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09 13:09최종 업데이트 21.09.0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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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연극배우가 31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연극배우라고 선언한 후 혐오와 차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키면서 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무대 위에 서 있는 한 배우를 보았다. 배우의 입에서 단단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배우의 목소리는 무대 위 연극 서사만을 위한 소리가 아니었다. 어딘가 세상을 향한 외침 같았고 선언 같았다.

이 배우의 이름은 이리. 지금 한국에서 연극 좀 보는 사람이라면 이 배우의 이름은 모를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속 가해자들의 언어를 탐구하는 연극 <킬링타임>부터 연극계의 성폭력 문제를 다룬 <가해자탐구_부록:사과문 작성 가이드>,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과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7번 국도>, 세상을 향해 발화하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린 농담이 (아니)야> 등.


이리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들만 모아 시사 토론을 해도 한국 사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사유가 가능하다. 8월의 마지막 날이던 지난 31일, 이리 배우를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말하는가
 

나는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그리고 연극배우입니다 ⓒ 유성호

 
- 연극배우 '이리'라는 소개 외에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소개 또는 규정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길긴 하다. 세 가지나 있으니. 그런데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뺄 때는 내가 설명이 되지 않아서 '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연극배우라고 말한다."

-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연극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사건을 담아내는 연극에서 배우로서 어떤 고민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사회적 이슈나 참사를 다루는 공연을 할 때는 그 문제에 대한 정보 전달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 다음 이슈나 참사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어떤 무대에서 발화하는지에 따라 공연의 태도가 달라진다.

내가 같이 작업하고 있는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라는 극단의 공연에서 '가해자 연작 시리즈 3부작'이라는 것이 있다. 배우가 사회적 이슈에서 가해를 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연기하는 방식이다. <킬링타임>(2016년작)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연극이었다. 그 연극에서는 배우들이 선장이나 선원이나 해경 관계자의 역할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문회 때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그대로 가져왔다. 일종의 버바텀 (Verbatim: 라틴어로 '말(글자) 그대로의 인용'이라는 의미로, 현실에서 발화된 말을 편집·인용하는 다큐멘터리 극작술의 한 가지 기법) 스타일로, 실제 말들을 그대로 대사로 연기했다.

그런 전략을 선택했던 건 (공연 당시)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3, 4년 후였지만 그때까지도 피해 당사자들을 무대로 올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남은 건 가해자들이었다. (이들을 등장시키면) 그 이슈에 대해 뭐가 잘못되었고, 뭐가 문제였는지, 누가 행동을 제대로 안 해서 참사가 일어났는지,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좀더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연극 <7번 국도>에서의 이리배우(왼쪽)와 전박찬배우(오른쪽) ⓒ 장호

 
 - 나의 경우 이리 배우를 극장에서 본 것은 연극 '7번 국도'가 처음이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과 군 의문사 사건이 연극 속에서 교차하면서 관객들에게 다층적 질문들을 던진 연극이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의 피해유가족 역할을 이리 배우가 맡았을 때 표현하고자 했던, 또는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세계 또는 메시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연극 <7번 국도>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의 피해유가족(엄마)이었다. 공연에서는 참사의 피해자라는 무게감도 있지만, 가족이 사망한 경우의 슬픔이나 고통을 어떻게 무대에서 드러낼 것인지, 그렇다면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맞는지, 그것이 맞다면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유가족이라고 하면 보통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웃으면 안 되고, 맛있는 걸 먹고 즐겁게 여행 다니면서 행복하게 살면 안 될 것 같고, 계속 슬퍼해야 하고 고통받아야 하고, 항상 정당해야 하고, 도덕적으로 결백해야 하는… 그런 부분을 흔들어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유가족에게 그런 모습을 요구하지 말자, 당사자들을 대상화시키면 안 되겠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어떠한 사고 이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갈등을 겪는지에 대해 공연에서 중점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극 중에서 내가 맡은 역할(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의 피해유가족)은 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그러면서 남편과 '그런다고(1인 시위를 한다고) 아이가 살아 돌아오냐'라는, 우리가 알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는 말들로 부부가 싸운다. 또 이런 대사도 있다. "옷장에 곰팡이가 피었다."

