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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대선민심' 탐방①] 에서 이어집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2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일·가정양립지원본부에서 열린 '강철수와 국민요정들 토크쇼'에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입장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2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일·가정양립지원본부에서 열린 '강철수와 국민요정들 토크쇼'에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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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기사에서 말했듯, 광주의 비문정서는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대표가 정권교체 및 적폐청산 등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 광주 입장에선 불안한 것이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아래 문재인)는 전국(30% 초반)은 물론, 광주(40% 전후)에서도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혹자는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의 지지율치곤 미미하다"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문재인은 소폭이라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문재인이도 아닌디, 솔직헌 말로 인자는 안철수 그 냥반도 좀 아닌 거 같어..." - 23일, 광주 서구 상무지구 식당 종업원(40대, 여)

비문정서대로라면, 광주의 지지율 1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아래 안철수)이어야 맞다. 하지만 안철수는 좀처럼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대안이 필요한데, 안철수가 대안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당, '변수'가 가진 한계

광주에서 안철수의 지지세는 국민의당의 지지세와 함께 움직여왔다. 총선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며, 현재 문재인과 민주당에 크게 뒤지는 상황이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실시한 광주·전남·전북 여론조사에서 안철수는 문재인에 20%p 이상 뒤졌고(문 39.0%, 안 18.3%),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16%p 뒤졌다(민 44%, 국 28%). 특히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한 사람 중 22.2%가 지금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관련기사 : 문재인, 호남에서 선호도·적합도 모두 선두).

리베이트 의혹 사건(최근 1심 무죄 판결)과 그에 따른 안철수의 대표직 사임이 변곡점이었다. 특히 안철수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상당 기간 언론 노출 빈도가 낮았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당을 잘 정비했지만, 간판(안철수)이 없는 상황이 지나치게 길었다.

하지만 이런 점이 지지율 22.2%를 민주당으로 이동시킬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까? 국민의당 입장에선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했다. 결국 민주당은 상수, 국민의당은 변수였던 것이다.

지난 총선, 광주에서 국민의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민주당이었다. 2012년 대선 이후 쌓여왔던 민주당 및 문재인을 향한 불만이, 4.29재보궐선거(당시 무소속 천정배 후보 당선)를 거쳐 총선에서 폭발했다. 쉽게 말해 국민의당이 좋아서라기 보다 민주당이 미워서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다.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호남 유권자들은 문재인(39.%%), 안철수(21.9%), 이재명(11.4%) 등의 순으로 답했다.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호남 유권자들은 문재인(39.%%), 안철수(21.9%), 이재명(11.4%) 등의 순으로 답했다.
ⓒ 타임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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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선택, 유별났던 걸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제일 먼저 코끼리가 생각나듯, '민주당이 미워서 국민의당을 찍었다'라는 구조는 결국 민주당을 기준으로 프레임이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잠시 상황이 역전됐을 뿐, 상수-변수의 관계는 청산되지 못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광주에서 나온 8대 0이란 총선 결과는 재역전의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총선 이후 광주의 평가 대상에는 국민의당만 존재하게 됐기 때문이다. 평가를 피해가는 민주당에 비해, 특별한 실책을 하지 않아도 국민의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편, 민주당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지난 총선에서 광주가 유별난 선택을 한 것도 아니다. 서울(전국 평균과 거의 비슷)과 광주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비교해보자.

서울 : 새누리 30.82%, 민주당 25.93%, 국민의당 26.74%
광주 : 새누리 2.86%, 민주당 28.59%, 국민의당 53.34%

서울과 광주의 민주당 지지율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안티 민주당 표심이 서울에서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산돼 있고, 광주에서는 국민의당으로만 갔다는 점이다. 지역구 선거 역시 소선구제라는 특성 때문에 8대 0이란 결과가 나왔지, 득표율을 들여다보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민주당이 40% 안팎의 표를 얻었다.

이를 비문정서에 빗대자면, 서울의 비문은 새누리당 혹은 국민의당을 나눠서 택했고, 광주의 비문은 국민의당만 택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서울의 친문 비율이나, 광주의 친문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어쩌면, 광주의 비문정서란 말 자체가 과잉 해석된 얘기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젠 '비문정서'를 넘어서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년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 대비 워크숍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인사 나누는 박지원-안철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년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 대비 워크숍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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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안철수 및 국민의당이 비문정서에만 호소해선 안 되는 이유다. 안티테제는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특히 최근 박지원 대표의 "문재인은 극좌적", 안철수의 "문재인은 제2의 박근혜"와 같은 진영 논리에 천착한 발언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광주의 비문정서에는 불안이란 근본적 이유가 존재하고 있다. 불안을 다스리지 않고, 불안을 조장하는 공격은 국민의당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은 23일 광주에서 '연정' 카드를 던졌다. 국민의당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재차 강조하지만, 광주의 불안 심리는 정권교체를 넘어 적폐청산 등 이후 과업에까지 미쳐있다. 물론 진보 진영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도 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광주가 특별하다는 게 아니라, 광주에 그런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말이다.

문재인의 연정 제안은 그러한 광주의 불안감을 잘 읽은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120석 여소야대로는 불안하다는 게 광주의 생각이다. 이는 안철수 및 국민의당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물론 국민의당은 문재인보다 앞서 결선투표제를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그동안 민주당, 특히 문재인을 상대로 담을 쌓아왔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연정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변수는 존재한다. 안철수와 박 대표의 생각이 다소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는 가정 하에 연정을 고민할 것이다. 반면, 박 대표에게 안 대표의 구상은 당이 나아가야 할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것이다. 한때 국민의당에서 자강론과 연대론이 부딪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끝까지 간다"는 공통된 생각에 톱니바퀴의 아귀가 잘 맞물려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이 다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법이다. 안철수는 대통령이 되길 원하지만, 박 대표는 당의 존폐 또는 정치력 유지를 꾀하는 상황이다. 물론 박 대표도 '대통령 안철수'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 1/n이란 얘기다.

이제 국민의당도 비문정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비문정서에 깔린 광주의 불안 심리를 함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취재 자문>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윤영덕 광주路 지역공공정책연구소장
이정우 더좋은자치연구소 연구실장
최이성 광주사회적경제연대포럼 공동대표

인용한 여론조사
<오마이뉴스>·새시대를여는벗들, 타임리서치에 의뢰. 1월 21~22일 호남권(광주·전남·전북)에 거주하는 남녀 유권자 1003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응답률 2.3%). 유선 RDD 자동응답 방식. 성·여령·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표본 추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태그:#안철수, #국민의당,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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