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극장가의 쏠림 현상이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이래 한 달 가장 많은 8편의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겼고 7월엔 7편이 그 뒤를 이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7월 전체 극장에 든 관객 약 2440만 명 가운데 상위 7편의 영화가 모은 관객이 2000만 명을 넘어섰다. 7월 한 달 극장서 상영된 영화가 무려 378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위 0.02%가 채 안 되는 영화가 전체 관객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7월엔 압도적인 흥행세의 <부산행>을 필두로 <나우 유 씨 미 2> <도리를 찾아서> <봉이 김선달> <인천상륙작전> <굿바이 싱글> <제이슨 본>이 연달아 100만을 넘겼다. 모두 한국과 미국의 영화였는데 그중 할리우드 영화 3편은 모두 시리즈 및 스핀오프였다. 최근 몇 년의 흐름이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할리우드 상업영화는 소위 '먹히는' 이야기의 확대·재생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지난 6월 한 달 간 100만 관객을 넘어선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시리즈는 역시 3편으로 <컨저링 2>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엑스맨: 아포칼립스>였다.

한국영화는 4대 투자배급사 가운데 하나인 NEW의 <부산행>을 비롯해 CJ엔터테인먼트의 <봉이 김선달>, 쇼박스의 <굿바이 싱글>이 활짝 웃었다. 역전도 이변도 없는 7월이었다.

어느덧 극장가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다는 8월, 타오름달이다. 여기 타오름달 기대작 10편을 꼽아본다.

[하나]
<덕혜옹주>


덕혜옹주 8월 3일 개봉

▲ 덕혜옹주 8월 3일 개봉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감독 가운데 섬세함에 있어선 제일 간다고 불려온 허진호 감독 신작이 3일 개봉한다. 권비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와 그녀를 지키고자 했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민감한 시대극을 정통 사극 대신 팩션에 가깝게 그려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으나 우려하는 시선만큼 기대하는 눈길도 적지 않아 보인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만들어 온 허진호 감독인 만큼 영화를 보기 전에 앞서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 하겠다.

주연은 손예진과 박해일이 맡았다. 완성도 있는 작품에서 도전적인 연기를 펼쳐온 배우들의 출연에 여러모로 신뢰가 간다. 8월 가장 기대되는 한국영화다.

[둘]
<터널>


터널 8월 10일 개봉

▲ 터널 8월 10일 개봉 ⓒ (주)쇼박스


2014년 <끝까지 간다>를 내놓으며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한국영화계에 새긴 김성훈 감독의 신작이다. 무너진 터널 안에 홀로 갇힌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밀도 있게 다뤘다고 평가받는다.

"터널 속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를 둘러싼 터널 밖 사람들과 사회,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재난영화인 동시에 사회비판적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여러모로 세월호 침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를 한국사회가 어떻게 소화할는지 주목된다.

장르와 주제,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기에 감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전작에서 장르성을 한껏 활용하면서도 전형을 절묘하게 비틀어가며 보는 이를 만족시킨 김성훈 감독이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의 출연작이다. 10일 개봉한다.

[셋]
<마일스>


마일스 8월 10일 개봉

▲ 마일스 8월 10일 개봉 ⓒ (주)영화사 빅


지난 6월 개봉해 국내영화팬들에 재즈영화의 맛과 멋을 한껏 느끼게 했던 <본 투 비 블루>에 이어 또 한 편의 재즈영화가 관객을 찾아왔다. '재즈의 왕'이라고까지 불린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야기 <마일스>가 그것이다.

<본 투 비 블루>가 전설적 트럼펫 주자 쳇 베이커의 숨겨진 시간을 다뤘다면 <마일스>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대중 곁에서 모습을 감춘 5년여의 시간을 상상으로 채웠다. 비슷한 시기 활동한 트럼펫 주자였지만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거리만큼 큰 차이가 있었던 마일스 데이비스와 쳇 베이커. 그들에 대해 보다 깊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두 영화를 비교해가며 봐도 좋겠다. 아이언맨 친구로 더욱 널리 알려진 돈 치들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10일 개봉.

[넷]
<마이 리틀 자이언트>


마이 리틀 자이언트 8월 11일 개봉

▲ 마이 리틀 자이언트 8월 11일 개봉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가 이달 11일 개봉한다.

1946년생, 일흔이 넘은 나이에 드라마와 스릴러, SF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해온 스필버그가 이번엔 디즈니와 함께 판타지어드벤처 영화를 찍어냈다. 꿈을 채집하는 거인과 그에게 납치된 소녀의 이야기, 노년의 스필버그가 찍어낸 동화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다섯] <서울역>

서울역 8월 18일 개봉

▲ 서울역 8월 18일 개봉 ⓒ NEW


어느덧 700만. 1000만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이는 <부산행>의 프리퀄이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는데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시퀄과 프리퀄로 연달아 개봉한다는 점에서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부산행>을 배급한 NEW가 배급을 맡았고 연상호 감독에 대한 인지도도 어느 때보다 높아 흥행 가능성이 상당하다.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을 쌓아온 연상호 감독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서울역>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류승룡, 심은경 등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18일 개봉.