연극 <7번 국도>의 극작가인 배해률 작가님이 참 잘 써주신 대사다. 삶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사이다. (미디어에서는) 참사 유가족들이 거리에 나오거나 계속 투쟁하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그분들이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그런 걸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피해유가족들에 대한 '대상화'는 피하고 그분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조금 더 보여주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극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극장 안에서 공연을 보는 관객들과 이런 사건이 있었다고 우리끼리 슬퍼할 것이 아니라. 실제 그 공연을 했을 당시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에 대한 극적인 합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 부분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현실적인 부분도 공연으로 끌고 들어왔다. '아직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는 발화를 하면서 그 공연은 끝난다. 그 이야기가 극장을 벗어나 사회와 공동체에 도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연극이 참사와 사회적 문제를 말할 때
 

이리 배우는 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연극 무대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 소통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가해자를 연기할 때와 피해자 또는 피해유가족을 연기할 때의 감각이나 감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

"굉장히 다르다. 배우로서 태도부터 다르다. 가해자를 연기했을 때 배우로서 흥미로운 점은 가해자의 발화를 할 때 배우가 이 인물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할 때 정말 흥미롭다. 내가 말을 하는 동시에 내가 동의하지 않는 것, 이 인물을 대상화시켜버리거나 낮춰버리거나 말을 날려버리는 방식의 연기로 접근한다. 피해자의 역할을 연기할 때는 어떻게 하면 그 말을 내가 잘 전달할 수 있고 그 말을 잘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전혀 다른 방법의 연기다."

- 어떤 연기자들은 극 중에는 악역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흔히 배우가 그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구현되는 방법이 객관적이어서 관객들이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는 방법을 많이 취한다. 그러나 나와 함께 작업하는 극단에서는 좀 다르다. 우리가 어떤 이슈에 대해 공연을 할 때 그것이 공연이 되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그 공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태도로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예술계 내에 성폭력'에 대한 공연을 할 때 가해자가 무대에서 발화하는 연극을 했었다. 그때 그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태도를 갖지 않고 무대에서 발화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옹호하는 공연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연극에서 가해자들이 무대에서 발화했을 때 실제로 관객들 중 몇 분은 오해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분명히 그 공연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고, 배우로서 연기하는 인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확실히 드러나야만 한다. 그래야 이 공연을 왜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고, 왜 이렇게 표현하는지, 어떤 의도로 이 장면을 하는지가 전달이 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극단팀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며 작업하고 있다."

- 이리 배우가 등장하는 연극은 동시대의 연극으로서 면밀히 사회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사회 예술적 발언을 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여성으로 패싱(어떤 구성원을 특정한 범주로 생각하거나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것)되는 사람이다. 경상도 출신이고. 내가 어렸을 때 공공연한 성차별이 문화적으로 만연했었다. 여자가 뛰어다녀도, 머리가 짧아도, 말을 많이 해도, 가만히 있어도, 아무것에나 '여자가', '남자가', 라는 말이 붙는 문화가 있었다. 어릴 때 그런 가부장적인 부분에 많이 분노했다.

학교에서는 성적으로 차별했다. 또 나는 성소수자니까 그것에 대해 숨겨야 했다. 그것이 마치 나쁜 것인 것처럼 두려워했다. 이성애 중심적 이데올로기가 이 사회에 굳건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용기를 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고 살고 있다. 그런데 그때는 그럴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강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잘못된 것일까'라는 질문부터 '이런 내가 멀쩡히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동료를 얻을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이 많았다.

또 다른 면에서는 '연극인으로서 최저시급은 (적용) 가능할까,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하는가, 어떤 해결방식이 있을까, 해결방식이 있다면 그것이 이 사회에서 작동할 수 있을까, 작동하지 않는다면 계속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등의 고민들이 있었다. 이런 고민들이 있기에 계속 그런 사회 문제를 다루는 연극을 하는 것 같다."
 

연극 <상업극 - 마카다미아, 표절, 메르스 그리고 맨스플레인> 포스터 ⓒ 사진:김도웅, 공연:여기는 당연히, 극장

 
- 때로는 그런 부조리함을 맞닥뜨리면 절망감에 빠지거나 분노에 휩싸여 무너질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공연들을 해마다 해오고 있다. 이 공연을 그만할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올해도 세월호특조위 활동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기소된 내용 또는 밝혀진 내용이 없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내가 그와 관련된 공연을 했다고 해서 절망할 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지금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것을 보면 '뭘 했다고 내가 의기소침해지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는 기후위기에 대해 작업을 하고, 작업을 위해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우울감이 있다. '다 망했다. 우린 다 죽을 거야, 인간은 지구를 너무 망쳐놨어, 텀블러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근데 그럴 때면 '그렇게 절망한다고 어쩔 것인가, 누가 대신 (운동을) 해주나'라는 생각을 한다.

함께 기후위기에 대해 연극작업하고 있는 동료들과 힘들어질 때면 비건 식사를 하러 간다. 비건 식사를 함으로써 이 한 끼로 오늘 한 마리는 구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힘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절망에 빠져들어 가면 작업하기 어렵다. 작업은 출구가 없으면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가 없다. 고민하면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극계의 성폭력에 대한 공연인 <가해자탐구_부록:사과문 작성 가이드>(2017년작)를 했을 때는 연극계 내의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연극계 미투운동은 2018년 2월에 본격화되었다). 예술계 내에서 온라인상으로 미술, 문학, 영화 등에서는 #metoo라는 해시태그로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아무리 기다려도 연극계의 미투 해시태그는 나오지 않았었다. 연극계 미투는 다른 장르에 비해 늦었었다. 늦었지만 뜨거웠다. 온라인 상에서 해시태그로 미투 운동을 하는 것조차 우리(연극계)는 쉽지 않구나, 라고 느꼈다.

