(46)씨는 기자에게 "일반인도 조문할 수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김씨는 역시 "정 회장님의 대북사업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어느 정도는 특검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엔진을 조립한다는 황두식(47)씨 역시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현대맨은 영원히 현대맨이다.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뜻을 이어받은 정몽헌 회장님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황씨는 "현대가 남북경헙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껴왔다"고 덧붙였다.

현대측은 8일 발인 때 사용할 가로 1.5m, 세로 2m 크기의 대형 영정을 준비하고 있다.

<제11신 : 6일 오전 11시> - 조문 현장

김경재 의원,"대통령 통치행위, 사법적 잣대 부적절"
허바드 주한미대사 "정 회장 공헌 오랫동안 기억될 것"


5일장으로 예정된 고 정몽헌 회장의 장례식 3일째. 6일 조문은 오전 9시가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순 전 총리와 김경재 의원 등 정치인들과 주한 미대사를 대신한 에릭 존 전시참사관이 빈소를 찾았다.

특히 토마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는 참사관을 통해 김윤규 사장 앞으로 조문을 보냈다. 허바드 대사는 이 조문에서 "정몽헌 회장의 죽음에 큰 슬픔을 표한다. 한국과 세계에 대한 그의 공헌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나의 깊은 애도가 김 사장과 현대아산 모두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순 전 총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몽헌 회장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고,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사법적 잣대로 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법적·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현대산업개발 여자농구단 코치 및 선수 7명이 빈소를 찾았고, 서울아산병원 직원 35명도 줄지어 빈소를 방문했다. 단체 조문객들이 몰려올 때는 줄이 빈소 바깥으로 20m 가까이 늘어서기도 한다.

정몽준 회장 등 유가족들은 오전 일찍 빈소에 나와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정몽준 회장은 전날 오후 11시 빈소를 떠나 잠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측은 각 사별로 직원들을 3개조로 나누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제10신 : 5일 밤 10시 20분> - 빈소 상황

밤8시경 유족들 성복제, 직원들은 영좌의식 가져
김윤규 사장 "회장님이 모든 것을 막으려고 가셨다" 보도 부인


정 회장 빈소에서 유족들은 저녁 8시부터 10분간 성복제를 가졌다. 성복제란 상복으로 갈아입는 의식으로, 여자들은 소복을 입고 남자들은 삼베 두건과 완장 등으로 상중임을 나타낸다.

고 정몽헌 회장의 친인척 30여명은 모두 성복제에 참여했으며, 부인 현정은씨와 자녀들은 흐느끼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채 손을 바닥에 짚고 고개를 숙였다. 정몽준 회장은 비교적 침착한 표정이었다.

직원들은 저녁 7시 20분부터 50분까지 제단의 촛불을 교체하는 영좌 의식을 가지고 사과, 배, 약과, 대추 등으로 이루어진 제사상을 차렸다.

성혼제가 끝난 저녁 8시부터 다시 조문이 시작됐다. 이날 조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사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저녁 9시 40분께 빈소를 찾은 정형근 의원은 햇볕정책과 북쪽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형근 의원은 "전도양양한 기업인이 불상사를 당해서 안타깝다"면서, "왜 돌아가셨는가를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을 비판한 것과 관련 "후안무치하며, 대남전략적인 발언"이라며, "현대는 순수하게 통일을 위해서 노력했는데, 북한이 이를 이용하고 돈을 빼먹기만 했다"고 말했다.

정형근 의원은 이어 "북한에 이용되는 햇볕정책은 재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와 '6.15 정신실천을 위한 시민단체·국회의원협의회' 관계자 6명도 빈소를 찾았다. 이 교수는 "오는 13일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6.15실천선언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고 정주영 회장의 묘소가 있는 하남시 현대농장 인근 주민 5명도 빈소 앞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드렸다. 이들은 "카톨릭 신자라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정몽헌 회장을 본 적은 없지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김윤규 사장은 전날 임동원 전 국정원장에게 "회장님이 모든 것을 막으려고 가셨다"고 말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몽준 회장 역시 "김 사장이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 1층에 있는 상황실은 원래 장례식장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하는 곳이지만 지금은 정 회장의 장례상황을 준비하는 상황실로 사용되고 있다. 관계자 3∼4명이 이 곳에서 분주히 장례 관련 서류를 챙기고 있다.

