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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이는 이상한 하천정비사업. 환경부가 잘 보전된 습지를 훼손하는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이는 이상한 하천정비사업. 환경부가 잘 보전된 습지를 훼손하는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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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벌이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 사업은 홍수를 예방한다며 총 길이 3.77㎞의 기존 5m짜리 제방을 폭 7m짜리의 제방으로 변경하는 사업과 원래 길이 없던 산지 절벽 앞으로 1.54㎞에 이르는 교량형 보도교(산책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총 공사비가 367억 원에 이르고, 논란의 핵심인 보도교 건설사업에만 17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환경부가 170억 원에 이르는 국민혈세로 대구의 3대 습지로 일컬어지는 금호강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 구간에 새로운 길을 내려고 하면서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내가 속한 환경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금호강 공대위)는 이 사업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 해온 바 있다.

금호강 공대위는 지난 5월 30일,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사업 관련 주민설명회에 앞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됐고, 멸종위기종 수달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도 목격됐다. 사업 예정지는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인 팔현습지로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보금자리"라며 "지난 2월 산책로 사업을 안 하겠다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돌연 입장을 바꿔 공사를 재개하려 한다. 환경부이길 포기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날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홍동곤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이 사업이) 환경적으로 어떤 이익이 있는 지 물으셨는데, 환경에 이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이걸 가만히 놔두는 게 환경에 맞는 것 같다. 경치 좋은 절벽에 굳이 자전거 도로길을 만들어야 하냐는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오케이' 해줬다"고 답한 뒤,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제가 잘못됐다고, 환경적 피해가 많다고 할 권한은 없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적 피해를 감내할 수준이냐 아니냐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천 안전 문제에서 제방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자전거 도로는 주민들이 요구를 해서 설계를 하게됐다"는 주장이었다(<뉴스민>, 5월 30일 보도 '낙동강유역환경청장, "환경 이익 없지만…" 금호강 산책로 추진 논란'). 

이후 팔현습지에서 수리부엉이 두 개체가 발견됐다. 수리부엉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환경부가 보호하고 있는 법정보호종이다. 그 수리부엉이 서식처는 교량형 보도교가 놓이는 노선 그 부근 산지 절벽에 위치해 있어서, 환경단체가 새롭게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홍동곤 청장은 지난 6월 19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됐을 때와는 다르다. 조류는 한 곳에 고정돼 살기보다는,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며 사는 습성이 있다. 공사로 둥지가 파괴되는 등의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사업으로 인한 환경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서는 공사 방식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관련 기사 : 낙동강유역환경청장 발언에 "누가 그런 무식한 소리 하나").

이처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벌이는 교량형 보도교 공사는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정말 그 새로운 길이 진실로 주민들을 위한 것이고, 팔현습지를 찾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원하는 것일까?

진짜 여론이 필요하다... 서명운동이 시작된 이유
 
지난 6월 금호강 공대위와 함께 제천간디학교 아이들이 팔현습지를 찾아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금호강 공대위와 함께 제천간디학교 아이들이 팔현습지를 찾아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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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여론조사가 필요했다. 금호강 공대위가 현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팔현습지 현장으로 달려가 그곳을 찾는 '진짜 주민'들에게 이 문제의 사업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팔현습지에 가서 가만히 살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두 부류인 듯했다. 하나는 주로 수성구 사람들로, 그곳에 조성된 수성파크골프장으로 파크골프를 치러 오는 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차량을 타고 와 파크골프장만 이용한다. 또 한 부류는 강 건너 동구 동촌과 방촌 쪽 아파트 단지 사람들로 지척의 팔현습지가 좋아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이다.

즉, 강 이쪽인 수성구 쪽에서 산책을 위해 팔현습지를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수성구 쪽에 있는 민가라곤 팔현마을이란 아주 작은 시골 마을뿐이기 때문이다. 많은 주민들이 사는 곳은 6㎞ 이상 떨어진 수성구 시지까지 나가야 한다. 즉 그 멀리서 굳이 이곳까지 걸어서 산책을 나올 수성구 주민들은 없을 듯했다.

게다가 현장에서 만난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 사업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것은 수성구에서 온 사람이든 맞은편 동구 방촌동에서 온 사람들이든 마찬가지였다.
 
