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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이 주관하는 각종 지역행사에는 내빈소개와 축사 등 이른바 '의전 행위'가 수반됩니다. 때로는 무리하고 과도한 의전으로 인한 '과잉 의전', '의전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도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일례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7년째 강남구 신년인사회에 초청받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이 재임하고 있는 동작구와 성북구 신년인사회에서는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인사말 순서가 배치되면서 자치구 신년인사회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장이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참고-[정의당 동작구위원회 논평] 동작구 신년인사회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장인가)

한편 지역에서는 의전 간소화란 명목으로 소수정당의 발언권을 제약하기도 합니다. 동작구는 지난해부터 소속 구의원이 없는 정의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역위원장의 발언기회를 없앴고 강북구의 경우, 지난해 신년인사회에서 정의당 지역위원장의 인사말만 배제하는 진행으로 정의당 강북구위원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소수정당은 신년인사회서 인사말도 하지마라?)

앞서 언급한 과잉 의전이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의전도 문제이지만 소중한 시간을 쪼개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 입장에서도 행사 때마다 7, 8명의 축사를 들어야하는 것은 고역입니다. 의정보고서, 정당연설회, 정책간담회 등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는 각종 지역행사 말고도 많습니다. 하기에 지역행사 때는 주민들의 참여 기회를 더 늘리고 의전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불가피한 의전도 합리적인 원칙에 근거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의전이란 명목으로 가뜩이나 봉쇄되어 있는 소수정당의 발언권을 더 제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북구는 오는 12일에 신년인사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정의당 강북구위원회가 구청 담당부서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원내교섭단체 정당의 지역위원장에게만 인사말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정의당 지역위원장인 저는 인사말을 할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원내교섭단체는 지역행사 의전에 있어 합리적인 기준으로 볼 수 있을까요?

2017년 신년인사회 관련한 티브로드뉴스 캡쳐
 2017년 신년인사회 관련한 티브로드뉴스 캡쳐
ⓒ 티브로드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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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교섭단체 아닌 정당은 인사말도 못한다?

원내교섭단체는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도입되었고 국회 운영에서 소수정당을 배제하는 '제왕적 교섭단체'의 폐해로 인해 구성요건 완화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로 인해 우리나라 국회의 구성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습니다.

20대 총선을 예로 들면 정의당은 7.23%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의석수는 전체 의석의 2%인 6석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이 일치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면 정의당은 27석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충분히 구성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교섭단체인 국민의당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은 비슷한 정당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민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의 결과이고 현재의 정치상황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원내교섭단체가 지역에서 정치적 발언권을 제약하는 기준이 되어야 할 합리적 근거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각 정당의 지역위원장은 해당 지역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활동 자유'의 주체인 정당의 대리인이자 대표자입니다. 하기에 각종 지역행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정당활동을 보고할 의무와 권리가 있고 주민들 역시 자신이 지지한 정당의 대표자인 지역위원장을 만날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기준을 나눠 발언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지역조직을 구성하고 활동하고 있는 정당의 지역위원장에게는 공정하게 발언의 기회를 주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소수정당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지역정치부터 바꿔야

1월 2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전국 자치단체장 대국민 공동 신년사 발표 모습
 1월 2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전국 자치단체장 대국민 공동 신년사 발표 모습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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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신년인사회 의전지침은 거대정당이 장악한 지역정치에서 소수정당의 발언권이 제약되는 작은 사례에 불과합니다.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를 싹쓸이하는 영호남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의 지방의회도 대부분 거대정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2인 선거구 중심의 지방선거제도입니다. 거대정당이 양분하는 2인 선거구는 진보정당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곧 당선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역정치인들은 주민들보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에게 잘 보이고 줄을 서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대구, 경북, 울산, 경남에서 기초의원 지역구 당선자 3분의 2 이상,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 전남, 전북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고 당시 통합진보당은 1.2%, 정의당은 0.4%, 노동당은 0.2%의 당선자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진보정당과 소수 정치세력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지역정치를 만들기 위한 선결과제는 지방선거제도 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양당독식 정치구도 개선을 위해 4인 선거구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제출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지난 1월 2일, 박겸수 강북구청장을 비롯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 29명은 광화문광장에서 대국민 공동신년사를 발표하는 등 지방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공동 신년사에 참여한 단체장들은 "지방분권의 진정한 목표는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며 "지방분권으로 강화될 풀뿌리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 운영방식을 역동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각 지방정부가 최선을 다해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아름다운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체장들이 이야기한 장및빛 전망이 실현되려면 거대정당이 독식하고 있는 지방의회, 소수 정치세력의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지역정치 현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지방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견제와 감시가 사라진 지역정치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하기에 박겸수 구청장을 비롯해 지방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단체장들이 먼저 지방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신년인사회 의전을 비롯한 작은 부분에서부터 소수정당의 정치적 발언권이 제약되지 않는 섬세한 행정을 희망합니다.


태그:#강북구, #신년인사회, #지방분권개헌,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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