공식적인 조문 마감시간인 밤 11시가 다 되어가지만 조문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 상황. 현대측에 따르면, 5일 오후 3시 현재까지 방명록에 이름을 남긴 조문객들은 2,000여명. 단체로 오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실제로는 훨씬 많은 조문객이 빈소를 찾았다는 것이 현대측의 설명이다.

<제9신 : 5일 저녁 8시 10분> - 현대아산 브리핑

현대아산, 9일부터 금강산관광 정상화추진


현대아산은 정몽헌 회장의 죽음으로 일시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관련 "오는 9일부터 금강산관광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 아태 위원회로부터 5일 오전 정 회장의 죽음을 추모하는 뜻에서 금강산관광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관광중단은 고인의 뜻이 아니므로 계속하자'는 뜻을 전달했다"며 "오후 6시 30분 현재 북측이 "제안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현대 아산은 "일단 2박3일인 6일 항차(570여명 예약)와 3박4일인 7일 항차(170여명 예약) 등 총 2회 관광 취소를 확정했다"면서 "9일에 관광을 재개할지 여부는 북측과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제8신 : 5일 오후 7시> - 빈소 상황

오후 8시 정회장 시신 입관...백기완 이홍구씨 등 조문


아산병원 3층에 마련된 빈소에서는 오후 8시부터 고 정몽헌 회장 시신의 입관이 진행될 예정이다. 유가족과 친인척들은 마지막으로 고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오후 7시 15분경 경호원과 함께 지하 2층 안치실로 내려갔다.

현재 빈소는 잠시 조문을 멈춘 상태. 입관을 마친 뒤 제사를 지낼 예정이며, 유족들이 자리를 비운 빈소에서는 장례식장 관계자들이 상차림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빈소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조문객들이 방문했다. 수행원들을 이끌고 병원을 찾는 기업 대표들이 많은데다 현대직원 100여명이 빈소 앞 로비에 나와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날 빈소에는 백기완 선생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오후 6시 25분부터 오후 7시까지 유족과 만난 백 선생은 "이것은 그냥 비극이 아닌 강요된 비극"이라며 "이 일을 계기로 강요된 비극을 물리치는 슬기를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홍구 전 총리는 "이제 남북관계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91년 기본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이 사문화되어서는 안된다"며 북핵문제를 언급했다. 이 전 총리는 "곧 6자회담이 가닥을 잡는데, 이럴수록 모든 것을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7신 : 5일 오후 4시 50분> - 빈소 표정

11-12일 금강산 찾아 유품 안치 예정


현대아산 측은 8월 10일과 11일, 1박 2일 동안 금강산에 유족과 친지, 회사 관계자와 기자들이 금강산을 방문, 고인의 유품을 안치할 예정이다. 현대 측은 이날 오후 임시기자실에서 현대아산 출입기자단을 중심으로 제비뽑기로 10명의 금강산 방문 기자단을 구성했다.

한편, "특검수사가 정몽헌 회장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국민여론이 거세어지는 가운데, 이날 빈소를 찾는 정치인들도 특검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였다.

김경천 민주당 의원은 "결국 특검이 그(정 회장)를 죽음을 몰고갔다"며 강하게 특검의 책임을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특검을 진행한 쪽에 책임을 물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그렇게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혁국민정당 대표인 김원웅 의원은 "특검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 누구나 이번 죽음에 책임이 있지만 특검을 주장한 쪽에 더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특검책임론'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그러나 "이 자리에서 책임질 특정인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렸다.

