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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받고 있다.
 2022년 5월 2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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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핵무장론에 불을 붙였다.

과연 핵무기가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까? 필자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 글은 [한반도 비핵화 시리즈] 두 번째로, 북한 핵에 대응한 한국의 핵보유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관련 기사: 악화되는 남북관계... '비핵화 실패 여정'이 들려주는 교훈 https://omn.kr/22ixy ).

NPT체제와 핵비확산 규범의 성립, 어떻게 시작됐나

핵보유론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핵비확산 규범으로 자리잡은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그 끝을 바라보던 1945년 7월 16일, 미국은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코드명 '트리니티(Trinity)'로 명명된 인류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한다.

미국은 첫 핵실험이 성공한 지 채 한 달이 되기 전에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그 폭발력은 어떤 재래식 무기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결국 일본은 항복했고 2차 세계대전은 종언을 맞았다. 핵무기의 파괴력을 확인한 강대국들은 곧바로 핵개발에 나섰다. 미국에 이어 1949년 소련이, 1952년 영국이, 1960년 프랑스가, 그리고 1964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함으로써 핵보유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무정부의 세계에서 국가는 스스로의 안전보장, 즉 생존을 추구한다. 핵무기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끝판왕'이었다. 그런데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통해 안보를 추구한다면 세계는 어떻게 될까? 모두가 공멸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핵확산이 가져올 끔찍한 미래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70년 출범한 것이 핵확산금지조약(NPT: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이다. 이 조약을 통해 이미 핵무장에 성공한 5개국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았고, 그 외 모든 NPT 가입 회원국은 '비핵보유국'으로 남게 되었다.

이 같은 '불평등한' 조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술적으로 NPT체제는 5개 강대국이 핵보유국의 특권을 갖되 핵군축을 추진하고, 비핵국은 '평화적 원자력 이용 권리'와 이를 위한 핵보유국의 지원을 약속받음으로써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뿐인가? 아마도 핵 보유를 통한 생존의 추구가 결과적으로 모두의 공멸로 귀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NPT체제는 여전히 도전받고 있다. 안보 위기에 처한 국가들은 끊임없이 핵무기를 갈구해왔다. 다만 핵 개발의 대가는 아이러니 하게도 핵을 통한 안전보장 이상의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이렇게 성립된 NPT체제와 핵비핵산 규범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어떨까? 미국은 한국이 동맹이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인가? 한국은 북한이라는 소위 '악마'국으로부터 핵위협을 받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핵무장을 해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한국의 핵무장이 가져올 감당하지 못할 결과들
 
지난해 9월 26일 오전 부산 레이건호(CVN-76)가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 한미연합해상훈련 참가하는 레이건호 지난해 9월 26일 오전 부산 레이건호(CVN-76)가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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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핵무장론이 대두되면서 미국 또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반응은 명확하다. 미국은 한국 핵무장을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내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임을 명확히 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NPT를 탈퇴해야 한다. 전세계 핵비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인가? 미국의 핵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최근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결정하면 미국은 거의 확실하게(almost surely) 한국과 군사동맹과 경제협력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38north, 2023.1.20)

한국은 핵무장의 대가로 한미동맹을 포기할 수 있는가?

만약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동북아에서 '핵확산의 연쇄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핵무장이 용인된다면, 일본 또한 자국내 핵을 보유하려 들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한국의 핵개발에 맞서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서 보여준 경제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보복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동북아에서 '핵안보경쟁'을 목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저항과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NPT를 탈퇴한다는 것은 그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말과 같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원자력 수출은 물론 다양한 무역규제가 우리의 앞길을 막아설 것이다.

관련하여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어렵다면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자는 주장 또한 있다. 한국의 전술핵 도입은 NPT체제의 수평적 핵확산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중전략경쟁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전술핵이 배치되는 것을 사드(THAAD) 이상으로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전술핵의 발사 버튼은 미국 워싱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아마도 미국까지 공격가능한 미사일을 보유했을 것이기에, 사람들은 종종 '미국이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포기할 수 있겠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만약 미국이 샌프란시스코를 포기할 수 없다면,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 또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전술핵이 괌에 있는 것과 한국에 있는 것은 군사적으로 차이가 없다. 단지 심리적인 안정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핵을 보유하면 우리에게 평화가 찾아올까 

핵은 그 파괴력으로 적국의 침략을 억제하는 무기로 인식된다. 적대적인 쌍방이 모두 핵을 가지고 있다면 '공포의 균형'이 일어나고 이 또한 전쟁을 방지할 수도 있다. 국제정치에서 종종 언급되는 핵무장을 통한 평화의 논리이다.

그렇다면 눈을 감고 한번 생각해 보자. 한국이 결국 자체적인 핵무장에 성공했다. 이제 남과 북은 모두 핵을 가지게 됐다. 여러분의 눈앞에 평화로운 한반도가 펼쳐져 있는가? 아마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럴까?

우리는 핵을 가지지 못해 평화를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분단된, 그것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대결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살지 못하는 것이다.

남과 북이 핵을 가지고 공포의 균형을 이룬다해도, 남북이 정전체제를 해체하지 못하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불안한 한반도에서 살게 될 것이다. 분단체제에서 남북의 핵보유는 균형이 아닌 핵 대결, 핵의 정치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거론되는 '한국의 핵무장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는, 우리의 현실을, 그리고 미래를 있는 그대로 질문하고 있는 것인가? 여론조사에서는 질문 문항에 따라 결과 또한 달라지기 쉽다. 만약 '한미동맹을 포기하고 핵무장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한반도 비핵화 시리즈] 3편에서 그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
 
2022년 7월 19일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3초소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에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2년 7월 19일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이 재개된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3초소에서 바라본 북한 기정동 마을에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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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평양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태그:#윤석열, #핵무장, #핵보유, #한미동맹, #N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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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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