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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 내 신규 선착장 사업을 조성하겠다며 공개한 조감도
 서울시가 여의도 한강공원 내 신규 선착장 사업을 조성하겠다며 공개한 조감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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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공원 내 항구를 만들어 제주항까지 유람하는 크루즈 관광을 추진한다. 

9일 오후 서울시는 2026년 상반기에 개항하는 서울항에 앞서 여의도 한강공원 내 신규 선착장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시는 여의도 선착장이 조성되면 1000톤 급 선박의 정박이 가능해지고 향후 서해도서까지 운항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착장은 내년 1월 선박 시범 운항을 거쳐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2023년 예산안에 서울항 조성사업을 포함했다. 서울항은 현 아라호 선착장에 해외 관광객 유치와 관광 사업 조성을 위한 국내항 기능을 갖춰 2026년 개항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서울항이 개항되면 5000톤급 크루즈가 한강에 정박할 수 있으며 한강을 출발해 군산항, 목포항을 거쳐 제주항까지 유람하는 크루즈 관광도 가능해진다고 봤다. 

오세훈 시장은 "해외관광객 3000만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여의도 선착장 조성을 시작으로 한강∼아라뱃길 정기운항, 서울항 개항 등의 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배 타고 제주 간다? 오 시장의 헛발질 
 
현재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규모 및 소요시간
 현재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규모 및 소요시간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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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계획처럼 한강에서 배를 타고 제주까지 갈 수 있을까? 현실은 쉽지 않다. 

서울항에서 제주까지 가는 항로 중 가장 비슷한 곳은 인천이다. 현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제주로 가는 여객선은 비욘드트러스트호이다. 2만6000톤급 비욘드트러스트호를 타면 인천에서 제주까지 1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서울항은 인천보다 제주까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여수, 완도, 부산 등에서 제주로 가는 대부분의 여객선들은 1만 톤 이상 2만 톤급이다. 녹동항이나 완도항 등에서는 일부 5000톤급 여객선도 운항하나 추자도를 경유하는 연안 카페리로 소요 시간은 5시간이 넘는다. 

제주로 가는 여객 선사들이 대형 카페리를 운행하는 이유는 선박이 작을 경우 풍랑주의보 등 기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승객과 차량이 승선하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아 대부분 정원이 800명 이상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령이 오래된 여객선은 운항이 불가능해졌고, 안전 검사로 인한 휴항이 자주 발생해 선박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5000톤급 크루즈로 서울 한강에서 제주로 가는 것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거니와 기상 악화로 인한 통제로 운항 일수도 적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10년에 무산된 '서울항 조성 사업' 또다시 강행하는 오세훈 시장 
 
지난 3월 9일 오세훈 시장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난 3월 9일 오세훈 시장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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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서울항'은 2010년에도 강행하려다 무산된 사업이다. 당시 오 시장은 타당성 검증도 없이 서해뱃길 사업을 추진하다 4대강 사업과의 연계성으로 논란이 됐다. 

2009년 서울시가 발간한  '서해연결 주운 조성 기본설계' 보고서를 보면, 서울항의 2030년 연간 국제여객 수요 예측결과는 44만2000명이며, 2031년 연간 서해연결 유람선의 여객수요 예측 결과는 113만이었다. 그러나 국토부에 제출한 '항만지정요청서'를 보면 국제여객 9000명, 연안유람선 10만500명에 불과했다(관련 기사: 오세훈 "서해뱃길이 운하? 의심하지 말라").

당시 서울시는 460억 원을 투입해 양화대교 교각을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지만 수익성 등의 이유로 시의회와 여론의 반대가 심해지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시가 공사를 강행하려고 했지만 시의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2012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서해뱃길 사업은 전면 백지화됐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9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아라뱃길의 구조나 한강 특성 때문에 엄청난 시설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인천 여객터미널과 기능 분담 이런 측면에서도 충분한 승객 수요를 확보하기가 한계가 있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환경운동연합은 "한강 물길을 통해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고, 한강수상교통체계를 확립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과거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할 때와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오세훈 시장은 10여 년 전 서해로 가는 뱃길을 내겠다고 벌인 일련의 사업들이 어떤 후과를 몰고 왔는지 똑똑히 기억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오세훈, #서울항, #서해뱃길, #제주,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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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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