김 의원은 또한 "금년초 논의된 남북협력기금 200억이 묶여있는데, 이 부분을 줄 수 있도록 정치권이 노력할 뜻을 유족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 5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정몽헌 회장의 빈소에 조문온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왼쪽)이 정몽준 의원을 위로하고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오후 들어 재계 관계자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윤종용 삼성생명 부회장과 함께 오후 2시 24분경 모습을 나타냈다. 이 본부장은 "정 회장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충격이 크다. 재계가 여러 부분에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사장,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이 이날 고인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으고있는 이익치 회장은 아직까지 빈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방명록을 관리하던 현대 측 관계자은 "이 회장이 방문한다는 연락은 없었다. 아마도 여기에 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오후 2시 30분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빈소를 찾았다. 정몽구 회장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과 마찬가지로 방상훈 사장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했다. 지인들도 오후부터 빈소를 방문했다. 오후 2시경에는 상주인 정영선 군의 초등학교 동창과 경복고 학급 친구들이, 오후 4시경에는 고인의 보성고등학교 동창 30여명이 각각 빈소를 찾았다.

현대 직원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빈소에서 조문객 안내와 집기 및 방명록 관리 등의 역할을 맡아 일하고 있다. 한 현대자동차 직원은 "평직원들은 하루씩 돌아가며 병원에 나오고, 임원들은 매일 빈소에 나올 예정이다. 임원들은 이 근처 여관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전했다.


<제7신 : 5일 오후 3시 10분> - 대검 상황

검찰 "고 정 회장 친구 박씨 김영완 사건 관련 없어"


지난 4일 자정께 고 정몽헌 회장의 고교친구인 박아무개씨를 소환해 조사했던 대검중수부(부장 안대희 검사장)는 "현대비자금 '150억원+α'사건과 관련해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없다"며 5일 새벽 1시 30분경 귀가시켰다.

대검 관계자는 5일 오후 "애초 3일 출국예정이었던 박씨가 출국을 미뤄 현대비자금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심을 갖고 그를 조사했다"며 "박씨에 대한 조사에서 의심할 만한 부분이 없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거나 재소환할 필요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2000년 현대가 대북 송금을 할 당시 현대상선 미주본부장을 지냈고, 지금도 미국에서 현대상선 관계사 사장으로 있어 고 정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박씨는 자금쪽이 아니라 인력관리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박씨가 고 정 회장과 김영완씨의 전화통화를 주선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미국 체류중인 김영완씨의 조기 귀국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고 정몽헌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3층 한켠에 조화들이 세워져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6신 : 5일 오후 2시 20분> - 빈소 상황

"아까운 분이 돌아가셨다"... 시민들도 빈소 찾아 추모
이재오 의원은 'DJ정부 책임론' 주장하기도


고 정몽헌 회장의 빈소에는 정·재계 인사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추모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빈소에는 언론을 통해 고 정 회장의 빈소가 현대 아산병원에 마련된 것을 알게된 시민 10여명이 찾았다. 이들은 포토라인 바깥에 늘어서서 멀리서나마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또 시민 중 일부는 영정 앞으로 다가가 조화를 바치거나 또 고인의 생전 활동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시민 손효래(56)씨는 "아산병원에 한달에 한번씩 진료를 받으러 오는데 장례식장이 차려진 것을 알고 들렀다"며 "정 회장은 통일도 할 수 있었던 사람인데…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손씨는 누차 "아까워… 너무 아까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곁에 있던 손씨의 딸 장효진(27)씨도 "가까운 친척이 돌아가신 것 보다 더 안타깝다. 야당이 죽인 것"이라고 심경을 나타냈다.

고 정 회장의 영정에 조화를 바치고 나오던 시민 천정랑(66)씨는 "아들이 현대건설에 다니는데 홍콩에 있어서 오지 못한다"며 "직원 가족으로서 손이 모자라면 도와주려고 주방에 가서 일을 돕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씨는 눈시울을 붉히고 "특검만 없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어제는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이 너무 커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날 빈소에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이재오 한나라당 의원·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다녀갔다.

