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혁명은 마침내 박근혜를 파면시키고 구속시켰다. 촛불의 바다 속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구속을 넘어 '적폐청산'을 외쳤고, 이제 탄생할 새 정부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그 일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전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생각을 듣는 '릴레이인터뷰-적폐청산 그리고 미래'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
지난겨울,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은 촛불의 바다를 이루었다. 그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탈핵'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새정부 탄생을 앞두고, 촛불집회 현장을 누비며 '탈핵'을 외쳤던 이경자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핵 관련 기관이 밀집해 있는 대전은 '핵공단'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탈핵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대전은 물론, 인근 세종과 충남북 단체와 지역주민들이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를 결성,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
노동당 부대표이기도 한 이경자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장은 촛불집회현장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핵재처리실험의 위험성을 알리고, 반드시 이를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새롭게 탄생하는 정부는 '탈핵'을 선언하고, 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캠프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 집행위원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경험한 이후 탈핵은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경주지진 이후 탈핵요구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데 그 탈핵의 시작은 핵 관련 문제를 가장 많이 안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적폐청산'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핵재처리실험'에 대해 검증되지 않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 실험이라고 설명하면서 많은 전문가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강행하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핵이 답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탈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면서 "우리나라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탈핵은 가능하다"면서 '정부의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핵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수습할 수 없다. 그 범위와 시기를 가늠할 수도 없고,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절망과 고통만이 있을 뿐"이라며 "따라서 탈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음은 이경자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지난겨울 촛불현장에서 자주 뵈었다. 주민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서명운동을 하고, 자유발언자로 나서기도 하셨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가?"촛불의 민심이라는 것은 결국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 대한 갈망이었고, 그것이 표출된 것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불법과 부조리가 없는 세상,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는 그런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게 촛불의 뜻이었다.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상식이 아닌 국가안보와 기밀,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 전문가들만의 불가침의 영역, 부국강병의 일환이라는 논리, 곧 핵마피아들의 생존의 논리로만 핵문제를 말해 왔다.
현재 대전 유성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라고 하는 핵연구기관이 있다. 이 곳은 통상 '핵마피아의 산실'이라고 불린다. 저는 실제로 그렇다고 본다. 탈핵의 출발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핵마피아와 핵산업계의 고리를 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되고, 그렇게 보면 대전이 탈핵운동의 중심지이자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오는 7월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핵재처리실험이라고 하는 위험한 실험을 시작하려고 하니, 그것을 막는 것부터 탈핵운동의 출발을 시민들과 함께 시작해 보자. 그런 제안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 탈핵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것이었데, 우선 대전지역의 현안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이 인터뷰는 박근혜 구속 이후 '적폐청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인데, 우선적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로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문제'를 꼽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는가?"저도 예전에는 몰랐던 사실이지만, 150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 핵시설들이 밀집해 있고, 그 시설에는 중저준위 핵폐기물과 고준위 핵폐기물이 쌓여 있다. 시민들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몰랐고, 정부나 기관에서는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오랜 세월을 지내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이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과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존재, 그 시설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단히 위험한 실험의 내용, 또 이러한 실험들이 지역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은폐되어 왔다. 이러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개하고, 토론하고,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
탈핵이라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고, 지진 이후로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 탈핵의 시작은 가장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적폐청산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 그렇다면 구체적인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자. 우선 원자력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파이로 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실험, pyroprocessing)은 무엇이 문제인가?"이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건식재처리 실험인데, 핵발전소에서 타고 남은 연료를 '사용후 핵연료', 또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라고 표현하는데, 핵발전소가 가동되면 가장 큰 난제가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세계적으로도 이 문제의 해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 때문에라도 탈핵을 결정하는 나라가 많이 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법에 있어서는 지하 500미터 암반에 최소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하는 심지층 처분의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지상에 콘크리트 건물에 그냥 보관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핀란드에서 심지층처분을 위한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는 임시저장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임시보관만 하는 중이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방안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대략 1만 5000톤의 고준위 핵폐기물이 핵발전소 안의 임시저장 시설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이고, 2019년부터 월성을 시작으로 임시저장시설의 포화 상태가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정부로서도 이것(사용후 핵연료 처리)을 계속 미룰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해서 올 1월에 5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서 고준위 핵폐기장 부지 선정 과정에 대한 계획, 절차 등에 대해 토론이 되었고, 결정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파이로 프로세싱이라고 하는, 그러니까 고준위 핵폐기물을 실험을 통해서 세슘(Caesium)과 스트론튬(Strontium)을 분리해서 보관하고, 그리고 플루토늄(Plutonium) 같은 초유라늄 물질은 고속로(高速爐)라는 별도의 원자로에서 태워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맹독성인 물질을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굉장히 효율적이고 안전하고, 이것으로 인해서 핵폐기물의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핵폐기장 면적이 1/100로 줄어들 수 있다. 핵폐기물의 독성도 태워버리기 때문에 1/1000이하로 줄어든다는 게 정부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런데 핵폐기장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한 미국 에너지부의 자료를 인용하는데, 그 자료는 사실이 아니다. 그 자료는 미국의 한 학회지에 실린 논문으로 주장에 불과한 것이지 실증된 자료가 아니다. 또 죽음의 재라고 불리는 '세슘'과 '스트론튬'을 별도로 보관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하에 저장한다고 해도 지하수에 누출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또 분리된 플루토늄 같은 독성이 높은 초우라늄을 태워 없애기 위해서는 현재 있는 중수로나 경수로 원자로 말고, 소듐 냉각 고속 원자로(Sodium-cooled Fast Reactor, SFR)를 개발해야 한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 원자로의 개발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개발기간도 길다.
