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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6/12일, 13일, 15일 세 경기를 보았고, 남부 프랑스의 루트를 거쳐 파리에 복귀한 후, 6/19일에는 혼자 툴루즈의 지인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6/20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네요.
▲ 이번 여행의 루트를 간략히 정리해 봅니다. 경기는 6/12일, 13일, 15일 세 경기를 보았고, 남부 프랑스의 루트를 거쳐 파리에 복귀한 후, 6/19일에는 혼자 툴루즈의 지인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6/20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네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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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행이 끝이 났다. 마르세유에서 세 번째 경기를 보고 난 후, 남부 프랑스의 풍광을 즐기며 2박 3일을 지내고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남부 프랑스를 따라 이동한 이번 루트는 마르세유에서 영화의 도시 깐느를 지나서, 그레이스 켈리의 자취가 남아있는 모나코를 들르는 것이었다. 마지막 날엔 모나코에서 파리까지, 950키로 정도의 대장정이었는데 운전에만 꼬박 10시간이 걸린 듯하다. 프랑스 남부를 반쯤 돌고, 북쪽의 파리까지 남북으로 종단을 했으니 짧은 거리는 아니네.

이번 여행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 처음으로 유로2016을 참관하게 된 환희의 순간이었으며, 남부 프랑스를 따라 이동하며 프랑스의 장관을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다. 파리 에펠탑 팬존에서의 개막전 참관을 시작으로 니스, 리옹, 마르세유에서 각각의 경기들을 직접 관전하였고, 이후로는 마르세유에서 깐느, 니스, 모나코로 이어지는 남프랑스판 7번 국도 드라이브 여행을 이어갔다.

전반부의 유로 참관에서는 축구 세계 최고의 축제인 유로2016의 열광에 부러움을 느끼다가, 후반부의 남프랑스 탐험에서는 자연을 자연그대로 보존하며 살아가는 프랑스인들의 삶에 감동했다.

축구라는 것은 발로 다뤄지는 공을 이용하여 합의된 규칙에 의거해서 양팀이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의 어느 곳이든, 유소년부의 경기이든 엄청난 몸값을 받는 클럽간 경기이든, 언제나 가난한 K-리그의 경기이든 달라질 수 없는 방식이다. 하지만, 축구라는 '승부'를 가장 더 활기있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팬들의 '힘'과 지속적인 '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번 유로를 보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번 유로의 현재까지 평균 관중수는 4만 6천을 넘는다고 한다. 이는 4만석 이상의 경기장을 갖춰야 한다는 유로의 규정에 따라 정비된 각 지역의 경기장이 관중들로 가득했다는 얘기이며, 직접 참관했던 모든 경기장에서 확인할 수 있던 모습이었다.

오늘 프랑스를 관통하여 파리로 복귀하는 길, 리옹을 지나는 도로에선 '북아일랜드' 플래그를 장식한 차량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마르세유 근처의 휴게소엔 다음 경기를 응원하러 떠나는 포르투갈 응원단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 6월 18일, 오후 9시에 파리의 파르크 데 프린스에서 포르투갈의 두 번째 경기가 있었다.)

현지에서 느껴지는 유로에 대한 관심은 단지 개최국인 프랑스에 국한되지 않고, 전 유럽이 (혹은, 세계가) 들썩거리는 모습이었다.  2002년의 한일 월드컵에서 자국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열기를 느낄 수 없었던 수 많은 경기에서의 모습과는 차이가 크다. 과연, '지속적'인 관심이 없이 '성취'가 가능한가? 욕심이다.

알바니아는 이번 유로가 첫 출전입니다. 온 가족이 전통의상으로 챙겨입고 마르세유까지 왔네요. 경기엔 졌지만, 최선을 다했던 만큼, 모두가 행복한 표정입니다.
▲ 마르세유의 프랑스와 알바니아 경기에서 만난 알바니아 팬들 알바니아는 이번 유로가 첫 출전입니다. 온 가족이 전통의상으로 챙겨입고 마르세유까지 왔네요. 경기엔 졌지만, 최선을 다했던 만큼, 모두가 행복한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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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다니던 학교의 축구팀 선수들과 '우리나라의 축구'에 대한 토론으로 밤을 새웠던 게... 결론이 날 수도 없고, 결론을 낼 수 있을 만큼 현장을 알 수 없었기에, 우리는 아쉬운 'K-리그'에 대한 갈증을 맥주와 수다로 달래며 '시간을 갖고 계속 관심으로 지켜보자!' 정도로 끝냈던 듯하다.

그 후로 20년이 넘게 흘렀고, K-리그의 안쓰러움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밤새 논쟁을 벌이던 친구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고, 나도 그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을 안다. 하지만, 그날 밤의 약속처럼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축구팬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뤄질 수 있는 바람인지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데 말이지.

시간이 있을 때마다 근처의 축구장을 찾고, 대회를 찾아다닌다. 서포팅을 하는 팀도 있고, (게다가 그 팀의 주주이기도 하다.) 팀의 연간 회원권이나 상품들을 구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뉴스나 SNS에서 관심 팀의 소식을 전달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네트워크상에서 그냥 사라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에서 축구팬으로 사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우리의 K-리그가 너무도 안쓰럽고, 미안하다. (어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죄책감'이 들어야 하는 사회인가... 는 계속 의문이다.)