이날 낮 12시30분께 빈소에 도착한 이재오 의원은 "아까운 분이 돌아가셨다. 나라의 큰 손실이다. 김대중 정부의 정책과 관계없이 남북화해와 협력에 기여를 많이 하신 분인데, 그 결실을 못 보고 타계하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김대중 정부가 책임질 문제를 개인이 지고 죽은 것"이라며 이성헌 의원과 마찬가지로 'DJ 책임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오후 1시20분께 도착해 약 20분간 머물다 갔다. 진 전 부총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온 분인데 명예회장의 뜻도 잇지 못하고 좌절돼 아타깝다"며 "더 투명한 국민합의를 바탕으로 남북화해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부총리는 이어 불거지고 있는 책임론에 대해서는 "고인이 가셨으니 장례를 마칠 때까지라도 싸움을 붙이지 말고 기다리자"며 "지금 누구 책임인지를 가리는 데 급급한다면 우리 국민의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인 이상룡씨도 조문을 마쳤다. 이씨는 "고인도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며 "나도 7년 전에 '사기설'에 휘말려 봐서 안다. 나도 그때 세상과 하직하려고 한 적이 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도 빈소에 모습을 나타냈다. 홍 회장은 이날 오후 1시40분부터 약 15분간 머물다 돌아갔는데 정몽구 회장이 이례적으로 엘리베이터까지 그를 배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조문객이 잠시 뜸하자 현대 계열사 간부 등 친인척은 따로 밖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 때 잠시 빈소 밖에 나왔던 김윤규 현대 아산 사장은 '좀 쉬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잠이 오지 않아 벽에 기대 간간이 눈을 붙이면서 밤새 빈소를 지켰다"고 답했다.

<제5신 : 5일 오전 11시 30분> - 빈소 상황

김옥두 이수성 최불암 등 정관계인사 조문 이어져


5일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에는 정, 관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 10시 30분께 빈소를 찾은 민주당 김옥두 의원은 "조국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 분인데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정 회장을 개성 착공식에서 만났는데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일은 많이 하겠다'고 말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이어 특검 수사가 너무 과하지 않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의원은 "(대북사업을)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도 "역사속에서 재평가 받을 것"이라며 "언젠가 남북이 함께 살아야 할때를 대비해 정 회장이 물꼬를 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전 총리는 빈소에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에게 '하늘이 안다'고 이야기하자, 김 사장이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시께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정 회장은 좋은 취지로 노력했는데 김대중 정부가 이를 이용해 결과적으로 불행한 일이 생겼다"며 "개인적으로 (정 회장이) 선배인데, 작년 10월에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으로 말할 수 없어 착잡하다. 고인의 뜻이 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국민 모두가 충격에 잠겨있고, 죽음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각이 있지만 지금은 애도를 표할때"라며 말을 아꼈다. 김 의원은 또 "대북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 없지만 민주당 모든 의원들이 조문을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상천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이 슬퍼하고 있다"면서 "당 차원에서 대북사업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정 회장의 선배라고 소개한 최불암씨는 "너무 아까운 나이에 갔다. 열심히 일할 나이인데"라며 "정 회장은 머리 좋고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에는 한명숙 환경부장관을 비롯해, 김민석 전 의원 등이 조문을 했으며 에콰도르, 온두라스, 파라과이 주한 대사 등 외국사절의 조문도 이어졌다. 언론계에서는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이 빈소를 찾았으며 이날 오후에는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사장 등도 조문할 예정이다.

재계 조문인사... 이건희 회장 대신 이재용 상무 조문

정관계에 이어 재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다.

4일 전경련 손길승 회장과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빈소를 찾은데 이어 5일에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질 예정이다. 또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과 심이택 사장 등도 빈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4일 오후 4시께 손길승 회장을 비롯해 김각중 명예회장, 현명관 부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과 SK계열사 사장단이 빈소를 찾았으며,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우리나라에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데 젊고 유능한 기업가를 잃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애도를 표했다.