또 위험성도 높다. 고속로를 태우기 위해서 소듐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물과 공기에 접촉하는 순간, 화재와 폭발 위험이 있다. 일본과 프랑스에서는 이 소듐고속로 개발을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중단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따라서 꿈의 기술, 꿈의 원자로라고 하는 소듐고속로는 사실상 실패하고 위험하다고 하는 폐기된 원자로다. 그런데 그 사실은 얘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자꾸 안전하다고만 말한다.
우리나라 원자로는 경수로와 중수로 이렇게 두 가지인데, 현재 우리나라 핵폐기물 중에서 약 8000톤은 중수로에서 나온 것이고, 7100톤은 경수로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파이로 프로세싱 실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은 경수로에서 나온 폐기물만 가능하다. 파이로 프로세싱을 절반은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절반은 처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이 실험만 성공하면 모든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주장하고, 그 근거의 인용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국민 사기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볼 때, 이 실험은 별 의미 없는 실험이다. 더욱이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이러한 핵시설이 도심 속에 있고, 이렇게 별 의미도 없으면서도 매우 위험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실험을, 전 세계 어디도 하지 않는 실험을,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하더라도 다 처리하지도 못하면서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희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대전에서 이렇게 강력한 반대운동이 일어나니까 원자력연구원은 경북 경주시에 제2원자력연구원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2016년 4월 경주시와 원자력연구원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경주 일대 80만평 부지에 파이로 프로세싱과 고속로를 위한 대규모 실증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만약의 경우에 대전에서 이 실험이 어렵게 될 경우에 경주에 가서 하겠다는 것이다. 저희는 이 핵재처리 실험이 대전에서만 하지 않으면 좋다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이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경주시민에게도 정확히 알려야 한다. 그러나 아마 경주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연구시설을 유치했다는 식으로만 홍보했을 것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이른바 원전마피아들로 불리는 분들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 같다. 어떤 문제들이 있는가? "정말 문제가 많다. 대표적으로 시민들에게 걱정 끼치는 것이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전국 2위로 많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래도 많이 알고 계신다. 그런데 지난해 중반에 고준위 핵폐기물 3.4톤이 26년 동안 주민들 몰래 반입되었다는 것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심지어는 그 중에 손상된 핵연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 이러한 위험한 고준위 핵폐기물(핵연료봉)은 육로로 이송이 금지된 것인데 육로로 이송했고, 운반과정에 있어서도 운반차량의 안전성 검사가 안 되었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지날 때 교량이 하중을 10톤이상 초과해서 운송되어 왔는데, 이 사실을 원자력연구원은 몰랐다고 한다.
또 세슘같이 위험한 기체성 방사성 폐기물이 5년 동안 20만 베크렐(Bq, Becquerel)이 방출되었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그 다음에 하나로원자로의 내진설계 부실, 그리고 그 내진설계보강 공사과정에서 부실공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고, 2월에는 방사성 폐기물을 연구원 밖에 무단으로 매립하고, 소각하고, 오염수를 방출하고, 가스 계기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는 사이에 중저준위 핵폐기물 83드럼을 들여와서 또 시끄러웠었다. 정말 너무나 많다. 이러한 일 하나하나가 너무 충격적인 일인데, 너무 많아서 다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사실 대부분이 내부제보에 의해서 알려졌다는 것이다. 내부제보가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몰랐다는 말로 넘어가려고 한다, 문제가 드러나면 죄송하다,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기준치 이하다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이런 태도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정말 큰 문제,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하등의 반성이 없다. 안전불감증 정도가 아니라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양심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이 새로운 실험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한반도는 물론, 우리 지역에서도 지진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진에 대비한 문제도 심각하지 않은가?"앞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전국적으로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내진 설계도 되지 않은 임시저장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 폐기물을 저장하고 있는 임시 저장고와 핵 관련 시설 60%이상이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 그중에는 방사능 누출 위험이 높은 시설들도 많이 있다.