금호강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 수리부엉이가 비상하기 위해서 힘차게 날개짓을 하고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의 깃대종 수리부엉이. 수리부엉이가 비상하기 위해서 힘차게 날개짓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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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얼룩새코미꾸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얼룩새코미꾸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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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의 설명을 들은 주민들은 대부분 이 사업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부정의 뜻을 밝혔다. "왜 멀쩡한 자연을 훼손하느냐?", "야생동물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왜 그곳에다 굳이 다리를 놓으려 하느냐?", "지금도 산책로가 충분히 잘 정비돼 있는데 왜 그 많은 혈세를 들여 사업을 벌이느냐?"면서 항의했다.

또 이 보도교가 놓이면 사라지게 될 산지 절벽 바로 아래 왕버들 숲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입장이 더욱 명확해진다. 이곳에 교량형 보도교를 놓으려면 그 아름드리 왕버들 숲을 모조리 베어내야 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낙동강유역환경청을 성토했다. "왜 국민혈세를 들여 멀쩡하고 그 오래된 숲을 훼손하려 하느냐, 그것도 환경부가. 참으로 어이없다"라고 말이다.
 
팔현습지 왕버들 숲.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이 아름다운 숲은 모두 사라진다.
 팔현습지 왕버들 숲.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이 아름다운 숲은 모두 사라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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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예정지는 원래 길이 없는 곳이다. 이곳은 산지 절벽과 강이 만나는 곳으로 사람의 접근이 허용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새 길을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주민들은 그 사실을 대체로 모르고 있었다.

주민들의 여론을 들고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만날 것 

진짜 여론조사가 필요한 이유였다. 이것이 금호강 공대위가 현장에서 서명전을 열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이 사업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환경단체 활동가 등은 지난 6월 10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그곳을 찾는 시민들을 만났다.
 
팔현습지가 내려다보이는 금호강 제방에서 서명운동이 펼쳐졌다. 많은 시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팔현습지가 내려다보이는 금호강 제방에서 서명운동이 펼쳐졌다. 많은 시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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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공대위에 따르면 4주 연속 들어본 여론은 분명했다. 주민들은 문제의 보도교 사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주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팔현습지와 금호강의 아름다운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에, 이 습지를 훼손하는 공사를 찬성할 리가 없었다. 

지난 8일 서명전에 와서 차분히 설명을 듣고 직접 서명한 방촌동이 토박이 김아무개(57)씨는 다음과 같이 분명한 의사를 표해주었다. 

"팔현습지는 절대 보전지역이다. 이곳에 철새들이 얼마나 많이 날아오는지 아는가. 저 파크골프장이 들어선 것만 해도 문제인데, 거기에 아름다운 산지와 왕버들 숲 앞으로 다리를 놓아 길을 내겠다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다. 멸종위기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환경부가 어떻게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가 버젓이 사는 곳으로 길을 낸단 말인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저 아름다운 자연과 경관을 지켜야 한다.

며칠 전 다슬기를 줍던 아주머니에게 들었는데 큰 독수리 같은 새가 날아와 왜가리를 물고 가서 감짝 놀랐다고 했다. 그게 바로 수리부엉이다. 수리부엉이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으로 길을 내버리면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를 내쫓는거나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이에 박호석 금호강 공대위 대표는 이렇게 서명을 받은 명단을 가지고 다시 낙동강유역환경청을 찾아 청장과 담판을 짓겠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모은 보도교 반대 서명 명부를 들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다시 찾아갈 생각이다. 이 서명 명부를 들고 가서 진짜 주민들이 뜻이 무엇인지를, 진짜 여론이 무엇인지를 낙동강유역환경청장에게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제발 진실을 똑바로 알고, 진실을 바로 직시하라고 할 것이다. 환경부가 나서서 얼룩새코미꾸리와 수리부엉이라는 멸종위기종들의 집인 금호강과 왕버들 숲을 훼손하는 희한하고 이상한 일이 제발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야생동물의 집 금호강에서 백로 한 마라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그림 같은 포즈를 취해준다.
 야생동물의 집 금호강에서 백로 한 마라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그림 같은 포즈를 취해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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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는 야생동물의 집이다. 고라니 한 마리가 팔현습지를 가로지르고 있다.
 팔현습지는 야생동물의 집이다. 고라니 한 마리가 팔현습지를 가로지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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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을 찾아 강의 복원과 자연성 회복운동을 벌이고 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환경부, #멸종위기종, #낙동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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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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