또 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공회의소 명예회장과 김창성 경총 회장 등도 이날 저녁 빈소를 찾았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밤 11시께 장례식장을 찾아 헌화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빈소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을 비롯해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준 의원 등 정씨 형제들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현대차그룹 계열의 INI스틸 유인균 회장, 현대하이스코 윤명중 회장 등이 지키고 있다.

▲ 4일 새벽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계동 사옥 12층 사무실에서 투신자살했다. 서울아산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에 김대중 전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져 있다.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제4신 : 5일 오전 10시> - 현대아산 브리핑

북, 조문단 파견 않고 평양-금강산 등서 자체 추도행사
현대 "고인 유지 받들어 관광사업 등 차질없이 진행을"


현대차, `대북사업 참여 안한다'
가정사 책임지되 계열사 문제 관여 안해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 그룹이 5일 대북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 그룹은 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현대그룹 계열사 향배에 대해서도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현대차 그룹이 이같은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맏형으로서 가정사(事)의 책임은 지되 사업 부문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선을 분명히 긋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대차 그룹은 대북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 대해 확고하다"며 "정몽구 회장은 이전에도 이같은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으며 정몽헌 회장의 사망소식을 접한 후에도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고위 관계자는 "대북사업 참여 여부는 `사소한 정'에 이끌리기 보다는 철저한 시장경제 논리에서 봐야 하는 문제"라며 "현대차가 대북사업을 맡게 될 경우 외국인 주주들이 다 빠져나가게 될 것이며 금융상에도 큰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대북사업은 결국 정부의 몫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북측의 '성명' 발표에 대해 현대아산측은 "5일 오전 북측에게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관광사업 및 향후 행사 등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 홍보팀 육재희 과장은 5일 오전 9시 40분경 브리핑은 통해 "북측 아태(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고인에게 예의를 다하기 위해 금강산 관광 임시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측 역시 조문에서 고인의 뜻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고 있어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아산은 또한 "이미 북측 인사들이 평양체육관과 금강산에 마련된 현대측 분향소에 찾아와 추모연설을 하고 있으며, 이후 금강산에서 대규모로 추도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측은 "정몽헌 회장을 추모하는 여러 행사로 하여 조의방문단이 서울에 가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고 알려왔다. 아직 북측의 추모행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북측은 또한 "금강산에 유품을 안치하며 추모비를 세우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러한 의사에 따라 현대측은 장례 후 빠른 시일내에 유가족, 친지, 기자단을 구성해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북측 아태와 민족경제협력련합회,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는 이날 오전 향후 일정과 함께 조문을 보내 "정몽헌 선생은 북남경제협력의 첫길을 여는데 이바지한 개혁자"라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한편, 현대아산병원 3층에 마련된 빈소는 공식적인 조문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로 정하고 있어 아직까지 한산한 편이다. 가끔 친인척들이 빈소를 찾고 있으며 정세영 명예회장, 정몽준 회장, 정몽근 회장, 김윤규 사장, 고인의 부인인 현정은씨 등이 접견실에서 이날의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오전 7시 경부터 기자들은 33호 임시기자실에서 조간신문을 훑어보거나 기자식당으로 배정된 34호실에서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준비했다. 기자실은 다소 추운 편이라 미처 겉에 입을 옷을 준비하지 못하고 야간당직을 선 기자들은 지난밤에 신문지를 덮고 잠을 자기도 했다.

▲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 북측 관계기관에서 5일 유가족과 현대아산측에 조전을 보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다음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 민족경제협력련합회 등에서 보내온 4통의 성명 가운데 아태측이 보내온 두 건을 소개한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 귀하

우리는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이 뜻밖에 사망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현대아산 직원들과 고인의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입니다.

정몽헌 선생은 얼어 붙은 민족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민족공동의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북남경제협력의 첫길을 여는데 이바지한 개혁자로서 선생이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위해 민족앞에 세운 훌륭한 공은 우리의 마음속에 길이 남아있을것입니다.

