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도 남의 자식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서, 이런 마음을 어떻게 녹일 것인가, 민주당이라고 하면 머리에 뿔난 놈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호소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TK)에서만큼은 소수정당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한 명 없고 지방의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의 지지율이 높아지면 TK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더 떨어진다. 보수정당의 지지율이 낮아도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는다.
심지어 대구시당이 내건 현수막을 본 공무원이 '뻔뻔한 민주당 현수막 때문에 기분좋은 출근길을 망치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할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민주당의 위상이 많이 변했다"고 자신 있게 강조했다. 대구의 12개 지역위원장이 온전히 임명되고 당사도 상당히 넓은 곳으로 옮겼다. 당의 원로 중진들은 "30년 만에 이렇게 좋은 당사는 처음 본다"고 했다고 한다.
취임 1년을 맞은 강 위원장은 8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에서 "전국적인 행운까지 겹치면 좀 성과를 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의 정치 토양이 민주당에게 녹록지 않지만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대구에서 살아오고 대구를 위해 살아갈 인물을 키워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 위원장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과도 두 번 통화하면서 선거법 개정에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에 비례대표를 달라고 애걸하고 싶지도 않다"며 "대구가 자강할 테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역에서 효도 하고 일 잘하는 사람 키워달라"
- 취임 1주년 소감을 말해 달라.
"민주당 대구시당이 시민 눈높이에 맞추는 캠페인이나 정책을 제대로 이행을 못했다. 그래서 거기에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동안 여러 관변단체, 경제단체, 종교단체, 언론까지 찾아가 인사하니까 좋아하고 반겨주더라. 자기네들한테 찾아와서 인사하는 게 처음이라고 한다.
대구시당 당사도 옮기니 당원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원로 중진들은 '30년 만에 이렇게 좋은 당사를 처음 본다'고 기뻐하신다. 어떤 분들은 시당에서 약속을 잡아도 되겠다고 한다. 민주당원이라는 프라이드가 생긴 것 같다."
- 대구지역 12개 선거구의 지역위원장이 많이 비어 있었는데 이번에 모두 인선이 됐다.
"그동안 12개 지역위원회가 온전하게 위원장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꼭 한두 곳은 '직무대행'라는 꼬리표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온전히 12곳이 인준된 만큼 내년 총선에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총선에서는 정책이 좋아서 시민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아니다. 시민들 마음 속에 '국민의힘은 내 자식, 민주당은 아직까지도 남의 자식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서, 이런 마음을 어떻게 녹일 것인가, 민주당 하면 머리 뿔난 놈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호소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행운까지 겹치면 내년에 좀 성과를 한 번 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12개 지역위원장이 모두 인준이 됐지만 시민들이 봤을 때 눈에 차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인재풀이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 굉장히 많다.
"저는 반대라고 생각한다. 대구의 정치 성향은 우리 민주당에 녹록지 않다. 수도권에서 소위 말하는 스타급이 오더라도 낙선해 돌아간다. 그래서 우리 민주당 보고 '떴다방'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럴 바에야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이 대구에서 살아오고 살아갈 사람들을, 지역 정치인을 키워주십사'라는 이야기하고 싶다.
반대로 국민의힘 곰곰이 생각해보라. 어떤 분은 4년 전에 그냥 꽂아서 내려와 국회의원이 되고 지금은 시당위원장이 됐다. 솔직히 시민들이 계급장 떼고 붙어도 이길 사람 자꾸 내놓으라고 하는데 조금 출세했다고 서울로 가서 고향에 안 내려오는 아들 기다리지 말고 지역에서 효도 열심히 하고 일 잘하는 그런 사람을 좀 키워주시라고 요청을 드리고 싶다."
- 내년 총선 앞두고 선거법 개정 노력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나? 대구시당 입장에서 본다면?
"대구시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병립형이 47석이라면 20석은 중앙당 몫으로 하더라도 나머지는 권역별로 쪼개달라고 했다. 정 안되면 지방만이라도 27석을 분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허대만 1주기 토론회를 하고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과도 두 번이나 통화했다. 광주에서 답이 없긴 한데 영남지역 위원장들끼리라도 국회에서 토론회 하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영남권 5개 시도당위원장 중 유일한 국회의원인 김두관 경남도당위원장에게 깃대를 좀 흔들어 달라고 했다."
"비례 요구하는 것보다 제도개혁 하는 게 더 빠른 길"
-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TK지역에는 한 명도 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좀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중앙당에서 대구·경북에 비례를 배정한다?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도 비례 달라고 애걸하고 싶지 않다. 작년 중앙당 당무회의에 가서도 '대구가 변하겠다. 뭘 해달라고 하지 않겠다. 우리가 스스로 자강 할 테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솔직히 우리 당도 완벽하게 수도권 정당이 됐다. 최고위원에 호남 사람이 한 명도 없지 않나? 송갑석 의원이 지명직으로 들어가 있는데 송 의원도 최고위원 출마해 떨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민주당이 호남 정당이라고 하는데 완벽하게 수도권 정당이다.
지방을 배려한다는 생각이 좀 희박한 것 같다. 비례를 요구하는 것보다 제도개혁을 하는 게 더 빠른 길이다. 우리 스스로 열심히 하면 대구도 지역 정서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대구시민들에게 민주당은 호남당, 종북좌파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었는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도 나오고 김부겸 총리도 나오면서 호남당이라는 이미지는 퇴색됐다. 종북좌파이라는 이미지는 계속 갖고 계셔서 지방의원과 지역위원장들에게 주민들과 더 많이 접촉하라고 이야기한다. 시민 마음속으로 파고들고 열심히 하는 길밖에 없다."
- 최근 현수막 사건이 있었다. 지역의 한 공무원이 민주당 현수막을 보고 '뻔뻔하다'며 철거를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지역의 정서일수도 있지 않을까?
"야당의 시당위원장에게 그런 문자를 보낼 수 있다는 건 지난 30년간 1당 독점을 하니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 아닐까? 그 공무원은 국민의힘에도 과연 그런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여태껏 기초의원, 광역의원, 구청장, 시장이 일당 독점을 하다 보니 공무원마저도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 특별법이 역대 최다 의원 참여로 발의됐다. 대구시당에서도 상당한 노력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렇다. 달빛내륙철도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고 동서의 갈등을 넘어서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의 시대가 왔는데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낮은 대구와 뒤에서 두 번째인 광주간 교통이 원활해지면 서로 갖고 있는 오해도 풀릴 것이다.
그래서 우리 당대표에게 적극적으로 당론으로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재명 대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에게도 한 달 전에 가서 부탁을 드렸고 대구 예산도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