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아이싱 중에도 친절히 사인에 응하는 김수지

무릎 아이싱 중에도 친절히 사인에 응하는 김수지 ⓒ 박종현


지난 2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이하 VNL) 2주차 3번째 경기가 펼쳐졌다. 이는 올해 펼쳐지는 국가 대항전인 VNL, 아시안게임, 월드 그랑프리 일정 중 대표팀이 치르는 마지막 홈경기로 상대는 이탈리아 대표팀이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들이 김연경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을 보기 위해 운집했다. 경기력은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 비해 다소 아쉬웠다. 세계랭킹이 우리나라(10위)보다 높은 중국, 러시아 등을 3대 0 셧아웃 승리로 장식했을 때와 비교하면 리시브도 불안했고 공격 성공률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는 올해 펼쳐지는 VNL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랭킹이 낮은 팀들이 전통의 강호들을 꺾고 이변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1주일에 3경기를 연달아 펼치는 데다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VNL의 살인적인 일정 때문이다.

경기 감각이나 체력적인 측면이 경기력에 강력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계속되는 경기 출전으로 김연경은 무릎을 절뚝이며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블로킹을 담당하는 미들블로커(센터) 김수지와 양효진은 무릎에 아이싱을 한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여자 배구 대표팀의 팬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 대목에서 드러났다. 경기력은 떨어졌고 팀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경기를 패배한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3대 0 셧아웃 패배를 당한 상황에서도 경기장을 찾아 준 팬들을 위해 밝은 얼굴로 인사했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경기 종료 후 40분 정도 퇴근길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며 경기장을 많이 찾아달라는 당부도 했다.

 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양효진

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양효진 ⓒ 박종현


무릎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팬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는 최근 야구계에서 벌어진 '팬 서비스 논란'과 사뭇 달라 눈길을 끌었다. 오후 11시가 넘는 시각 경기장을 빠져 나오는 선수들을 기다리며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선수들은 팀이 경기에 패배했거나 자신의 활약이 미비했다는 이유로 팬들을 지나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사인을 다 해드리려고 한다"라고 인터뷰를 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사인을 해주지 않고 팬들을 지나칠 때에 태도는 매우 당당하다. 팬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죄송하다는 말없이 자동차를 몰고 사라지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또한 짐이 많다는 이유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사인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되고 기억될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시 여자 배구 대표팀 이야기에 대입해보면 사인을 해주던 이효희(한국도로공사, 세터)는 손에 팬들이 준 선물을 들어야 하자 옆에 있던 트레이닝 파트 매니저를 불러 팬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재영(흥국생명, 레프트)은 "몸이 안 좋아서 여기까지만 해드릴게요. 죄송합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미 인기 스포츠가 되었다는 이유로 팬들이 그동안 보내주었던 사랑을 잊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스포츠 선수는 그리고 스포츠스타는 스포츠를 비즈니스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헌 활동이라는 점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VNL 3차전 매치

한국과 이탈리아의 VNL 3차전 매치 ⓒ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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