우리는 현대아산과 유가족들이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정몽헌 선생이 남긴 애국애족의 뜻을 훌륭히 이어가리라고 믿습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주체 92(2003)년 8월 5일


정몽헌 회장의 추모와 관련한 아태일정을 다음과 같이 알립니다.

1. 금강산에서 아태 부위원장의 참가하에 정몽헌 회장을 추모하는 추도회를 큰 규모에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2. 평양과 금강산에 차려 놓은 현대측 분향소에 아태를 비롯한 해당 일군들이 찾아가 조의를 표시하게 됩니다.

3. 금강산에서 현대측이 하는 추념식에 우리 해당 일군들이 참가하여 추모연설 할 것도 예견하고 있습니다.

4. 금강산에 유품을 안치하며 추모비를 세우는데 동의합니다.

5. 정몽헌 회장 선생의 사망과 관련하여 아태의 립장을 밝히는 대변인 성명도 발표하게 됩니다.

※ 정몽헌 회장을 추모하는 여러 행사로 하여 조의방문단이 서울에 가는 것은 어렵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아태 주체 92년 8월 5일



<제3신 : 5일 오전 8시 20분> - 북한측 조문

북, 금강산 관광 임시 중단... 아태위 등 유가족에 조전 보내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4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사망과 관련, 금강산관광을 임시 중단할 방침임을 밝혔다.

또 아태평화위와 관계단체, 기관에서는 5일 유가족과 현대아산측에 조전을 보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아태평화위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발표, "정주영 선생의 뜻을 이어 민족공동의 번영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헌신하여 온 정몽헌 회장선생의 사망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우리는 남조선 동포형제들에게 민족의 명산인 금강산을 보여 주려고 그토록 애쓰던 정몽헌 회장선생이 애석하게도 남조선 형제들의 곁을 떠나간 형편에서 그를 추모하는 아픈 마음으로부터 조의기간을 포함하여 일정한 기간 금강산관광을 임시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고 중앙통신이 5일 전했다.

성명은 또 "북남사이의 화해와 단합, 경제협력을 위하여 커다란 공헌을 한 정몽헌 회장선생의 뜻하지 않은 사망은 실지에 있어서 자살이라고 할 수 없다"며 "그것은 북남관계 발전을 달가워 하지 않는 한나라당이 불법 비법으로 꾸며낸 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북남관계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의 첫 막을 올린 당사자가 타살됨으로써 금강산관광을 포함한 북남협력사업들은 그 전도를 예측할 수 없는 일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면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협력과 통일을 위한 길에는 가슴아픈 희생도 있고 난관도 있을 수 있지만 6.15 북남공동선언의 기치높이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나라의 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이룩해 나가려는 우리의 힘찬 전진은 그 무엇으로써도 멈춰 세울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은 지난 99년 6월 북측이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씨를 억류하면서 40여일간 중단됐고 올 4월 사스(SARS.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60여일중단된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아태평화위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과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에게,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에서는 현대아산에 5일 각각 조전을 보냈다.

조전들은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이 뜻밖에 사망하였다는 비보에 접하여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정몽헌 선생이 분열의 장벽을 허물고 민족공동의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북남경제협력의 개척자로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위한 성스러운 위업에 커다란 기여를 한데 대하여 지적하였다"고 통신은 밝혔다.

이어 "선생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애국애족의 마음은 우리 모두의 추억속에 길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현대아산과 유가족들이 정몽헌 선생이 남긴 애국애족의 뜻을 변함없이 이어 가리라는 확신을 표명하였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남한 인사의 사망에 대해 조전을 보낸 경우는 정 명예회장 부자 외에도 몇 차례 있다.

지난 94년 1월 문익환 목사, 2000년 1월 김양무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상임부의장, 2001년 3월 노동운동가 이옥순씨 등이 사망했을 때에도 조전을 보냈다.