[여섯]
<스타트렉 비욘드>


스타트렉 비욘드 8월 18일 개봉

▲ 스타트렉 비욘드 8월 18일 개봉 ⓒ 롯데엔터테인먼트


<스타트렉> 세 번째 시리즈, <스타트렉 비욘드>가 온다.

미국 TV시리즈로 역대급 명성을 쌓은 <스타트렉>은 2009년 이후 J. J. 에이브럼스의 영화로 두 차례 제작돼 세계적인 흥행을 이어갔다. 에이브럼스는 <스타트렉>시리즈의 영원한 맞수 <스타워즈>의 연출자로 건너갔고 바통은 대만출신 저스틴 린이 이어받았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블록버스터 연출에 가능성을 드러낸 저스틴 린이 <스타트렉>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지난해 개봉한 <스타워즈>가 대규모 흥행에 비해 참담한 혹평과 마주한 상황에서 <스타트렉>이 거둘 성과가 주목된다.

워낙 큰 세계관을 가졌으면서도 동시에 B급스런 요소를 적지 않게 보유한 시리즈란 점에서 미국 특정세대를 넘어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 하겠다.

[일곱]
<플로렌스>


플로렌스 8월 24일 개봉

▲ 플로렌스 8월 24일 개봉 ⓒ (주)이수C&E


오로지 자신감 하나로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카네기홀에 선 음치 소프라노 플로렌스의 믿기 어려운 실화가 스티븐 프리어즈의 연출로 펼쳐진다.

할리우드 상업영화와 작가주의의 경계에서 30여 년 간 색깔 있는 작품을 찍어온 스티븐 프리어즈. <위험한 관계>, <그리프터스>, <리틀 빅 히어로>, <스내퍼>를 연달아 내놓으며 8,90년대 정점을 찍었던 그는 이후에도 2000년 <페일 세이프>, 2006년 <더 퀸>, 2013년 <필로미나의 기적>, 2015년 <챔피언 프로그램>을 찍으며 작가로서의 외연을 꾸준히 넓혀 왔다. 그런 그의 관심이 성악계 최악의 해프닝으로 손꼽히는 플로렌스의 이야기에 머물렀다니 기대가 상당하다.

24일 개봉하는 신작 <플로렌스>는 자신이 음치인 줄 몰랐던 역사상 최악의 소프라노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메릴 스트립이 플로렌스를, 휴 그랜트가 그녀의 남편이자 매니저 베이필드를 연기했다. 궁금하다면 유튜브를 통해 당시 공연부터 검색해보시라.

[여덟] <트루스>

트루스 8월 25일 개봉

▲ 트루스 8월 25일 개봉 ⓒ (주)라이크 콘텐츠


보도를 조작하는 언론인을 그린 <나이트 크롤러>, 담담하게 사명을 다한 보스톤글로브지 기자들의 실화 <스포트라이트> 등 언론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이번에 개봉하는 <트루스>는 CBS 뉴스의 심층보도와 관련한 이야기로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 재임기간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액션영화 각본을 주로 써온 제임스 밴더빌트가 첫 연출을 맡았고 할리우드에서 의식 있는 배우로 알려진 케이트 블란쳇, 로버트 레드포드가 CBS 기자 메리 메이프스와 앵커 댄 래더를 연기한다. 25일 개봉.

[아홉]
<히치콕 트뤼포>


히치콕 트뤼포 8월 25일 개봉

▲ 히치콕 트뤼포 8월 25일 개봉 ⓒ (주)안다미로


영화애호가를 자부하는 사람치고 알프레드 히치콕과 프랑수아 트뤼포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각기 미국과 프랑스를 무대로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은 숱한 작품을 연출해 온 두 거장은 실제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1962년, 트뤼포가 히치콕에게 제안해 성사된 일주일 간의 전설적 인터뷰가 켄트 존스의 다큐멘터리로 다시 태어났다.

실제 인터뷰 장면과 목소리가 삽입됐음은 물론 데이빗 핀처, 마틴 스콜세지, 웨스 앤더슨, 리처드 링클레이터 등 내로라하는 명감독들이 출연해 두 거장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이런 영화를 지나치는 건 영화애호가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25일 개봉.

[열]
<그림자들의 섬>


그림자들의 섬 8월 25일 개봉

▲ 그림자들의 섬 8월 25일 개봉 ⓒ (주)시네마달


전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 시대,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노동자가 핍박받는 시대. 자본의 영악함과 세련됨 앞에 노동자들의 연대는 투박하고 나약하게까지 느껴진다.

김정근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림자들의 섬>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회고하는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한진중공업은 2011년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표된 이후 한국노동운동의 중심에 섰다. 당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크레인 위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였고 이로부터 촉발된 '희망버스' 운동이 노동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오늘, 한진중공업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진중공업 이후 한국의 노동현장은 어떤 변화를 마주했을까.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그림자'라 표현하는 영화 제목이 답이 될지 모르겠다. 25일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달의 기대작을 소개합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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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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