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메이징 모리스> 포스터

영화 <어메이징 모리스> 포스터 ⓒ (주)블루라벨픽쳐스

 
우연한 계기로 생각하고 말할 줄 알게 된 고양이 모리스(정재헌 목소리 연기)는 허당 피리꾼 키이스(김현욱 목소리 연기),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천국의 섬'을 가고 싶어 하는 쥐들인 '분대장', '복숭아', '상한 콩', '정어리' 등을 꾀어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쥐를 쫓아내는 피리 부는 사나이인 양 사기극을 벌여서 돈을 번다. 

어느 날, 모리스 일행은 우연히 간 마을에서 마법을 부리는 쥐들이 합쳐져 탄생한 절대악 '쥐 마왕(오인성 목소리 연기)'과 그의 부하들을 만나 위험에 빠진다. 모리스와 쥐 일당은 쥐 마왕에게 납치된 복숭아를 구한 후 탈출을 시도한다. 한편, 키이스는 마을 시장의 딸 멜리시아(박지윤 목소리 연기)의 도움을 받아 쥐 마왕을 물리칠 수 있는 무기인 진짜 '피리 부는 사나이'의 마술피리를 찾아 나선다.

애니메이션 영화 <어메이징 모리스>는 판타지 문학의 큰 별인 작가 '테리 프래쳇'이 쓴 41편의 소설로 구성된 디스크월드 시리즈 가운데 28번째로 출판된 소설 <놀라운 모리스와 똑똑한 쥐 일당>(국내에선 2015년 출간)을 원작으로 한다. 독일의 전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바탕으로 삼아 유쾌한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를 섞은 소설 <놀라운 모리스와 똑똑한 쥐 일당>은 "견딜 수 없이 재미있고, 매혹적으로 지적이다"란 평가를 받으며 2001년 영국의 권위 있는 어린이, 청소년 문학상인 카네기상을 수상했다.

테리 프래쳇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어메이징 모리스>의 메가폰은 <토르: 마법망치의 전설>(2011), <노아의 방주: 남겨진 녀석들>(2015), <꼬마참새 리처드: 아프리카 원정대>(2017), <타발루가와 얼음공주>(2018) 등 애니메이션 영화를 연출하며 베를린국제영화제 크리스탈 베어상, 상하이 국제 영화제 황금 고블렛상을 수상한 바 있는 토비 젠켈 감독이 잡았다. 그는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에게 거장 '테리 프래쳇'의 매혹적인 상상력을 스크린으로 소개할 준비가 됐다"고 작품을 소개한다.
 
 영화 <어메이징 모리스>의 한 장면

영화 <어메이징 모리스>의 한 장면 ⓒ (주)블루라벨픽쳐스


각본은 <알라딘>(1992), <슈렉>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등 흥행작을 집필한 각본가 테리 로시오가 맡았다. 그는 원작의 설정과 메시지, 유머와 풍자를 살리되 흥미로운 요소를 첨가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소설책을 사랑하는 멜리시아를 통해 바깥 이야기가 그 속의 이야기를 액자처럼 포함하는 '액자 구조'와 등장인물이 자신이 등장하는 작품 자체에 대해 언급하며 제4의 벽을 깨는 '메타픽션'을 적극 활용한다.

멜리시아는 종종 화자로 등장해 극 중 소설인 '미스터 번지의 모험'을 들려주는 형태로 모리스 일행이 펼치는 모험의 전개 방향을 예고한다. 때론 이야기 속 진부한 표현을 조롱하는 등 작품에 대해 해설하기도 한다. 모리스도 제4의 벽을 깨며 깨알 같은 웃음을 준다. <어메이징 모리스>는 어린이들이 이야기의 다양한 구조와 기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혹여 아이가 줄거리에 대해 다소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부모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같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이유는 교육과 더불어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메이징 모리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답게 드라마 <하우스> 시리즈의 휴 로리,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에밀리아 클라크, 영화 <예스터데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히메쉬 파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리머스 루핀 교수' 역을 맡은 데이빗 듈리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2010)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2020)로 친숙한 젬마 아터튼 등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국내 더빙 역시 정재헌, 박지윤, 오인성, 김현욱 등 최정상 성우들이 참여하여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성우 정재헌은 이미 몇 차례 작품에서 뽐낸 노래 실력을 발휘하여 <어메이징 모리스>의 도입부에 나오는 모리스의 랩이 섞인 노래를 멋지게 소화한다.
 
 영화 <어메이징 모리스>의 한 장면

영화 <어메이징 모리스>의 한 장면 ⓒ (주)블루라벨픽쳐스

 
<어메이징 모리스>의 선과 악,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 각자 생김새는 달라는 화합하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도덕적 교훈은 과거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았던 지라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 드리운 쥐 마왕이나 투견장, 진짜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드러나는 어두운 유머는 상당히 흥미롭다. 어린이들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은 과감한 묘사도 나온다.

<어메이징 모리스>가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2022)과 마찬가지로 '죽음'과 같은 무거운 소재를 탐구한 점도 놀랍다. 픽사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2020)과 <소울>(2020), 드림웍스의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어메이징 모리스>를 보니 이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도 '죽음'을 다루는 걸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 성숙하고 과감한 모습의 '죽음'을 다룬 애니메이션을 만나길 기대하게 된다. 2023년 선댄스 영화제 선댄스 키즈 섹션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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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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