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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발전
 풍력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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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우크라이나에서 깜짝 놀랄 소식이 들어왔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동안 영국보다 더 많은 육상 풍력 발전시설을 만들어 가동시키고 있다고 5월 28일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참고로 영국은 '폭풍의 언덕'의 고향답게 풍력 발전이 활성화된 나라이다. 북해의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철에는 풍력 발전 수치가 화석연료 발전량보다 많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해 2월 스태퍼드셔 마을 킬레에서 1메가와트(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육상 풍력 터빈을 가동한 이후 단 2곳만 새롭게 육상 터빈을 설치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분쟁 지역에 최초로 건설된 114메가와트 규모의 '틸리굴스카' 지역 육상 풍력 발전소를 가동해 최전선에서 불과 100킬로미터 떨어진 미콜라이우(Mykolaiv) 남부 지역의 약 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녹색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 공격도 피하고, 자원 독립까지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에도 녹색전기 생산에 힘을 쏟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풍력 발전이 석탄화력 발전소에 비해 러시아군의 발전소 요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미사일을 아끼기 위해 미사일 한 발로 발전소 전체를 마비시키는 '효율적 공격'을 하면서 여기저기 분산배치된 풍력 발전소는 러시아군의 공격 목표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또 풍력 발전기와 연결된 변전소나 송전선로를 파괴시키더라도 이 시설은 발전소보다 복구가 빠르고 쉽고,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레이더 망을 피하기 위해 낮게 비행을 하다보니 높은 산에 설치되어 있는 풍력터빈을 공격하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덕분에 흑해 연안에 위치한 틸리굴스카 풍력 발전 단지는 최전선에서 불과 100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지만 러시아군의 공격목표에서 벗어났다. 참고로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의 전력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발전소, 수력발전 댐, 변전소에 미사일과 폭발 드론을 동원해 폭격하고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시키는 공격을 해왔다.

또 한 가지는 러시아로부터의 자원 독립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노력해왔다. 2020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의 재생에너지 전력공급비율은 12%, 우리나라가 8%가량이니 우리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기에 우크라이나는 녹색전환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DTEK의 CEO 막심 팀첸코(Maxim Timchenko)는 자사 누리집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재생에너지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틸리굴스카(Tyligulska) 풍력 발전소는 우크라이나를 동결하여 복종시키려는 러시아의 시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의 상징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더욱 푸르고 깨끗하게 재건하고 유럽 에너지 미래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2023년 5월 22일)

틸리굴스카 풍력단지의 2단계 계획은 출력을 동유럽 최고 수준인 500메가와트(MW)로 늘려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 가정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는 일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30기가와트(GW) 용량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고 2040년에는 순배출제로를 이뤄 유럽내 청정에너지 수출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DTEK는 2단계 건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030년까지 30기가와트(GW)의 재생에너지 출력용량을 구축하려는 우크라이나 전략의 구현에 계속 기여할 것입니다. 우리는 국제 파트너들에게 그들이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늘 우크라이나에 투자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막심 팀첸코 DTEK CEO)

물론, 풍력 발전의 경우 거액의 초기 투자 비용이 들기에 우크라이나의 녹색전환은 전쟁이 끝나야 본격적인 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영국에서는 '저렇게 전쟁 중인 나라도 건설하는 육상풍력을 우리는 각종 규제에 묶어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라며 자성의 계기로 삼는 분위기도 읽힌다.

"우크라이나가 생존을 위해 싸우면서도 영국보다 더 많은 육상 풍력 발전 용량을 구축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샘 리차즈 브리튼 리메이드 창립자)

인허가만 5년 8개월... 한국 풍력 발전은 '거북이 걸음'

각종 규제에 묶여 풍력 발전 설치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올해 1월 '기후솔루션'은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사업이 수십 건에 달하는 인허가 규제에 묶여 지난 10년간 고작 4건의 허가만 완료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우리 정부의 해상풍력 목표치의 1.7배나 높은 무려 20기가와트(GW)가 넘는 해상풍력사업이 허가를 받았지만, 이 가운데 주요 인허가를 모두 완료한 용량은 고작 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잡한 인허가 과정 때문인데, 최대 29가지 법령에 따른 중앙과 지역 정부의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하니 인허가 과정에만 68개월, 5년 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대만에서는 내년부터 새로 짓는 건물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도 우리처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서 석탄 45%, 액화천연가스 32%, 원전 12%, 신재생에너지 5% 정도인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릴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부터 이웃나라까지 재생에너지 끌어올리기에 진심인 요즘, 우리나라에서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문제는 이제 환경 이슈가 아닌 국익의 문제, 경제 이슈가 되고 있다. (OBS 라디오의 기후변화 전문프로그램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전 11~12시, FM 99.9MHz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참고자료]
- Jillian Ambrose, <Ukraine built more onshore wind turbines in past year than England>, (Guardian, 2023년 5월28일)
- <DTEK opens wind farm in Ukraine amid war to build back greener after russian attacks> (DTEK 누리집, 2023년 5월22일)
- 이명동, <녹색전환 해온 우크라, 풍력발전이 전쟁동안 뜻밖의 효자> (뉴시스, 2023년 5월30일)
- 양진영, <기후솔루션, 최근 10년간 풍력발전 허가 고작 10건>, (전기신문, 2023년 1월25일)
- 백종훈, <대만, 내년부터 새 건물에 태양광 발전설비 의무화>, (JTBC, 2023년 5월30일)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2023년 6월1일 (목) OBS 라디오의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매일 오전 11시~12시)를 통해 방송됐으며 방송 내용 다시보기는 OBS 라디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우크라이나, #재생에너지, #풍력발전, #영국,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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