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7일 오전 11시 54분]"사실 광주 사태하고 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대한 계엄군의 발포 명령 책임을 부인하고 나섰다. 17일 발간된 <신동아> 6월호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그 때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면서 이를 부인했다. "역사적 책임감으로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광주에 내려가 뭘 하라고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정호용 전 의원, 고명승 전 3군사령관, 보안사 출신 김충립 목사 등이 배석한 가운데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진행됐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이 조만간 출간될 것으로 알려진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발포 명령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것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재차 확인된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발포 명령을 내렸다는 것에 대해 '무식한 얘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의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대통령이 되려다 안 된 사람이 그런 모략을 주동한 걸로 나쁜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너무 무식해서 그런 것"이라며 "보안사령관은 정보·수사 책임자요, 보안사령관이 청와대를 꺾고 이렇게는(발포 명령을 내리라고는) 절대 못해"라고 주장했다.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5.18 북한군 광주 침투설'에 대해서는 "보고 받은 바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5.18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침투와 관련된 정보 보고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정호용 전 의원이 "이북에서 (북한 특수군) 600명이 (당시 광주에) 왔다는 것이다, 지만원씨가 주장한다"라고 부연했을 때도 "난 오늘 처음 듣는다"라고 말했다.
"광주에서 돌 맞을 수도 있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니다"전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씨는 '광주 방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이날 인터뷰에 참여한 김충립 목사는 5월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예우가 보장되면 (전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씨는 "각하(전 전 대통령)께서 광주에 가서 돌을 맞아 5.18 희생자 유가족들의 오해와 분이 다 풀린다면 뭘 못하겠느냐"라면서도 "모두가 (전 전 대통령을) 5.18 책임자라고 하는데 이걸(발포 책임을) '오케이' 하는 건 별개 문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건데"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전 전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5.18 영령들을 정면으로 모독한 발언"이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그러면 그때 총 쏜 군인들이 알아서 쏜 겁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5.18 직전에 하고 있다"라면서 강하게 성토했다.
또 "유사시에 발포해도 좋다는 정도의 허락을 하고 군인들을 내보냈으니까 현장 상황 판단해서 현지 지휘관들이 발포를 했겠죠"라며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란죄로 처벌 받으신 양반이 지금 와 그런 얘기를 할 염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말 5.18을 앞두고 그 분들은 입을 열면 안 된다, 정말 국민들 상처주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사전에 준비된 말씀 아냐, 정리된 입장은 회고록 통해 밝힐 것" |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17일 발간된 <신동아> 인터뷰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언급한 내용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예상해 사전에 준비된 말씀이 아니다"라며 "과거사에 대한 그분들의 정리된 입장은 회고록을 통해 밝히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동의하지 않은 인터뷰'였단 점만 지적한 것으로 사실상 발포 명령 책임을 부인했다는 인터뷰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민정기 전 비서관이 <연합뉴스>를 통해 해명한 내용도 '동의하지 않은 인터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당시 연희동 자택을 방문한 전운덕 천태종 대종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이 같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대종사 이외의 참석자들은 김 목사가 공작해 끼어들어 온 것"이라며 "다수 인원이 참석하면서 모임과 같은 모양이 됐지만 단순히 전 대종사를 접견하는 자리였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 전 비서관은 "특별한 목적을 가진 모임도 아니고 기자와 인터뷰하는 자리도 아니었다"라면서 "참석자 그 누구도 5.18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전 전 대통령의 입장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측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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