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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후지이 유미 ,  우쓰노미야 기요히토라는 두 일본인 연구자가 프랑스에서 머물며 저술한 책이다.
▲ 프랑스의 작은 도시 앙제, 교통혁신을 통해 주목받는 강소도시 뱅상 후지이 유미 , 우쓰노미야 기요히토라는 두 일본인 연구자가 프랑스에서 머물며 저술한 책이다.
ⓒ 도서출판 미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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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가 출발하기 전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를 모시고 강연을 열었다. 지난해 여름 제자들이 네덜란드에서 한 달 반가량 머물며 자전거와 대중교통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 중이었고 이를 격려차 일주일가량 방문하고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자가 편리한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 교수를 통해 선진 도시들의 동향에 관한 강연을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원정대의 목적과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듣던 정교수는 "좋은 기획이며 열심히 해보시라"며 격려의 말을 덧붙였다. 이야기의 끝에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꼭 살펴보고 가시라"는 당부도 했다.

지방도시의 인구소멸과 위기는 우리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도시권 인구 30만이 안 되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라고 한다. 앙제가 어떻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지를 다룬 일본인 연구자가 현지에서 머무르며 저술한 책이다.

앙제에서는 역시 '대중교통과 자전거'가 언급된다. 파격적인 대중교통 요금 정책을 통해 도심 내 유동인구가 늘면서 활력이 생겼다. 도심 내 비어있는 상가에는 빈상점세를 부과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심지로의 유동인구를 늘리기 위한 이런 조치들은 효과를 발휘해 많은 도시들에게 주목받는 사례가 됐다고 소개한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가 편리하게 움직일수 있는 도시'가 답이라는 대자보도시 주창자이다.

수많은 도시의 혁신과 성공에는 교통문제가 핵심적 요소의 하나이며 도시는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이번 원정대에게 강연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첫화면이다.
▲ 정석교수의 "대자보도시"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가 편리하게 움직일수 있는 도시'가 답이라는 대자보도시 주창자이다. 수많은 도시의 혁신과 성공에는 교통문제가 핵심적 요소의 하나이며 도시는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이번 원정대에게 강연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첫화면이다.
ⓒ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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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지역혁신 사례나 미래 지향적 모델을 거론할 때마다 왜 하필 교통이 거론되고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일까? 자전거 이야기를 하면서 가지는 문제의식과도 관련 있다. '자전거가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며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를 해결할 좋은 도구라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한다?'는 사실 나의 문제의식이 아니다.

내게 자전거란 소재이거나 수단에 불과하지 목적은 아니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도시, 자전거 타기 편한 도시가 목적이 아니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 뒤에 생략된 '많은 도시들이 겪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우리 도시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돼야만 한다'가 내 관심사의 궁극점이다,

교육여건이 좋은 도시, 관광자원이나 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도시, 지리적 여건이 좋아 모이게 되는 요충지로서의 도시,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들 도시 등이 있을 수 있다. 개성을 살리고 자신이 가진 강점을 발휘하여 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춘 도시는 지속될 수 있다. 위기 속에서도 성장하는 사례도 여럿이 보여주고 있다. 교통은 이 모든 것들에 관통하는 (도시가 갖춰야 할) 핵심적 요소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는 의미다.

또 한 가지 상반된 의문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기업유치'와 같은 행운을 통해 지역이 살아남고 활력을 되찾아 위기에서 탈출한 사례는 왜 보고되지 않는 걸까?

선거 때만 되면 익숙하게 들려오는 단골 레퍼토리가 하나 있다. '유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어느 대기업을 우리 도시에 유치하고 일자리가 많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라는 공약과 장담을 하는 정치인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어느 기업이 지도자와의 인연을 통해 자신들의 기업 활동 본거지를 옮기는 고려를 할까?

기업이야말로 자신의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집단이다. 좀 더 나은 여건 속에서 저울질하며 어느 곳에서 기업 활동을 할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물론 존재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세제지원'과 여러 유형의 지원이 이런 선택을 좌우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라야 대동소이한 차이에 불과하다.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할 여건을 살피는 것이 본질적일 것이다.

수많은 도시들이 이룬 혁신에서의 공통점, 교통!

수많은 도시들의 위기에서 교통을 매개로 한 혁신과 활력을 만든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어느 예에서도 기업유치와 같은 사례는 이상하리만큼 듣기 힘들다.

이번에 우리가 찾았던 도시들은 대체로 작은 규모의 도시다. 그러나 이런 판단도 오산이었다. 파리의 경우 서울의 2~3개 구로 이뤄진 전통적인 파리가 있다. 그를 둘러싼 작은 왕관(행정구역으로는 분리된)구역내 데파르트망까지 포함했을 때 서울 면적보다 다소 크고 인구는 다소 적은 규모의 세계적 대도시다. 그리고 인구밀도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도시다.

