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이 있는 니퍼트의 모습

불만이 있는 니퍼트의 모습 ⓒ 두산베어스


"니느님", "두산의 에이스" 등 그를 나타내는 칭호는 다양하다. 어느새 한국에서 선수로 활약한 지 7년째가 되는 베테랑 외인투수이다. 이제 어느덧 37살.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팀에서 고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 투수로서 은퇴하여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두산은 니퍼트이기 때문에 신뢰하였다.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2016시즌 22승 방어율 2.95로 리그 MVP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벽했던 그가 올해는 달라졌다.

➀  직구 구위 하락

니퍼트 하면 직구라는 공식이 있었다. 2m가 넘는 키의 이점을 살려 높은 타점에서 찍어 누르는 직구는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발하는 매력적인 공이었다. 그런 그의 직구가 올해는 다르다. 평균구속은 1km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구종가치는 2배 이상 하락하였다.(11.9→ 5.7) 선수 본인도 직구에 대한 믿음이 하락한 듯 보인다. 구사비율이 60%가 넘었던 작년에 비해 54%로 줄었다. 그만큼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직구를 결정구로 사용하지 않는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 타자들 역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고 공략하고 있다. 나아가 상하좌우 무브먼트에서도 작년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2cm는 정타와 빗맞음을 결정하는 중요한 차이가 될 수 있다(표 참조).

➁  볼넷의 증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그리고 직구. 3가지 구종으로도 좋은 투수가 물론 될 수 있다. 다만 전제는 '제구가 되는 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니퍼트의 직구는 가운데에 던져도 못 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직구의 구위가 떨어진 것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직구 코너워크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볼넷을 주는 경우와 직구 구위를 못 믿고 결정구를 변화구로 선택했다가 타자들이 속지 않아 볼넷을 나가는 경우 두 가지 모두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최다 볼넷 1위라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시즌이 21경기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 14개나 많은 볼넷을 내주고 있다. 2위인 신인 선발 함덕주 보다 볼넷이 12개가 많다는 것은 올 시즌 제구력은 니퍼트 답지 못함을 알 수 있다.

➂ 인내심

2011년 니퍼트를 두산베어스로 데려왔던 스카우트 팀장이 한 말 중에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 "여느 외국인 선수와 달리 차분한 편이다"는 리포트가 그것이다. 실제로 마운드 안팎에서 젠틀한 신사와 같은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갔던 그다. 공수교대 때마다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박수를 보내며 제일 마지막에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었다. 올해는 그런 모습보다 마운드 위에서 감정표현을 하고 덕아웃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글러브를 던지는 등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상대와의 승부 이전에 자신에게 지고 들어가고 있는 니퍼트다. 벌겋게 흥분된 얼굴로 마운드에 오르면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건 당연하다. 기술적인 측면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6일 한화전 자신의 분노 행동에 관해 선수들에게 사과했기 때문에 다음 경기부터는 차분한 원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 많은 이닝을 던진 여파도 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팔의 각도가 낮아진 것도 충분히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일 한화전을 통해 위력은 증명하였다. 2회말 6번 타자 최진행에게 132km 체인지업을 던지다가 홈런을 허용하자 7번 타자 김원석부터 9번 타자 정경운까지 11구 모두 직구를 던졌고 모두 150km를 넘었다. 결과는 3K. 2015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초반에는 직구로 윽박지르다가 체력이 떨어질 시점부터 변화구를 섞는 것이 그의 패턴이었다. 12일 두산은 NC다이노스와 중요한 2, 3위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두산 배터리가 변화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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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니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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