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24 07:11최종 업데이트 21.06.24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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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부용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다람쥐'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혜원, 조호연 부부는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 유성호


오랫동안 살던 서울을 떠나 양수리로 간 예술가들이 있다. 예술가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니 농사가 예술이 되었다. 예술가가 이웃 농부들의 토마토를 받아 토마토페이스트를 만드니 그 맛이 예술이다. 예술이 뭐 별거인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예술이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서 이웃 농부들의 농산물과 직접 지은 농산물로 만든 저장식품이 가득한 예술적인 식료품점 '다람쥐'를 운영하며, 예술농사를 짓고 있는 조혜원, 조호연. 지난 5월 20일, 그들의 터전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 나눠보았다.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다람쥐’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혜원, 조호연 부부는 이웃농부들과 직접 지은 농산물로 식료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 유성호

 
조혜원, 조호연. 이 두 사람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단어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두 사람을 '예술농부' 또는 '예술농사꾼'이라고 소개하고자 한다.

두물머리의 식료품점 '다람쥐'의 조혜원 주인장이 만들어내는 식료품들을 보면 '예술' 그 자체다. 이웃농부들의 농작물을 다듬고, 씻어내고, 저장 용기에 아름답게 담아내는 솜씨와 손글씨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직접 조각칼로 도장을 조각해서 만들어내는 포장지는 그 자체로 그림이고 작품이다.
 

'다람쥐'의 식료품은 예술가가 손으로 직접 만든 도장으로 포장지를 만든다 ⓒ 조호연

 
'다람쥐'의 포장지는 너무 아름다워 버릴 수 없다. 액자에 고이 넣어 벽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다. 그의 놀라운 손재주에는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 그는 사실 디자인을 전공했고,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오랫동안 그림책 작업을 해온 작가라는 것이다.

스스로 식료품점 '다람쥐'의 직원이라고 소개하는 조호연 농부는 여기서는 '로맨스 조' 저기서는 '루꼴라 조' 또 다른 곳에서는 '인디안 조'라고 불린다. 유재석보다 먼저 부캐로 이뤄진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사진 작업과 공공미술 작업을 해온 시각예술가이자, 음악페스티벌이나 마을 축제에서는 맛깔나는 기타연주와 노래를 하는 음악가이다. 지금은 두물머리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예술가가 농사를 지어서인지 그의 밭은 자연으로 만든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양수리 식료품점 다람쥐와 예술농부 둘

- 두 사람 모두 다양한 활동을 해온 예술가인데 현재 두물머리에서 '다람쥐'라는 식료품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호연: "원래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내가 보는 것과 나의 시선에만 보이는 작업들을 해왔다. 물론 공공미술이나 다양한 예술활동을 해오긴 했지만. 그러다 2010년에 두물머리 4대강 공사 반대 투쟁을 한 사람의 개인이자 시민으로서 연대하게 되었다. 땅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농부들을 그때 만났고, 4대강 공사 반대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어느 순간 '친구'가 되었다.

투쟁 이후에도 그들과 관계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혜원씨와 서울을 떠나 두물머리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었다. 이웃 농부들의 부탁으로 생태화장실, 닭장 만들기, 평상 만들기를 하다가 지금의 '다람쥐'를 직접 가꾸고 만들게 되었다."

혜원: "사실 나는 4대강 공사 반대투쟁에 머리수 채우는 걸로 연대했다(웃음). 평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니 '잘 차려 먹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두물머리 4대강 공사 반대투쟁을 하면서 '먹는 것으로 연대'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길고 힘든 싸움의 과정을 버티게 하는 힘은 바로 연대하는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끼 잘 해 먹는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물머리의 이웃 농부들 가까이에서 보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그즈음 서울에서 마감에 치이고, 밤을 새워서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일을 하는 스스로가 점점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를 소진하지 않고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를 떠나 농사 지으며 식료품점 운영하는 예술가 부부 ⓒ 유성호

  

조혜원씨는 다람쥐가 커다란 숲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기사를 보고 식료품점 이름을 ‘다람쥐’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점 한편에 지인들이 선물로 준 다람쥐 인형과 조각상, 그림이 놓여 있다. ⓒ 유성호


- 왜 식료품점 이름을 '다람쥐'라고 지었나?