위트레흐트와 뮌스터는 인구 32만~35만 정도의 도시라 하여 우리의 개념상 작은 도시라 여겼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위트레흐트주에 속하는 위트레흐트 시의 인구는 광역인구 136만 중 1/4 가량만을 수용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위트레흐트에는 26개의 도시에 대략 1만~15만까지 크고 작은 도시에 골고루 살고 있는 광역의 지방의 중심지다.

위상이 전주보다 훨씬 커 보인다. 네덜란드에서 세 번째 도시라 한다. 네덜란드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위트레흐트의 모든 도시는 여전히 꾸준하게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전라북도 시군의 인구를 흡수해 겨우 현상유지하고 있는 전주와는 대비된다 할 수 있다).

뮌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광역인구 260만의 뮌스터 현에는 뮌스터를 비롯해 3개 시와 5개 군의 도시가 있다. 여기에 골고루 흩어져 살고 있다. 그 중심이 뮌스터인 것이다. 2004년 뮌스터는 인구 20만에서 75만 명에 이르는 인구를 가진 도시들 중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가리는 리브 컴(LivCom)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도시들의 외적 규모나 인구등을 정리하였다. 아래 두개의 표는 위트레흐트주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구동향 데이터이다.(좌측은 위트레흐트주내의 도시들의 향후 인구추계 자료이며 우측은 네덜란드 전체적인 인구동향 통계임) 우측 위쪽 지도 사진은 위트레흐트주내의 인구 분포를 반영한걸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위트레흐트주의 26개 시에 걸쳐 골고루 퍼져있음을 확인할수 있다.
▲ 기사에 인용한 도시들의 데이터 도시들의 외적 규모나 인구등을 정리하였다. 아래 두개의 표는 위트레흐트주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구동향 데이터이다.(좌측은 위트레흐트주내의 도시들의 향후 인구추계 자료이며 우측은 네덜란드 전체적인 인구동향 통계임) 우측 위쪽 지도 사진은 위트레흐트주내의 인구 분포를 반영한걸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위트레흐트주의 26개 시에 걸쳐 골고루 퍼져있음을 확인할수 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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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중에 가이드인 정연일 이사가 버스 안에서 가끔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 도시들은 인구가 적다. 100만을 넘는 도시가 드물다'라며 그 도시가 어딘지를 묻는 식이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 베를린이 350만, 함부르크나 뮌헨, 파리 같은 도시가 200만 언저리이지 100만을 넘는 도시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우리가 찾았던 위트레흐트에는 네덜란드에서 1~2위를 다투는 '라보뱅크'라는 은행의 본사가 위치해 있었다. 아울러 네덜란드 최고의 철도회사의 본거지도 위트레흐트였다. 버스를 타고 지나쳐온 레버쿠젠 인근에서 다국적 회사 바이엘이 후원한 축구장이 보였다. 레버쿠젠의 인구가 17만이라고 한다. 본사가 이곳에 있단다. 프랑크푸르트에는 독일연방은행, 유럽중앙은행 등 일일이 거론키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단다.

독일의 경우처럼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과 같은 접근도 필요하다. 다만, 그것을 담아낼 도시의 노력은 반드시 수반돼야 할 또 다른 축이다. 이것이 생략된 균형발전은 공염불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에도 세계의 수많은 도시는 모두 위기나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고 도시의 미래에 관해 고심하고 있다.

'기업은 지자체가 유치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로 요약하고자 한다. 자신들의 여건을 감안한 기업의 선택에 대비하는 도시의 혁신이 이런 논의에서의 선행조건이어야 한다. 기업이 관심을 가진다는 건 사람들이 생활하기 좋은 도시라는 의미를 말한다. 적정한 비용에 효율이 높은 도시, 다른 말로 바꾸자면 (사람들이)살기 좋은 도시다.

우리가 방문한 파리, 위트레흐트, 하우턴, 암스테르담 그리고 뮌스터는 모두 자전거 도시라 할 수 있다. 이 도시들은 또한 살기 좋은 도시다(각각의 조건과 규모는 모두 다르지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모두가 오늘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도시'라는 점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우리 도시의 미래, 그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미래와 별개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가 이 도시를 찾았던 이유인 것이다.
 
대도시 파리의 변화는 많은 세계인에 의해 주목받고 있다. 파리의 심장부를 포함 파리 전역에서의 변화가 수년째 진행중이다. 본래 차에게만 허용되었던 바스티유광장 인근을 자전거로 순환할수 있다. 사진에서는 양방향 자전거 도로를 통해 오가는 파리시민들을 볼 수 있다.
▲ 바스티유 광장옆을 달리는 파리시민 대도시 파리의 변화는 많은 세계인에 의해 주목받고 있다. 파리의 심장부를 포함 파리 전역에서의 변화가 수년째 진행중이다. 본래 차에게만 허용되었던 바스티유광장 인근을 자전거로 순환할수 있다. 사진에서는 양방향 자전거 도로를 통해 오가는 파리시민들을 볼 수 있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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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전거 원정대, #유럽 도시, #살기좋은 도시, #중소도시의 미래, #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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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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