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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백사장, 석호, 초록빛 바다! 동해안의 소중한 해안경관이다. 이런 천혜의 환경이 아픈 상처를 입고 있다. 동해안 해안환경의 경쟁력을 살리지 못한 채로 에너지 수급 정책에 밀리고 항만건설과 개인의 이익 추구로 인해 동해안 해안경관이 훼손되고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강원도 삼척시 장호해변
▲ 암반과 비취빛 해변이 조화를 이루는 동해안 강원도 삼척시 장호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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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곳곳에 사람들의 욕심이 빚어낸 인공시설물들만이 영혼 없이 서 있다. 연안침식 방지를 위해 설치한 이름도 알기 어려운 방파제, 방사제, 잠제, 이안제, 돌제 등 각종 시설물과 어선 정박을 위한 항구들, 그리고 최근에 화력발전소 건설로 동해안 아름다운 경관들이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경관을 해치는 잠제, 돌제, 이안제
▲ 연안침식방지를 위한 각종 시설물 경관을 해치는 잠제, 돌제, 이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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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변이 깎이고 무너지고 쓰러진 현장들을 쉽게 목격 할 수가 있다. 해안침식이다.

강원도 삼척시 원평해변은 인근 궁촌항이 건설된 후 연안침식이 시작되었고 주민들이 방풍림으로 심어둔 소나무가 뿌리채 뽑히고 해안 도로가 무너졌다.
 
삼척시 근덕 매원리해변, 2020년 2월
▲ 소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모래포대 설치 삼척시 근덕 매원리해변,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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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이나 해안선을 사유하는 것도 해안경관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사람들은 바다를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최대한 바다와 인접한 곳에 도로와 건축물을 설치했다. 이로 인해 각종 시설물들이 쓰러지고 무너졌다. 2021년 9월, 강릉시 사천진 해변의 처참한 모습이다. 
 
강릉시 사천진 해변, 2021년9월
▲ 사유물 설치로 무너지는 시설물 강릉시 사천진 해변, 2021년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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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건설로 인한 파도 흐름의 변화로 경관이 무너진 지역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새를 타고 있는 강릉시 주문진 해안 도로다. 이곳은 주문진항 방파제가 건설되고 난 이후에 모래의 퇴적과 침식이 반복되어 도류제를 쌓고 이안제와 돌제를 놓는 등 반복적으로 인공시설을 하다 보니 침식방지시설만 늘어갈 뿐 흉물로 변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서울에서 동해안을 찾은 관광객 A씨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라고 해서 왔는데 실망스럽습니다. 바다 한가운데도 뭔지 모를 시설물과 돌무덤처럼 쌓아놓은 구조물이 아름다운 바다 경관을 다 망쳐놨습니다. 드라마에서 느꼈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 잊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방파제, 이안제,돌제 등, 바다조망을 망치는 시설들, 2023,3,11
▲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방파제, 이안제,돌제 등, 바다조망을 망치는 시설들, 202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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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해수면 상승으로 침식된 해안가와 어선 정박을 위해 설치한 항구의 시설물이 아니라, 에너지 수급정책으로 LNG 기지와 화력발전소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척 LNG 발전소를 시작으로 삼척 블루파워,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삼척 맹방화력발전소 건설은 주변 지역의 연안침식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사라지게 한 시설물들이다.
 
인근해안도로가 붕괴되고 해안사구 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 2023.3.10
▲ 안인화력발전소 인근해안도로가 붕괴되고 해안사구 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 202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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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 일원에 조성된 삼척 LNG 생산기지는 국내 최대 규모다. 1조 2855억 원의 대규모 설비 투자로 강원권 동해안 지역의 청정 에너지 시대 개막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길이 1.8㎞의 방파제가 건설되면서 해안 모래는 사라지고 아름다웠던 바다경관은 추억 속으로 잠겼다.
 
월천해변이 사라지고 사진명소로 유명한 솔섬이 사라졌다.
▲ 삼척 LNG기지와 화력발전소 월천해변이 사라지고 사진명소로 유명한 솔섬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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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밭과 어우러진 해송이 아름다워 동해안 명사십리 해변이라 불렸던 맹방해변의 경관 역시 빛 바라고 있다. 삼척 화력발전소가 원인이다. 블루파워는 건설 과정에서 해안침식 문제로 국회, 환경단체, 시민단체 등과 가장 큰 갈등을 겪었지만 해안경관을 무너트린 채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해안경관의 변화는 공사 전 사진 7)과 공사 후 사진 7-1)을 비교하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팬션을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 바다가 희망이고 아픈 마음의 상처를 달래주던 곳인데 해안가 모래는 사라지고 흉물스러운 시설물들로 가득 차니 더 이상 기대야 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공사전의 명사십리 해안가, 2020년 5월
▲ 맹방해변 본격적인 공사전의 명사십리 해안가,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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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십리 해변은 사라지고 연안침식 방지를 위한 시설물들만 가득차 있다. 2023.3.10
▲ 맹방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명사십리 해변은 사라지고 연안침식 방지를 위한 시설물들만 가득차 있다. 202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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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30년까지 3000억 원(추정)의 국비가 투입되는 동해 신항만 건설은 수소(암모니아)를 수입해 저장하고 공급하는 기지로 조성돼 환동해권 에너지산업 전용 북방 물류 복합항만으로 육성돼 동해안 지역에 엄청난 부가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일출로 유명한 동해의 촛대바위의 경관을 무너트리고 있다.

지난 토요일 일출을 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 B씨는 "촛대바위는 일출이 아름다워 자주 사진을 담는 곳입니다. 신항만 구조물들로 인해 아름다움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개발도 좋지만 이런 아름다운 동해안 명소는 잘 지켜져야 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동해안 전체가 인공시설물로 뒤 덮힐 겁니다"라고 아쉬워했다.
 
일출명소로 알려진 촛대바위 경관을 해치고 있다.
▲ 동해 신항만 건설 일출명소로 알려진 촛대바위 경관을 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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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단계부터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 설비를 반영한 강릉안인화력 발전소는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 일원 약 18만 9000평 규모 부지에 총 5조 6000억 원 상당의 자금을 투입해 석탄화력발전소와 항만설비를 조성, 4월에 상업운전이 시작된다.

이 발전소 바로 옆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해안사구 보존지역이 있다. 인근 해안 군사도로는 이미 무너졌고 해안사구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해안도로가 무너지고 해안사구도 침식되는 현장
▲ 안인화력발전소  해안도로가 무너지고 해안사구도 침식되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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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잃어버린 자연은 복구할 수가 없다.

복구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원형을 그대로 되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유명 관광지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경관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해안경관은 바다의 매력을 높이고 활기를 불어 넣는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해안에 매력적인 경관이 있어야 관광객을 끌어당길 수 있다.

동해안 해안경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연 환경과의 조화를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시설물들을 최소한의 양으로 설치하고, 대안적인 기술과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송림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해안가
▲ 바다,석호, 산이 어우러진 동해안 송림과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해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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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안경관, #연안침식, #인공행위, #화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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