현재 원자력연구원 안에 있는 하나로원자로가 내진설계 부실로 가동을 멈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경주에 이어 우리 지역에서도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은 언제나 올 수 있다.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핵시설은 우리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금이라도 모든 핵 관련 시설에 대해 전면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지진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재난 매뉴얼이나 인근 주민 대피 방법, 방호방재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 그것 말고는 지진에 대한 대비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저희는 하나로원자로는 폐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하나로원자로는 건설된 지 20년이 넘었고, 내진보강을 위해 외벽에 수천 개의 구멍을 뚫었다. 그것으로 보완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신규원전에도 부식된 철판을 사용했다는 부실공사 논란이 있다. 신규원전도 그런데, 노후된 하나로 원자로는 당연히 폐로해야 한다.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시설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특별검사를 해야 한다. 더욱이 이러한 조건에서 핵재처리 실험을 강행해서는 결코 안 된다."
- 현재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단체들이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는데, 자세히 소개해 달라."2013년 한전 핵연료 제3공장 증설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대책위를 구성해서 싸웠는데, 그때가 대전에서의 탈핵운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로 민간안전감시기구조례제정운동이 있었고, 그 다음에는 핵안전을위한시민대책본부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지난해 중반부터 고준위폐기물이 들어오고, 핵재처리실험을 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한 후에 이 문제는 단순히 유성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국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인근지역 모든 주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조직을 확대해 구성하게 됐다.
통상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에서 권장하는 방사성 비상 계획구역이 30km다. 이 구역은 핵비상 상황에 맞추어서 주민대피훈련을 한다든가, 재난 매뉴얼을 제공한다든가 하는 범위의 반경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속하는 대전, 세종, 충청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에게 공동대응을 제안했고, 그렇게 해서 올해 1월 17일에 출범했다.
목적은 당연히 핵재처리실험 저지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고, 우리는 이 핵재처리실험저지를 통해서 우리나라 핵발전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도 함께 대응하고, 궁극적으로는 탈핵에 함께 공감하는 그런 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여러 사안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하고, 기자회견과 집회, 피켓팅 같은 활동을 했고, 그 다음에 주민들과 만나서 공부도 하고 토론회, 설명회도 진행하고 있고, 현재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수요일 5시에 관평동에서 탄핵촛불집회를 진행해 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자체나 지역정치인, 미래부, 원안위에 주민요구사항도 보내고, 면담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고, 법개정이나 제정 요구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적인 탈핵대책위와 함께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이상 원자력연구원은 존립할 수밖에 없고 재처리실험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와 시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핵발전소가 없어져야 재처리실험도 더 이상 시도하지 않을 것이고, 원자력연구원의 존재도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연료봉 생산공장도 그래야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전국적인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활동을 하고 있다."
- 그렇다면 이 문제를 확대해서 전국적인 상황을 짚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핵발전정책, 어떤 문제가 있는가?"세계적인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나라들이 탈핵을 결정했다. 독일은 2022년, 대만과 프랑스는 2025년에 원전제로를 선포하고 빠르게 정책을 그 방향으로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 이후로 가장 빠르게 핵발전을 확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중국도 그렇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중국은 핵발전소 확대 비율보다 훨씬 더 높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4기가 추가건설되어 25기가 가동중에 있고, 현재 5기가 건설중에 있고 6기가 추가로 건설될 계획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1%다. 세계 평균의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전력수급계획은 전기사용량이 2%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 아래에 수립된 것인데, 사실상 전기 사용량의 증가는 거의 없는 상태다. 대략 0.4%정도 비율로 증가하지 않을까 예측되고 있다. 또 현재 전력예비율이 30%가 넘고 있는데, 그러니까 현재도 쓸데없는 발전소의 가동이 있는데,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채로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결국은 원자력연구원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같은 소수의 핵마피아라고 할 수 있는 산업계 중심으로 이러한 계획이 짜여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이해관계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핵발전확대 정책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그렇다면 '탈핵이 답이다'라는 것인데, 가능한 일인가? 그 해법은 무엇인가?"탈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핵폭탄에 이어 핵발전소 사고로 엄청난 재앙을 당한 일본 후쿠시마의 사고를 보면서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다. 아니 배우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예일대 찰스 페로 교수는 핵사고를 '부품 결함이나 절차의 문제, 운영자의 실수가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속성으로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핵 사고는 한 번 일어나면 수습할 수 없다. 그 범위와 시기를 가늠할 수도 없다.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자연재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절망과 고통만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탈핵만이 답이고 실현 가능하다. 앞서 말한대로 많은 나라들이 후쿠시마 핵 사고의 교훈으로, 고준위핵폐기물의 처리 문제로, 환경과 경제의 문제로 탈핵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핵 사고의 우려가 널리 퍼져 있으며 탈핵의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 시민사회진영이나 정치권 내에서도 탈핵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과 다양한 탈핵로드맵이 준비 중이거나 마련되었다. 해외와 국내의 많은 연구와 경험들을 토대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결단으로 충분히 현실화시킬 수 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던 쿠바의 경우도 에너지 절약과 비축, 누전 및 에너지 효율성 점검, 계획 정전 등으로 전기 보급률을 95%까지 끌어올렸다. 사탕수수 부산물로 바이오메스, 자연 조건을 활용한 소규모 수력과 풍차,풍력, 태양열, 적정기술 등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 아베 정권에 의해 다시 핵발전소 재가동을 꾀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전력사용 제한령, 배출권 거래제, 에너지절약진단원 제도, 맞춤형 에너지 절약 제도, 전력직거래 활성화 등으로 2014년 원자로 48기 모두 가동 중단해 왔다.
