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 모임이 있어 전남 나주시에 있는 '나주목 관아' 근처에 갔다. 나주목 관아는 행정과 사법 업무를 보던 동헌과 사신을 접대하던 객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안내글을 보니 나주시는 나주목 관아 등 역사문화 유산을 도심재생 사업의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식사를 겸한 모임을 마치고 주변을 산책했다. 문화관 옆 객사 골목 끝에 키 낮은 하얀 대문이 눈에 들어왔다. 대문에 무언가 적혀 있는 것 같아서 가까이 가보았다.
"이곳은 저와 가족이 살고있는 집입니다. 마당에는 계절따라 예쁜 꽃이 피고 텃밭도 가꾸고 있으니 누구나 들어오셔서 사진도 찍고 추억을 만드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행복을 드리고 싶은 나주시장 강인규."
시장 관사에 아무나 들어와 사진 찍고 추억을 만들라니. 강인규 나주시장의 열린 마음이 꽃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무리 자유롭게 시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라 했지만 어둠 짙게 내린 저녁. 대문에 걸린 안내글만 스마트폰으로 찍고 돌아서려는데 마침 강 시장 일행이 도착했다.
양해를 구하고 마당에 들어가봤다. 실제로 작은 텃밭과 꽃밭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론 앉아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놓여있었다.
강 시장은 "나주목 관아도 그렇고 관사도 그렇고 자칫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공간들이지만 개방을 하면 시민들과 나주를 찾는 여행객들께서 잠시나마 작은 행복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지치단체장의 작은 배려가 나주를 찾은 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