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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 사진은 지난 1월 29일 KB금융그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격려금 1억 원을 전달할 당시 모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 왼쪽). 사진은 지난 1월 29일 KB금융그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격려금 1억 원을 전달할 당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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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친척이 청탁을 통해 특혜 채용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은행권 채용비리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또 KEB하나은행의 경우 채용 비리 정황이 13건이나 나왔지만 은행 쪽에서 이를 부인하고, 노조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 쪽에서 이에 대해 재반박하는 등 시끄러운 분위기다.

심상정 의원실은 지난 1월 31일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 및 향후 계획'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은행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지난 1월 26일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자료를 배포하면서 해당 은행들이 어느 곳인지는 밝히지 않았는데 심 의원이 이를 밝혀내 공개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금감원에서 특혜 채용으로 보고 적발한 건은 KB국민은행의 경우 청탁에 따른 채용 3건, 하나은행의 경우 청탁에 따른 채용을 포함한 13건이다. 또 광주·부산·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각각 1건, 2건, 3건의 특혜채용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누나의 손녀도, 형의 아들도 KB 직원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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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가운데 국민은행의 경우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직원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누나의 손녀(종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측에서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윤 회장의 종손녀가) 맞다"라면서 "지금은 금감원이 잠정적으로 공개한 것일 뿐 (검찰 등에서) 조사를 해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현재 호남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은행 쪽의 해명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먼저 노조는 인사실무자가 지원자 명단에 '회장님 조카'라고 써놓고 관리했지만, 부행장 등 면접관은 인적 사항을 가리고 블라인드 면접을 했다는 내용의 사측 해명을 소개했다.

윤 회장의 종손녀가 지난 2015년 국민은행 신규채용에 지원했는데, 이를 은행 쪽에서 명단에 표기해놓고 관리했다는 것. 이어 노조는 "(해당 지원자가) 서류 전형 813등, 1차 면접 273등을 했지만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합격을 했다는 얘기"라며 "이게 납득이 되는가"라고 덧붙였다.

또 이날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는 윤 회장의 형의 아들(조카)도 KB금융지주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해당 직원이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지난 2005년 입사해 현재는 3급 직원인데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과·차장급이고, 일반적인 승진 속도"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정황... 청탁 관련 6건, 서울대 등 출신 밀어주기 7건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얼굴 모양의 가면을 쓰고 채용비리 관련 사과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얼굴 모양의 가면을 쓰고 채용비리 관련 사과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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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은행과 관련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금융감독원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악질적이고 비난 받아 마땅한 곳은 부끄럽게도 바로 KEB하나은행"이라며 "채용비리의 최종 책임자는 함영주 행장과 김정태 회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심상정 의원실은 하나은행의 경우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정황은 6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점수조작 정황은 7건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었다. 사외이사 관련자가 최하위 수준의 점수를 받았는데 전형공고에도 없던 '글로벌 우대'로 통과했고, 카드사 사장 지인의 자녀도 점수 조정을 통해 최종 합격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한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전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의 지인인 것으로 파악했다"라며 "사외이사도 정확히 누구인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은행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미국 위스콘신대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내리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심상정 의원실은 설명했다. 의원실 쪽은 1월 31일에 이어 지난 1일에도 하나은행 관련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는 은행 쪽에서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이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없어"... 심상정 "발뺌하며 책임회피, 취업비리 뿌리뽑을 것"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심 의원은 "(앞서)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제기했을 때 파급력이 컸던 만큼 금융권의 뼈를 깎는 자정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로 놓고도 끝내 아니라고 발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보면서 참담한 생각이 든다"라며 "취업비리의 뿌리를 뽑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하나은행 쪽은 "채용비리 사실이 없고,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라며 "글로벌 인재는 해외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진행해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특정인을 위한 면접점수 임의 조정 사실이 없다"라면서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이 없고, 입점 대학 및 주요 거래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은행 쪽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 쪽에서 말하는 입점대학 출신 우대 관련 내부 규정을 찾기도 어렵지만, 이런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는 "은행이 '입점 대학 등 출신은 내부 규정상 채용에서 우대하도록 돼 있다'고 하지만 내부 규정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이는 은행이 영업활동을 위해 취업자리를 파는 격"이라며 "교육기관인 대학교와 취업 자리를 사고파는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노조 쪽은 부연했다. 또 현재 KEB하나은행이 입점한 대학은 명지대, 원광대, 고려대 등인데 만약 관련 규정이 있다해도 서울대, 연세대 등 출신은 우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 쪽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사 결과 자료를 검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황대성 금감원 공보기획팀장은 "해당 은행들을 고발한 것은 아니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이첩했다"라며 "검찰에서 수사를 할지 안 할지 판단하고,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 관련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채용비리 의혹은 업무방해죄와 관련한 것이어서 이를 검찰에서 수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태그:#채용비리, #국민은행,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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