앞으로 우리나라 전력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고 현재 예측으로는 0.3%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탈핵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술의 확충 등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이 기술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전력량은 지난 해 공급된 전력량의 22배에 달한다고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고, 화석연료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세먼지나 핵사고가 없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의 탈핵에너지전환 선언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시작할 수 있다. 당장 신규핵발전소 건설 전면 중단과 노후 핵발전소의 조기 폐쇄, 위험 지진지역의 핵발전소 즉각 폐쇄,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방안 모색,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개편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탈핵은 의지와 결단의 문제다.
- 지난겨울 우리 국민들은 촛불혁명을 일으켰고, 결국 박근혜는 구속됐다. 이제 우리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이경자 부대표가 바라는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당연하게도 우리는 작은 시작을 했을 뿐이다. 민주공화국은 만들어 나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는 광장이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다양한 가치들이 존중받고 인정되는 사회,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 부조리와 불법이 설 수 없는 사회,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존과 최소한의 품위와 지위가 보장되는 사회 등 표현은 다르지만 다들 지금까지 견뎌온 사회, 헬조선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범죄자 박근혜와 이재용은 구속되었지만 재판을 앞두고 있다. 우병우는 구속되지 않았고, 재벌체제는 강력하게 건재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낡은 권력들이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의 잔재도 청산되지 않았다. 진정한 국민 주권의 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이다. 촛불로 타오른 광장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가 여전히 진행중이다.
적폐 청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죄를 지었으면 책임을 묻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4대강사업처럼 엄청난 국가적 범죄도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을 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의 적폐 청산, 그것이 시작이 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대표자가 되어야 한다. 정치적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길, 폭넓은 시민 참여와 통제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거제도의 개혁,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같은 형태로의 개혁이 중요한 전제다. 그래야 새로운 정치집단의 출현과 성장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삶의 주권을 회복하는 일이다. 벗어나고 싶은 헬조선이 아니라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공공 영역이 확대되고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기본소득, 노동시간 단축, 교육과 보육, 의료 등의 공공화가 중요한 전제이다. 그래야 사회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국민들이 주인으로서 참여하고 바꿔내고, 지켜봐야 한다."
- 마지막으로 못 다한 이야기가 있다면?"탈핵 운동을 시작한 지 3년째다. 진보정당 운동을 오랫동안 해 왔지만 핵발전소 주변 지역이 아닌 대전에 살고 있었기에 생각만으로 탈핵을 지지했다. 하지만 운명처럼 관계가 만들어졌다. 앞서 고민하고 실천하고 눈물 쏟았던 이들이 있기에 핵 반대운동에 대한 저변이 넓혀져 왔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가 사는 모든 곳이 밀양이고, 고리이고, 경주라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이들의 헌신적인 행동이 있었기에 이제 주요 정책으로 탈핵이 의제화되고 있는 것이다.
핵발전과 핵무기는 떨어질 수 없는 양면이다. 핵확산금지조약이라는 미국의 패권적 발상으로 핵 무장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핵의 평화적 이용? 이런 기만적인 눈가림으로 핵 무장의 여지를 남겨 두어선 안된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들이 있다. 전쟁을 막고,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의 비핵화 선언을 서둘러야 한다. 핵발전뿐 아니라 핵무기, 핵무장에 대해서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탈핵 운동이 반전, 평화 운동과 만날 때 모든 핵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