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이라는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이며 클럽하우스의 리더로서 팀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오재원을 주장으로 선정하면서 한 인터뷰의 일부분이다. 분명 투지 있고 근성이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는 그라운드에서의 넘치는 승부욕 때문에 상대팀 혹은 심판의 오해를 빚기도 할 만큼 감정 표출이 큰 편이다. 일각에서는 작년 오재원의 부진을 보며 '넘치는 파이팅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력이 뛰어나야 주장감'이라며 오재원의 캡틴 마크를 비판하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우리가 알고 있던 오재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침내 실력과 파이팅을 겸비한 선수가 되었다.

실력과 파이팅 겸비한 선수

오재원, 역전 홈인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7회 말 1사 3루 두산 오재원이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오재원, 역전 홈인 지난 3월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7회 말 1사 3루 두산 오재원이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7년 오재원이 경희대를 졸업하고 2차 9라운드로 두산베어스에 입단할 때만 해도 발만 빠른 선수였다. 수비도 불안했고 타격은 기본기가 안됐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기라성 같던 국가대표 2루수 고영민을 밀어내고 두산의 2루수를 꿰 찰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근성'이었다.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알고 멀리 치기보다는 정확히 맞추는 컨택트 위주의 타격을 했고 누상에 살아나가 도루 또는 베이스러닝으로 팀의 세밀한 야구를 주도했다.

그랬던 오재원이 2013년부터 벌크업을 시작했다. 근력운동을 통해 부족한 파워를 채워 중장거리 타자로 변모하려는 노력이었다. 기저에는 감독들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 "힘 있는 2루수를 원한다"며 오재원의 몸 키우기를 추천했다. 그렇게 5년간 비시즌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량을 늘렸고 시즌이 시작할 때쯤에는 10kg가량 몸무게가 늘어난 타자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시즌이 계속되면서 붙었던 몸무게는 점점 빠지기 시작하였고 10월이 되면 다시 호리호리한 몸 상태가 되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성격이 예민한 오재원의 특성상 자신 혹은 팀의 부진에 대해 고민하며 체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5년간의 노력은 실패였다. 2015년 한 해 두자리 수 홈런(11개)을 친 것을 제외하면 말랐던 2011년(6개)과 큰 차이 없는 홈런 개수이다. 장타율 역시 3푼 정도 오르는 것에 그쳤다.

 오재원의 시즌별 기록

오재원의 시즌별 기록 ⓒ 박종현


즉, 체질상 파워를 늘려 먼 거리를 칠 수 있는 타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길고 긴 방황 끝에 오재원은 2017년 겨울 미국 LA의 덕 래타 인스트럭터를 찾아가 타격 이론 교육을 받고 왔다. 덕 래타 코치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어퍼 스윙 궤적을 통해 공을 칠 수 있는 앵글(각도)을 만들고 킵라인을 유지하며 어깨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오재원에게도 전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범경기와 개막 초반에도 작년 시즌과 같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공을 띄우기에만 급급했다. 덕 래타 코치의 이론은 이대로 실패하는 듯했다. 3월 30일 KT와의 경기부터 감을 찾더니 4월 8일 현재까지 매 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즉, 체화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덕 래타 코치의 강습을 받았던 강정호, 추신수와 같이 레그킥을 통해 홈런을 만드는 타격 자세는 아니었다. 그의 이론에 2009-2010시즌 오재원의 장점을 입혔다. 앵글을 만들되 짧게 치는 스윙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장타보다는 출루에 목적을 둔 스윙이 완성되었다.

길고 긴 방황 끝에 이제서야 비로소 우리가 알던 오재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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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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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오피니언은 구분할 줄 아는 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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