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017 시즌부터 고의사구 자동화가 이루어졌다. 더그아웃에서 심판에게 고의사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투수는 공을 던지지 않고, 타자를 그대로 1루로 내보낸다. 기록지에는 공을 던지지 않은 것으로 기록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2018 시즌부터 고의사구 자동화가 적용되고 국제대회에서도 이 제도를 그대로 시행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고의사구 자동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단은 올 시즌은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머지 않아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조치가 한국 프로야구에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찬찬히 생각해 봐야 한다.

애초에 두 리그가 처한 상황이 다르다. 현재 MLB는 위기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4대 스포츠 중에서 평균 시청연령이 가장 높으며 신규 팬들의 유입도 활발하지 않다. 지속적인 야구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팬들을 지속해서 확보해야만 했다. 그것을 위한 방안이 경기 시간 단축이었고, 그 조치의 일환이 고의사구 자동화다.

경기시간 단축, 이미 최고 인기누리는 한국야구에도?

 (광주=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1대0 완봉승을 이룬 KIA 양현종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1대0 완봉승을 이룬 KIA 양현종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프로야구는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며 계속해서 상승세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 관중도 매우 많고 전 세대를 아우른다. 딱히 인기가 하락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굳이 다른 리그가 도입한 제도를 따라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이런 조치들은 야구의 재미를 해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고의사구도 엄연한 인플레이 상황이기에 그 과정에서 타격을 하거나 혹은 공이 빠지거나, 홈스틸을 시도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미겔 카브레라의 안타라든가, 2013 준플레이오프 홍상삼의 폭투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돌발상황도 야구를 보는 하나의 즐거움인데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의 사구가 나오는 시점은 대개 승부처, 폭풍전야라고 할 수 있다. 타자를 거르는 동안 비춰주는 대기 타석의 타자, 팬들의 야유, 곧 펼쳐질 타자와 투수의 자존심 싸움을 기대하면서 사람들의 긴장감은 커지고 경기에 대한 몰입도는 최고조에 이른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경기 시간 감축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 2017년 KBO에서는 720경기에서 185개의 고의사구가 있었다. 고의사구 자동화로 약 1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면 한 경기당 약 20초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그 짧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고의사구를 자동화하기 보다는, 비디오 판독이나 투구 관련 룰을 개정하여 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야구는 시간 제한이 없기에 타 스포츠와 달리 시간에 쫓기지 않고 1구, 1구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경기를 보는 매력이 있다. 물론 경기에서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필요한 조치이며 긍정적 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에 너무 집착하다 야구의 재미를 해친다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 새로운 제도나 규칙을 도입할 때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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