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중학교 학생들이 양금덕(92·광주광역시) 할머니로 대표되는 일제 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문제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19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 각화중 3학년 학생들은 지난 18일 학교에서 여자근로정신대 문제와 관련한 수업을 들었다.
일제 강제동원 관련 일본 정부와 일본 전쟁범죄기업의 사죄·배상 문제가 한일 양국 현안이자 광주지역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학교와 학생들은 이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외부 강사 초빙 수업을 기획했다고 한다.
수업은 3학년 4개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소속 강사 4명이 수업을 맡았다.
이날 학생들은 일제가 만주침략(1931년)과 중일전쟁(1937년) 이후 '국가총동원법'(1938년)을 제정한 뒤 부족한 전쟁물자와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미성년 아동들까지 동원 대상으로 삼았던 여자근로정신대 동원 사례를 중심으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역사를 공부했다.
수업에선 양금덕 할머니가 과거 학생들에게 쓴 편지가 공개됐는데, 본문 중 "중학교는 가 보지도 못하고 공장에서 일만 했어. 맞아가면서 배곯아 가면서 고된 일에 시달린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원통하고 원통하단다"는 대목에서 많은 학생들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3학년 강성진 학생은 "교과서에서 알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더 깨어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강의 소감을 밝혔다.
박승현 학생은 "수업을 듣고 나니 양금덕 할머니가 왜 일본으로부터 진정한 사죄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하는지 조금 이해할 것 같다"며 "그렇게 오랫동안 싸워 오신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4명의 피해자 및 유족은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 판결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위자료 채권을 보유 중인데, 이들은 정부의 줄기찬 종용에도 '제3자 변제금' 수령은 거부한다는 의사가 확고하다.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 역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우리 측이 배상해야 하는 채무(위자료)는 없다.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취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 할머니 등은 위자료 배상을 거부하는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 측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법적 절차(특별 현금화 명령)를 진행 중으로, 현재 대법원 최종 판단만을 남겨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소위 '판결금'을 법원에 맡기는 공탁으로 우리 대법원이 전범기업에게 지운 배상금 채무를 소멸시키겠다며,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공탁을 통한 전범기업 채무 소멸에 나선 정부에 맞서 양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를 줄곧 지원해온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전국 600여 시민단체 연합 단체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함께 강제동원 피해자 투쟁 지원을 위한 대국민 성금 모금 운동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