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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친한 친구가 SNS 상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는 때가 있다(물론 포토샵이 된 사진도 포함해서). 작은 화면에 글과 사진으로 표현된 친구가 낯설어서 슬며시 핸드폰 창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나는 게시물을 잘 올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번도 글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참 두서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주저리 주저리 쓰다가도,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항상 어디론가 새어버린 기분이 들어 그만 둔 것이 여러 번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흥미로운 책이다. 특이하게도 등장인물들의 트위터 자기소개 화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들의 트윗은 글 사이사이에 들어가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격자식으로 구성한다.

<누구>의 주인공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다쿠토, 고타로, 미즈키, 리카, 다카요시 등 5명의 대학생이다. 작가는 다쿠토의 시선을 빌리고 있다. 이들은 전부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매일 같이 트윗을 올린다(물론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각자 트윗을 올린다).

다쿠토와 고타로, 미즈키, 리카는 대학 동기이며 다쿠토와 고타로는 함께 살고 있다. 이 둘은 고타로의 전 여자친구이자 다쿠토가 짝사랑하는 미즈키를 통해 다쿠토와 고타로의 윗층에 사는 리카를 알게 되고, 네 명은 '취업준비모임'을 결성한다. 반면 다카요시는 리카의 남자친구로, 그녀와 함께 살고 있다.

다섯 명은 요즘의 청춘들이 취업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먼저 리카는 외국인턴, 학생회 임원 등 화려한 이력을 트위터에 나열해 놓고 자신을 어필한다. 다쿠토는 그런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특히 취업활동에 관심 없는 듯이 굴던 다카요시를 시험장에서 맞닥뜨리면서 다쿠토는 더욱 그들에게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위태위태하던 그들의 사이가 미즈키의 취업 합격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미즈키는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회피하고 단순히 멋진 말로 실패를 포장하려는 다카요시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업무라고 말해 보기도 하고, 너의 노력이 부족해서 실현하지 못한 기획을 '없어졌다'고 말해 보기도 하고, 사실은 미칠듯 되고싶으면서 '주위 사람에게서 편집자나 아티스트가 되면 어떠냐는 말을 듣는다'라고 말해보기도 하고, 그런 사소한 표현 하나하나로 자신의 프라이드를 지키겠다는 그런 모습, 아무도 이해 안 해. 아무도 따라와 주지 않아."

우리는 어느샌가 인생이라는 선로를 혼자 바라보게 되었다. 더이상 아무도 그 과정을 함께 지켜봐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해 줄 사람은 더이상 없다. 그렇다. 어떠한 표현으로 내 스스로의 노력을, 걸어온 과정을 예쁘게 포장한다 한들, 그런 것 따위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어떤 이든 간에 SNS라는 공간에서는 저마다 가면을 하나씩 쓰고 있다는 것쯤 모두가 알고 있다. 다들 그러한 방식으로 관찰자가 되어 SNS를 통해 다른이들을 먼발치서 관찰하거나, 또는 관찰당한다.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트위터(온라인)와 현실(오프라인)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온라인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140자로 표현한 온라인상의 현실은 몸으로 직접 맞닥뜨리는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사실 다쿠토와 다카요시는 닮아있다는 것이다. 이 둘은 친구들이 모르는 비밀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구든 볼 수 있도록 열려있는 익명의 계정. 다쿠토가 탐탁치 않아하던 다카요시는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자신과 닮아있다는 것을 비밀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다음의 리카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날카로운 자신만의 관찰력과 분석력으로 언젠가 옛날에 동경했던 누군가가 될 수 잇을거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지. 트위터 팔로잉 수보다 팔로어 수가 더 많다든가, 그런 중요하지 않은 레벨의 누군가로. 이제 그만 현실을 깨닫자고. 우린 누군가가 될 수 없어."

다쿠토가 비웃던 리카도 사실은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고 볼썽사나운지 알고 있다. 그 조그마한 트위터 창 안에 자신을 우겨넣고 포장하고 싶은 그 초라함을. 하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자신의 이상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물론 그 후에 더 큰 현실과의 괴리감이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잔인한 현실 속에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거나 축하하기는 힘들다. 심지어 친한 친구들조차도. 미즈키가 사실은 승진이 불가능한 에리어직으로 취직했다는 것에 안도하는 리카도, 고타로가 합격한 출판사의 평판을 몰래 검색해보던 다쿠토 역시 그렇다.

아사이 료의 장편소설 <누구> 아사이 는 제148회 나오키상을 만 23세 나이로 최연소 수상했다. 현재 일본 문학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의 선두주자다.
아사이 료의 장편소설 <누구>아사이 는 제148회 나오키상을 만 23세 나이로 최연소 수상했다. 현재 일본 문학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의 선두주자다. ⓒ 박유라

누구에게나 다른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SNS는 그러한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누구>는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자신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작가는 SNS를 통해 인맥을 넓힌다는 사람들에게 다쿠토의 입을 빌려 말한다.

"인맥을 넓히겠다고 늘 말하지만, 알아? 제대로 살아있는 것에 뛰고 있는 걸 '맥'이라고 하는 거야. 너, 여러 극단의 뒤풀이 같은 데 가는 모양인데, 거기서 알게 된 사람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있냐?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러 갈 수 있어? 그거, 정말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보고있으면 딱하더라, 너."

미즈키가 다카요시에게, 또는 리카가 다쿠토에게 쏘아붙힌 말은 누군가의 정곡을 콕콕 찌를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어서 중간에 책을 덮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신의 치부를 들키거나 인정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누구>를 읽다보면 어떤 인물의 입장에 공감하든지, 누군가의 입장에는 공감하게 된다.

다행히 작가는 끝까지 누군가를 잘못했다고 치부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그저 슬그머니 이 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여줄 뿐이다. 이제 SNS 뒤에 숨은 현실 속의 나를 꺼내볼 시간이다. 혹은 읽으면서 각 인물마다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어떠한 생각이 들지 정말 궁금해지는 책이다. 얼른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누구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은행나무(2013)


#누구#트위터#아사이료#SNS#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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