혜원: "언젠가 신문에서 다람쥐가 커다란 숲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근데 그 이유가 참 귀엽고 재밌다. 다람쥐는 씨앗들을 이곳저곳에 숨겨두는데, 그 후에는 씨앗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렇게 다람쥐의 건망증 때문에 숨겨진 씨앗들에서 나무가 자라고, 결국 숲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다람쥐의 헛발질 같은 행동이 숲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인 건데, 거창한 의도가 있지 않아도 그것이 만들어내는 놀라움이 인상 깊어 식료품점 이름을 '다람쥐'라고 짓게 되었다. 또 '다람쥐'라는 어감도 평소에 좋아했다. 다람쥐를 말할 때의 입 모양이나 소리들이 좋았다."

- 소위 '탈서울' 한 후 '다람쥐'를 운영하며 목표하는 바가 있나?

호연: "아직 흐름 안에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다람쥐'의 지향점은 있다. 목표가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막 막연하거나 불안하지는 않다. 물론 '다람쥐'에서 일하는 노동에 비해서 인건비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올해 심은 토마토와 마늘이 느낌이 좋다. 지금 일구고 있는 땅은 비옥한 흙을 갖고 있지는 않다.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하려고 한다. 얼마 전 땅을 뒤집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 동네 친구들은 내가 땅으로 들어갈 것만 같다고 하더라.(웃음)"

혜원: "나는 원래 불안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여기 '다람쥐'를 꾸려나가는 게 불안하진 않다. 하지만 우리 둘의 체력과 에너지가 걱정될 때도 있다. 이 일은 정말 몸과 시간을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재밌게 하고 있는 부분들도 많다. 끊임없이 쌓여있는 농작물을 다듬는 일은 고되 보이지만, 나름대로 재밌고 나에게 맞다.

하지만 어떤 때는 '지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잘 안 되면 접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애써서 억지로 하려고 하진 않는다. 요즘엔 일과를 마치고 이불 위에 누우면 호연씨가 감사하다는 듯 '오늘도 무사히 이불 위에 도착했네요'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나에게 위안이 된다."

두 사람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그들에게서 일정한 삶의 태도가 느껴졌다. 바로 자연처럼, 두물머리의 흐르는 강처럼, 자연스럽게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나름대로 즐기며 그러나 열심히 살아내는 태도 말이다. 자신의 마음과 몸에 대한 감각을 놓치지 않고, 나를 소진시키며 살지 않기 위해 호흡을 고르는 태도 말이다.

"죽을 듯 일하지 않는다, 그러나 몰입한다" 
 

조호연씨는 밭의 흙을 개선하기 위해 틀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성호

 
- 아까 '다람쥐'를 운영하며 수익이 좋지 않지만 불안하진 않다고 했는데 믿는 구석이 있나?

호연: "일을 죽을 듯이 하진 않는다. 경쟁하지 않는다. 그러나 몰입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또는 성공을 위한 노동을 하는 건 아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즐거움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다. 남들이 볼 때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혜원: "나는 사실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람쥐'로 마켓에 나가면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힘들 줄 알았는데, 구매자들에게 내가 어느 순간 '다람쥐'에서 만든 식료품의 재료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 믿을 수 있는 든든한 농부님들이 뒤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농산물을 가공하다 보면 재료가 8할을 차지한다는 걸 느낀다. 나머지 2할은 내 나름대로 농작물을 손질하고, 씻고, 저장식품으로 만들고, 포장해서 소비자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거다. 당근이면 당근, 딸기면 딸기, 가지, 호박과 같은 이웃 농부들의 결실을 만지고 다듬다 보면 내 뒤에 이웃 농부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커다란 당근이 내 뒤를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의 믿는 구석은 바로 두물머리의 이웃 농부들과 동네 친구들이었다. 삶의 가치를 '성공'과 '자본'에 두지 않고 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것이 비현실적인 삶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바로 두물머리에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현존하기 때문이다.

두물머리에서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내내 '다람쥐'에서 은은하게 퍼졌던 향긋한 딸기향이 계속 코끝을 맴돌았다. 저기 두물머리에 '강처럼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되었다. 오늘 밤에는 나도 잠자기 전, 이불 속에 누워 되뇌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도 무사히 이불 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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