그때 공연했을 때 연극인들이 많이 보러 오지 않았었다. 우리 공연을 많이 보러 오던 사람들도 오지 않았었다. 그때 공연이 끝나고 허탈하게 쉬고 있었을 때, 이 문제를 공연으로 해도 미투가 안 나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후로 연극계 미투가 터지면서 성폭력 반대 연극인 모임이 생기고, 지치지 않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아웃사이더'들과의 공동전선

-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을 받기도 했던 연극 '우린 농담이 (아니)야'에서는 성 소수자와 차별의 문제가 일종의 사회적 선언으로 발화되는 것 같았다.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것은 거짓말을 하면서 사는 게 피곤하고, 스스로 어설프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퀴어 동료들이 연극계에 있었고, 커밍아웃을 못 하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우리끼리는 상의하고 힘을 받으며 지냈었지만 내가 모르는 퀴어 동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퀴어 프라이드에 관해 이야기하고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퀴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면서 나 역시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퀴어들끼리는 '커밍아웃은 평생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번 커밍아웃을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설명을 해야 하고, 어떤 맥락인지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5년 전 생일날 페이스북으로 처음 커밍아웃을 했었다. 그 후로 해마다 우리 극단에서는 내 생일날 '이리가 커밍아웃한 지 몇 주년이 되는 해'다, 라고 페이스북에 업로드한다.

커밍아웃 축하를 받고 싶어서 일부러 생일날 커밍아웃을 했다. 커밍아웃을 축하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아직은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사람들은 일단 생일에 커밍아웃하면 축하한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에 관해서도 (영화 매트릭스처럼) 빨간약을 먹고 '됐다'라는 감각을 느낄 때가 있지만, 아니다. 백래시는 계속 있고, 성차별주의자들은 꾸준히 등장하고, 혐오가 이어지고 있다. 또 페미니스트들은 계속 싸우고, 새로운 책이 나온다. 그러니 계속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이다. 연극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떤 공연을 하면 그 내용에 대해 리서치하고 책을 보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

- 지금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신작이 기대된다. 소개해달라.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구자혜 연출은 스스로 작품도 쓰고 그걸 연출도 하는데 이번에는 <로드킬 인 더 씨어터>라는 창작극을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명동예술극장에서 10월 말에 공연할 예정이다.

또 '바람 컴퍼니' 거리공연팀과 동물실험에 관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수원 연극제에서 공연할 예정인데, 이 거리공연팀은 지속적으로 동물권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다. 예전에 <고기, 돼지>(2019년작)이라는 공연으로 공장식 축산과 환경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 새로 창작하는 작품은 아직 제목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수원 탑동시민농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수원 탑동시민농장은 과거에 동물실험을 하던 곳으로 사용되었던 장소이다. 이제는 연극에서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퀴어연애물 연극에 도전해보고 싶다."

이리 배우와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인터뷰 중, 그에게 '내 인생의 책 3가지만 꼽아달라'고 했을 때, 이리 배우는 이렇게 말했다.

"이 질문이 이 정도로 고민이 될지 몰랐다 (웃음) 세 권 뽑기가 너무 어려웠다.
<시스터 아웃사이더>와 <망명과 자긍심>은 망설이지 않고 꼽았다. 또 다른 하나는 <짐을 끄는 짐승들>이고 또 하나는 <원본 없는 판타지>인데 이 둘 중에 하나만 꼽을 수 없어 네 권을 꼽았다."


그  네 권의 책 중 하나인 '시스터 아웃사이더'의 한 구절은, 이리 배우가 전한 이야기와 연결됐다. 
 
이 사회가 용인한 여성은 테두리 바깥에 있는 우리, 차이의 용광로 안에서 버려진 우리, 가난한 우리, 레즈비언인 우리, 흑인인 우리, 나이 든 우리는, 생존이 학문적 기술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존은, 누가 눈살을 찌푸리든 손가락질을 하든,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우리에게 생존은 모두가 잘 지낼 수 있는 세상이 어떤 세상일지를 상상하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타자들, 즉 구조 바깥에 존재하는 아웃사이더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 '시스터 아웃사이더' 중, 오드리 로드

나는 이리 배우가 현실 구조 바깥에 머물고 있는 소중한 타자들과 연극을 통해 공동선을 구축해 가는 세계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 세계를 어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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