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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그룹 계열사와 재계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특히, 서울 중구 계동의 현대건설을 비롯한 현대관련 계열사들의 직원들은 하루종일 일손을 놓은채 삼삼오오 모여 회사 앞날을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 아침 8시50분께 현대 계동사옥 주변에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와 함께 일부 현대 직원들은 건물 밖에서 모여 담배를 피우며, 침통한 표정이었다. 일부 직원들은 이미 검정색 넥타이로 바꿔 매기도 했다.

현대 직원들 "제발 우리를 가만히 놔 달라"

현대 본사 사옥 옆에 있는 현대건설 건물에서 만난 이아무개씨(35)는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고 믿기지 않아 서둘러 회사에 나왔다"면서 "설마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오전 내내 일손이 손에 안 잡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점심시간이 지난후에도 직원들은 향후 회사의 앞길을 걱정하면서,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직원이라고 밝힌 한 회사원은 "최근들어 현대 관계사 임직원들이 다시 한번 해보자라는 인식이 퍼져 있고,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라면서 "갑작스런 정 회장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기자들도 취재가 일이겠지만 제발 우리를 가만히 놔두었으면 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LG, SK 등 다른 기업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도 충격에 휩싸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삼성 · 전경련 등 "충격속에 깊은 애도"

삼성그룹 관계자는 "아침에 정 회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유능한 경영인을 잃게 돼서 안타까울 뿐이며 애도를 표할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오전 회의에서 정 회장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관계자도 "(정 회장의 사망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다"면서 "구본무 회장에게는 아침 일찍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으며, 향후 대북 사업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현대가 아니었으면 누가 대북사업을 했겠느냐"라고 반문하고, "정 회장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의, 경총 등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도 이날 일제히 애도 성명을 발표하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소식에 비탄함과 애석한 마음을 전할 뿐"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고인은 그동안 금강산 육로관광의 실현, 개성공단 사업 등 많은 결실을 이루어 냈고 이러한 성과들은 남북간의 경제협력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현대 임직원들은 고인이 추진해 왔던 남북경협 사업이 결실을 맺도록 해 주길 바라며, 경제계도 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와 경총 등도 논평을 통해 "지도적 기업인의 자살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대북사업이 장애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의 죽음에 대해, 재계 일부에서는 정치, 경제적 역학관계에 있는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업인으로서 힘든 과정을 지내왔다고 평가하면서, 최근 대북 송금과 관련한 재판과정과 검찰의 비자금 수사, 그리고 정치권과의 관계 등도 정 회장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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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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