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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내에 설치된 오염수 탱크 지난 2일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저장해 놓은 저장 탱크들 모습. 2023.2.6
후쿠시마 원전 내에 설치된 오염수 탱크지난 2일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 오염수를 저장해 놓은 저장 탱크들 모습. 2023.2.6 ⓒ 연합뉴스
  
2021년 4월, 일본 스가정부는 2023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011년 3월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의 사고로부터 비롯된 것으로서 하루 최대 180톤 정도가 생성되는 것으로 보도됐다.

오염수에는 여러 방사성 핵종 물질 포함 가능성이 있어 해양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 중 특히 삼중수소는 정화 장치로 제거되지 않는 성분이라 체내 흡수될 시 내부 피폭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6월부터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위한 설비 공사를 시작했다. 당초 올 4월부터 해저 터널을 통해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한다고 예고했으나 7월로 잠정 늦춰졌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으로 희석해 방류하면 해양오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접국인 한국, 또는 중국 같이 오염수 방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주변국에선 크게 우려를 제기했다. 독일의 헬름홀츠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면 약 200일 만에 제주도 해역에 도달하고, 280일이면 동해까지 영향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에도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오염수의 해양방류로 심각한 해양오염으로 인한 여러 악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다.

특히 이 문제의 최전방에 있는 제주지역의 대응은 더 큰 시사점이 있다. 한반도 최남단의 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한 '섬 관할권을 가진 지방정부(SNIJ)'로서 예로부터 해양수산업에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SNIJ는 섬 전체나 일부 또는 군도(群島)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 지방정부로서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조직체를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의 본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안정성과 해양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성급한 상황이다. 한국원자력학회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도 정상적인 원전에서 나오는 폐수와 같은 정화과정을 거치면, 방사성물질 함유량이 기준 이하로 낮아지므로 해양환경과 인체에 큰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난 2020년 10월 <시사위크> 보도에 따르면,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장은 관련해 "(일본 측에서) 버린 물질이 다른 국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사실 국제법 위반이 맞다"라고 말했다.

1982년에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해양에 관한 최초의 성문법으로 동법 207조에서는 '육상오염원에 의한 해양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각 비준국에서 관련 법령을 제정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조항에선 "각국은 이와 관련하여 적절한 지역차원에서 각국의 정책을 조화시키도록 노력한다"라고 규정하며, 국제해양레짐을 통해 해양환경오염문제를 대응하도록 권고한다. 일본 역시 유엔해양법협약의 초기 비준국으로서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해 일본정부의 결정은 국제규범에 반하며, 자유주의 국제질서까지도 위협하는 행위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 해양질서 속 우리의 해양주권 즉, 관할 해역에서의 주권 및 주권적 권한의 행사를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의 본질은 해양주권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중앙정부의 대응, 제주지역의 대응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유엔 산하 IAEA는 작년 2월에 원자력 전문가를 중심으로 합동조사단(TF)을 구성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실시했다. 이는 일본정부의 결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반영된 특단의 조치이자 범국가적 대응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이후 해양은 더 이상 공유물이 아닌 일국의 주권과 주권적 권한이 미치는 엄연한 국가영역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오염수의 해양방류는 타국의 해양주권을 침해하는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있기까지 우리 정부는 국내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해 왔다. 특히 우리 정부는 '원전 오염수 방출 대응 관계부처 TF'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외교부 등이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TF를 통해 일본에 대응하고 국제적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해왔다.

특히 지난해 오염수의 해양방류가 결정된 후로부터 원안위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IAEA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강경히 대응하고 있다.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해 '원전 사고는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재앙'이라며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주 시내 한 건물외벽에 설치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제주 시내 한 건물외벽에 설치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현수막 ⓒ 이준성

제주도는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13일에 관계 각료회의를 통해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결정한 지 약 일주일 지난 시점인 2021년 4월 20일에, 발 빠르게 4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394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결정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일본 정부에 해양방출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 공공기관과도 활발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제주도 차원의 방사능 오염수 예방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는 전국 최초로 예상피해 조사 및 세부대응계획 수립 연구용역 추진하여 이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 조사를 통한 논리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내 민간단체의 활동 역시 주목할만하다. 제주지역의 12개 수산 관련 단체는 주제주일본총영사관 앞에 결집해 항의 집회를 열었으며 지역 내 크고 작은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오영훈 현 제주지사는 작년 10월 한일시도현 지사회의에서 한일해협 시도현 공동대응 및 자료공유를 제안하며,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공조 및 협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범국가적 사안인 이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해양환경과 유엔해양법협약이라는 국제규범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지금까지 큰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받는 까닭은, 이를 한일 양자문제로 보는 일부 편협한 시각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도 오염수 처리를 위한 일본 내 반대 여론에 시달리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향후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는 체계적인 과학조사 데이터를 통한 동북아 및 태평양 지역의 국제협력이 중요한 과제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범국가적 노력과 협력이 필요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또 다른 해양 분쟁이 아닌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단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후쿠시마원전오염수#제주도#해양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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