▲ 서울아산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에 서 있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준 의원.
ⓒ 주간사진공동취재단
정 회장 죽음에 충격, 80대 실향민 자살

(의정부=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자살에 충격을 받은 80대 실향민이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일 오후 4시30분께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 김모(83)씨 집 마루에서 김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신음중인 것을 아내(76)가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김씨의 아내는 "방에 들어가 뉴스를 보려고 하는데 영감님이 아무런 기척도 없어 나와 보니 영감님이 마루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옆에는 독극물이 담긴 병이 놓여져 있었으며 김씨의 방에는 '00을 먹고 자살함. 너무 고생하여 미안하게 생각함. 화장하여 유골을 물에 띄워 보내 달라'는 내용의 검정색 사인펜으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김씨의 아내는 "아침에 뉴스를 보고 있는데 정 회장 자살소식이 나오자 영감이 '저분도 돌아가셨는데 나는 이북에 있는 형제들을 영영 못만날 것 같구나'라며 크게 탄식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딸(50)은 "어제 오후 4시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정 회장 자살 뉴스가 5시에 나올 것이니 봐라'고 말씀하셨다"며 "정 회장이 죽어 고향인 북에 갈 수 없다는 상실감이 크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함경북도가 고향인 김씨가 북에 있는 형제들을 만나려고 이산가족상봉신청을 했으나 수차례 무산돼 상심해 있었던데다 정 회장의 자살소식을 듣고 고향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너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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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신 : 5일 새벽 0시 40분> - 대검 상황

검찰, 정회장 친구 `현대 비자금' 참고인 조사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4일 고 정몽헌 회장이 자살하기 전날 마지막으로 접촉한 인사인 고교친구 박모씨(53, 재미사업가)를 이날 밤늦게 `현대 비자금' 사건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사망하기 전 최후로 만났던 친구 박씨를 소환, `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과 관련해 정 회장이 어떤 언급을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최근 재미사업가인 박씨에게 부탁, 미국에 체류중인 김영완씨와 `비자금'과 관련한 전화 통화를 하도록 했다는 첩보를 입수, 진위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이날 현대 계동 사옥 12층 비서실에서 정 회장 자살 현장에 대한 검증 조사와 함께 박씨를 상대로 정 회장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 등을 조사한 뒤 오후 11시께 대기중이던 검찰 수사관에게 박씨의 신병을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회장의 자살과 관련된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박씨로부터 큰 딸 진로 문제와 골프 등 일상적인 주제로 정 회장과 얘기를 나눴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상무가 4일 저녁 현대 아산병원 고 정몽헌회장 빈소를 조문한 뒤 김윤규 사장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 조보희

<제1신 : 5일 새벽 0시 20분> - 빈소 상황

삼성 이재용 상무 빈소 찾아...하루동안 700여명 조문


4일 하루 동안 정몽헌 회장의 빈소를 찾은 사람은 방명록에 기록된 인원만 480여명. 방명록에 기록하지 않은 인원까지 포함하면 약 700여명 가량이 빈소를 다녀갔다.

4일의 마지막 유명인사 문상객은 삼성 이재용 상무. 밤 10시 40분께 이재용 상무가 빈소를 찾았다. 삼성 이건희 회장 대신 정몽헌 회장 빈소를 찾은 것.

이재용 상무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을 만나 "아버지가 못 오셔서 대신 왔다"고 인사를 건넸고, 정몽구 회장은 "아버지께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대답했다.

이재용 상무는 1시간 30분 가량 문상 온 정씨 일가 친척들과 현대 관계자들과 맥주를 마셨다.

문상을 마친 이재용 상무는 현대기아차 정의선 전무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 이재용 상무는 정 회장 사고에 대해 "슬픈 일"이라며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대신해 활동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재용 상무는 "그것은 아닙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삼성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문상을 올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5일장이라는 일정을 감안해 현대측은 유가족들이 밤 11시 30분까지만 조문객을 맞이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몽헌 회장 빈소에는 현대아산을 비롯해 각 계열사에서 모두 200명 이상의 직원이 나와 안내 등의 업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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