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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1동 신년인사회 모습
 번1동 신년인사회 모습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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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초엔 자치구별로 지역의 주요 인사들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신년인사회를 개최하고 힘찬 새해 출발을 다짐합니다. 이어서 각 동별로도 신년인사회가 진행되는데 이 자리에는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의 주요 간부들이 참석해 새해의 주요 시책사업과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합니다.

제가 정의당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북구도 지난 13일 강북구 신년인사회를 진행한데 이어 16일, 수유2동을 시작으로 동별 신년인사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청이 주관하는 행사는 으레 시작 부분에 구청장, 구의회의장, 국회의원, 각 정당의 지역위원장 등 정치인들을 소개하고 인사말을 듣는 시간이 배치됩니다. 그런데 원외정당이나 소수정당의 지역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예전 진보신당 위원장 시절에도 이미 그런 일을 겪었었기에 신년인사회 참석하기 전 전화로 문의를 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내빈 소개는 시켜주지만 인사말은 국민의당 지역위원장까지만 기회를 준다고 답합니다. 무슨 근거와 기준으로 그렇게 진행하는지 재차 묻자 '그동안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고 구청 행사니까 구청에서 정한 기준대로 한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심지어 행사장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담당부서 과장은 항의하는 저에게 '지역위원장 증'을 제출하라는 등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이날 신년인사회에 참석해서 소개된 '내빈' 중에 인사말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은 정의당 지역위원장인 저,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권한도 근거도 없는 강북구의회의 의전 요구

강북구청의 이러한 행태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헌법에 보장된 정당활동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고 소수정당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기에 그날 바로 항의공문을 보내고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에 있었던 번1동 신년인사회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기에 내빈 인사말 순서가 끝날 즈음에 그냥 일어나서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고 "정의당이 소수정당이어서인지 저에게만 마이크를 주지 않아서 저도 잠깐 인사드리려고 나왔습니다. 괜찮으시죠?"라고 말씀드리고 주민들께 인사를 했습니다.

항의공문을 보낸 지 3일만에 구청에서 '국회교섭단체가 구성된 정당에 한하여 내빈소개 및 인사말씀, 국회교섭단체가 구성되지 않은 정당에 대해서는 내빈소개 하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규정'했다고 답변을 해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항의전화를 하는 당원 한 분에게 담당 공무원이 '구의회의 요청이 있어' 이러한 의전 기준이 적용되었다고 실토(?)한 것입니다.

 강북구의회가 강북구청에 보낸 공문
 강북구의회가 강북구청에 보낸 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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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정의당을 배제하는 강북구청의 불합리한 의전 기준은 강북구의회의 요청 때문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구의회는 지난해 11월 24일, 운영위원회 회의 결과로 원내교섭단체 정당의 지역위원장만 소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전 예우기준안 안내 공문을 보냈고 강북구청은 이를 반영한 내부 규정을 마련한 것입니다.

권한도 근거도 없는 구의회의 요구가 있었다고 해서 비민주적인 의전 기준을 적용하는 강북구청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구의회가 무슨 지위와 권한으로 의전 기준안을 결정해서 통보하는지 더욱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구의회는 집행부인 구청을 견제, 감시하는 역할과 함께 조례제정, 예산의결, 결산승인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권한은 반드시 해당 법률의 범위 내에서 행사할 수 있습니다.

구의회가, 그것도 일개 운영위원회 회의 결과로 헌법에 보장된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의전 기준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강북구의회가 초헌법적인 발상을 하고있는 셈입니다.

더구나 강북구의회는 지난해 후반기 의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상 초유의 의장단 선거 거부사태 등 파행을 거듭하며 주민들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하고 젓가락을 집어던진 행위로 징계를 받은 구의원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관내 출장비 지급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는 등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하기에 정의당 강북구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강북구의회가 권한을 벗어난 일에 개입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민주적이고 투명한 구의회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것을 진심으로 충고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하나의 기울어진 운동장, 지역정치

 민주적 의장단 선출을 위한 회의규칙 개정에 항의하는 피켓시위
 민주적 의장단 선출을 위한 회의규칙 개정에 항의하는 피켓시위
ⓒ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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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대체 강북구의회는 왜 이런 편향적이고 무리한 의전 기준을 구청에 요구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국민들의 지지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지율과 의석 점유율을 비교해볼 때 거대정당은 과대대표되는 반면,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은 지나치게 과소대표되고있는 실정입니다. 하기에 소선거구제에 기반한 현행 선거제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거법 뿐만 지역정치에도 또 하나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존재합니다. 적법한 근거없이 관행적이고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의전 지침은 소수정당이 각종 지역행사에서 주민들과 만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결국 일상적인 지역정치에서 진보정당, 소수정당의 목소리가 사라지게 만드는,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작용하며 기존 거대정당들의 목소리와 정치적 영향력만 커지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하기에 소수정당에게도 동등한 정치적 기회가 주어지는 방향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의전 지침 기준을 바로잡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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