친구는 프랑스에서 멋진 가족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도시의 아파트가 아니라, 지어진 지 50년도 넘은 근교의 단독주택을 택해서 일년전에 이사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집을 다시 리모델링 할 예정이라고 한다.
▲ 십년만에 만난 친구의 가족 친구는 프랑스에서 멋진 가족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도시의 아파트가 아니라, 지어진 지 50년도 넘은 근교의 단독주택을 택해서 일년전에 이사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집을 다시 리모델링 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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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십여 년 전에 같이 일했던 프랑스 친구를 만났다. 프랑스의 동남쪽 스페인과 가까운 지역이라 그랬는지 친구는 레알마드리드의 저지를 입고 나왔고, 저녁 때 같이 자국팀의 '실망스런' 경기를 보면서 계속 한탄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어쩌면 그들의 삶에서 '축구'가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이제 네 살이 된 아들에게 축구공을 던져주며 자꾸만 꼬드기는 것도, 그 저의가 의심된다. ^^) 친구와 이번 여행에 대해 얘기하면서 동의했던 것 하나는, 유로가 테러의 위협이나 열성팬들의 비정상적인 난동 등 여러가지로 복잡한 상황을 만들기는 하지만, 그들의 삶의 관심을 벗어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유럽 전체가 들썩이고,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고 있는 느낌이야. 월드컵이랑은 다르게 관중들도 열광적이고!"
"오늘 프랑스와 스위스 경기가 릴(Lille metropole)에서 있잖아, 릴은 스위스랑 정말 가깝지. 그래서, '그냥' 오는거야 7천~8천 명의 관중이. 그들에겐 유난스런 여행은 아니잖아, 너처럼. ^^"

그랬다. 나에겐 몇 년의 고민과 준비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그들에겐 옆동네 잔치집에 놀러가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그들의 일상에 축구라는 것이 '즐겨야 하는 것'이라는 이름을 굳이 붙이기보다는,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선 왜 이런 '자연스러움'을 찾기가 어려운지 다시금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어쩌면, 작은 실마리를 남부 프랑스를 따라가는 여행을 통해 발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짧은 며칠로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막연한 '효율'이나 '생산성'에만 맞춰지지는 않는다는 것은 알겠다. 그들은 기어코 점심과 저녁 시간을 지켜서 식당을 열고, 늦은 밤이 되면 (일부의 슈퍼마켓을 제외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휴일에는 그들 모두가 같이 쉬는 게 당연하다.

우리같이 한국식 서비스에 익숙한 여행자에겐 '불편함'이지만, 그들은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으로 이 정도의 불편함은 서로가 '감내'한다. 상호 존중에 기반한 배려와 불편함에 대한 인정은, 그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한 것은 아닐까? 누구도 24시간/주7일 일해야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는 아니니까.

잘 정돈된 너무도 아름다운 포도밭을 보며 그들의 여유로운 삶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해 봅니다.
▲ 남프랑스판 7번 국도를 따라 운전하며 와이너리에 들렀습니다. 잘 정돈된 너무도 아름다운 포도밭을 보며 그들의 여유로운 삶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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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농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우리의 상점에 수 많은 수입 농산물들로 가득한 것과는 다른 느낌. 너무도 좋았다.
▲ '프랑스산'이라는 라벨을 당당히 붙이고 가득채워진 동네의 야채가게 그들은 농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우리의 상점에 수 많은 수입 농산물들로 가득한 것과는 다른 느낌. 너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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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으나, 그들의 삶은 어딘가 평화로우나 아름다운 남부 프랑스의 농촌 풍경과 닮았다. 국도를 따라 이어진 농촌의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들의 밭에선 비닐 하우스를 찾아 보기가 어렵고, 펼쳐진 포도밭은 너무도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포도밭'의 본질은 '많은 양'에 있는 것이 절대 아니라, '품질 좋은 포도'에 있음을 그들은 안다. 그래서,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여유는 한 번 뿐인 '삶'을 최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고집에서 나오는 것만 같다.

게다가, 그들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이민자의 노동에 대한 고민은 또 다른 층위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일정 수준의 불편을 감내함으로써 이를 얻어낸다. 그러니, 그들의 여유는 '있는자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들의 삶이, 서로를 존중하여 '여유를 찾은' 방식이 너무도 부럽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유로를 찾아온 북아일랜드의 운전자가 진심으로 부럽다.

날씨만큼이나 하늘도 바다도, 너무 예쁘다. 그들의 여유를 가득 품고있는 깐느의 풍경, 너무도 좋다.
▲ 푸르고 푸른 깐느의 바다 날씨만큼이나 하늘도 바다도, 너무 예쁘다. 그들의 여유를 가득 품고있는 깐느의 풍경, 너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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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가 가득한 작은 만 너머로 AS 모나코의 홈구장인 루이II 스태디움이 보인다. 작다는 것이 결코 초라하다는 것이 아님을 이 풍경을 통해 확인한다.
▲ 작은 도시국가 모나코의 풍경이다. 요트가 가득한 작은 만 너머로 AS 모나코의 홈구장인 루이II 스태디움이 보인다. 작다는 것이 결코 초라하다는 것이 아님을 이 풍경을 통해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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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여기서 끝이 나게 되지만, 유로2016은 7월 10일까지 대회를 계속 이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계속 프랑스로 몰려들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의 우승으로 끝나게 될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프랑스로 향하는 그들의 행렬에 크나큰 응원과 감탄을 보낸다. '행복한 삶'이란 것은, 결국,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 자들의 몫이 아닐까? 나도, 우리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 10박 12일의 여행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부족하지만,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의 여행은 이것으로 끝이 나지만, 앞으로 또 다른 '축구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게 될 것을 기대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 돌아갑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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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로2016, #프랑스 여행, #축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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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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