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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권우성
 
대법원이 허리통증으로 하지마비가 된 환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병원 측에 책임을 물었다.

대법원 제1부는 최근 환자 측이 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3일 허리통증으로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한 담당 의사는 요추 자기공명영상(L-spine MRI) 검사를 한 후 요추(허리뼈)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입원하더라도 수술하지 않고 대증치료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담당 의사는 이어 A씨를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하도록 전원 조치했다. 하지만 당시 요추 자기공명영상 검사 판독 결과에는 진단명과는 다르게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 경막외 혈종, 척수 압박 중등도 이상'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척추 부근 출혈로 척수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집 근처 정형외과에 곧바로 입원했지만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에 마비 증상까지 나타났다. 상태가 심해지자, A씨는 며칠 후인 10월 6일 다시 대학병원 응급실 입원했고, 그때야 경막외 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후 하지가 마비돼 기립자세 유지와 보행이 불가능해졌다.

A씨는 첫 대학병원 진료 당시 혈종제거 수술을 받았다면 하지가 마비될 정도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때 혈종제거 수술을 하지 않은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 2심은 병원 측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첫 진료 때 수술이 아닌 보존 치료 방법을 선택해 다른 정형외과로 전원 조치를 한 것도 합리적 진료 방법의 범위로 인정한 것이다. 원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당시 출혈이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환자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당시는 환자의 증상이 심하지 않은 때여서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경막외 혈종은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 후 12시간 이내에 수술받지 않으면 하지마비 등 치명적이고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당시 척추 경막외 혈종과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으로 의료진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응급상황을 대비하는 적절한 조처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담당의가 요추 자기공명영상을 영상의학과의 판독 없이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진단명에 '척추 경막외 혈종'과 관련한 진단은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당시 담당의는 척추 경막외 혈종 악화 방지를 위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담당의가 척추 경막외 혈종을 진단했는지, 경막외 혈종 등에 관한 정보를 전원 병원 의료진이나 환자 측에 제공, 설명했는지 여부와 이런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이에 따라 환자의 하지마비에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따져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여부와 손해배상책임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대리한 신가영 (법무법인 명경) 변호사는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과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한 주의의무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판결로 본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소송#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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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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