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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고문(왼쪽)이 선관위의 제지로 정상적인 인터뷰를 하지 못하게 되자 사무실로 향하는 차 안에서 미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미동


2월 5일 <오마이뉴스> 주최 '민주당 대선주자 초청 특별 열린인터뷰'에 첫 번째로 초청된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은 선관위의 제지로 정상적인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4시10분 여의도 대선캠프로 떠나는 노 고문의 차량에 동승해 약 20여 분 동안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 결국 인터뷰가 파행으로 끝났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천적으로 사전선거운동 금지조항은 폐지해야 한다. 해서는 안되는 금권선거·속임수·권력개입 등 금지조항만 몇 가지 남기고 나머지 허용해야 한다. 현행법상 이것을 선거운동으로 보는 게 문제다.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선거운동으로 볼 만한 규정이 없는데도 선거운동이라고 보는 데 문제가 있다. 경직된 해석이다.

한나라당은 경선이 경선같이 진행될 가능성 없고, 민주당만 경선답게 진행되니 자연히 민주당 중심의 보도가 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이의를 제기하니까 선관위가 겁을 먹고 과잉대응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선거운동은 고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고의성이 있다고 뭘로 증명을 하는가."

- 선관위는 오마이뉴스는 현실적으로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법상으로는 언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 발상부터 틀린 것이다. 현행법상 금지되지 않은 것은 다 언론으로 봐야 한다. 새로운 매체는 계속 나오는데, 규정에 맞지 않아도 그것이 금지되지 않은 이상, 금지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유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것을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 금지 규정이 없으면 그것이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이 민주적 사고이지, 거꾸로 생각하는 것은 일제 식민지식·군사독재식 사고다. 지금은 그 사고방식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 오마이뉴스를 허용하면 다른 수만은 인터넷 매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선관위의 고민이다.
"규제할 필요가 없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수많은 인터넷 매체, 수많은 정치정보가 흘러간다고 문제될 게 무엇인가. 아이들·청소년의 성격을 버리는가. 무슨 사회윤리가 붕괴되는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방송이나 신문을 위장한 선거운동이 있을 수 있다. 그거야 조사해서 규제하면 된다. 저도 방송국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노무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수시로 동영상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미 시대가 달라져서 매체가 자유롭기 때문에, 따로 방송을 위장해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 시대가 그런 시대다.

네티즌은 (많은 정보 가운데) 보고 싶은 것 선택해서 본다. 인터넷 방송은 보기 싫으면 즉시 끄면 된다. 선관위가 이 새로운 매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악의가 있다는 게 아니라 사고방식이 굳어있다는 것이다. 항상 과거밖에 모른다."

- 법적으로 고쳐야 할 규정이 있다면.
"정간법을 제정해 두고 있는 것은 언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부작용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공신력과 영향력에 대한 최소한의 요건을 규정해 두는 것인데… 어쨌든 사전에 검열하고 규제하는 것은 언론에 용납되지 않는다. 사전검열, 사전규제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보고, 다만 어느 사이트가 음란물을 퍼뜨리고 그런 조처를 취하면 된다."

- 현재 대선 주자 중에 제일 인터넷에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제가 기술이 있다기보다는 캠프 문화가 인터넷에 익숙한 문화다. 지난 93년 연구소 시절부터 모든 업무를 전산화했다. 94년에는 랜(LAN) 시스템을 깔았고 그때부터 우리 사무실은 그 어느 사무실보다 빠르다는 평을 들었다."

- 현재 나이가 55세로, 그 나이에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은 별로 없는데.
"사실 나도 워드프로세서 이외에 컴퓨터는 서툴다. 다만 인터넷 마인드가 앞설 뿐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문제제기를 했다."

- 이메일로 기자회원이 보내온 질문 중 가벼운 것 몇가지 하겠다. 노 고문은 사주나 점을 본적이 있는가.
"내가 보지는 않는다. 아내가 어디 다른사람 따라가서 듣고 오면 이야기하는데 재미있게 듣기는 한다."

- 최근 역술산업이 성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정치의 퇴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이러한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사회현상에 대해 어떤 의미나 해석을 붙이는 것에 대해 솔깃하게 귀는 기울이지만 쉽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점을 많이 보는 것은 한국사람이 호기심도 많고, 욕심도 많고, 교육열도 높은 것처럼 좀 극성스러워서 그런 것 아닐까?(웃음) 하지만 크게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참! 27살 때 나도 관상을 본적이 있다. 고시 공부하면서 부산 용두산 공원 계단 앞에서 점을 보시던 분에게 관상을 봤는데 이마를 딱 때리면서 '당신 28살에 소년과거 하겠소'라고 했다. 그리곤 내 얼굴을 잡아당기면서 '검은 점 빼' 하며 양잿물 같은 것으로 점을 빼줬다. 얼떨결에 그때 점 하나 뺐다. 그후 2년 후에 사법 시험에 통과했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점이나 사주·관상을 보는 것은 복권처럼 흥미 수준으로 넘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 무인도에 간다고 했을 때가 가장 갖고 가고 싶은 것 세 가지를 꼽는다면?
"책하고 컴퓨터하고… 두 개만 가지고 가지 뭐."

- 예전에 노 고문께서는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수저, 냄비, 라이터'를 갖고 가겠다고 했다.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억하나.
"(하하) 기억나지 않는다. 먹고 사는 것을 제일 먼저 얘기했다는 것은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노 고문께서는 말씀 도중에 '-인데요' '-이구요'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겸손하게 말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저에게 강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들어온다. 저는 한편으로는 강하게 따라가려고 노력은 하지만 하면서도 스스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저는 신념, 양심, 용기 이런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정치를 해나가는데 있어서 저만큼 분명한 사람이 어디있느냐. 저만큼 강력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

국회의원 배지 걸어 놓고 내가 옳다고 한데로 실천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이 강한거지 그냥 표정만 강하게 하고 아랫배만 쑥 내밀고 목에 힘주면 강한 거냐. 말씨만 강하면 강한 거냐. 그렇지 않거든요. 진짜 강하다는 것은 자기 말을 실천함에 있어서 어떤 장애물도 어떤 유혹과 억압을 이겨낼 수 있는 신념과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목소리에 힘주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어투를 가지고 강하다는 얘기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그리고 그렇게 외형상 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던 지도자 살던 시기가 그렇게 강력한 지도자가 나라를 다스렸던 시대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강한 것을 찾는 것이 제가 국민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는 저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지만 국민을 위해서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국민을 필요치 않은 것을 내가 한다고 생각하니 좀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 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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