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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과 24일 뉴스 통신사 및 지역 방송과 지역 일간지에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아래 비정규직노조) 관련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 하청 업체에서 해직된 조합원 5명이 대자보를 현장에 걸고 비정규직 노조 집행부를 비판한 후 현장 복직을 선언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불법 파견 투쟁을 접고 8·18 합의를 인정하며 현장 복직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24일 오전 일부 뉴스 통신사에서는 또 다른 조합원들이 "8·18 합의 이후 울산 비정규직노조만 고립돼 투쟁을 통해서는 답이 없다는 생각은 다들 비슷할 것"이라며 "회사의 정규직 채용에 응시하고자 한다"는 대자보를 냈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같은 대자보들은 지난해 9월 18~19일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차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 인정' 판결을 내린 후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6일 현대차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연 직후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관련기사 : 현대차 비정규직 "법, 왜 지켜지지 않는 겁니까").

이에 대해 비정규직노조는 "그동안 법원 판결이나 교섭을 앞두고 악 선동과 이간질이 이어져 왔다"며 이번 일도 그 연장선으로 보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현대차에 백기 투항?

 천의봉씨(왼쪽) 등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월 16일 낮 12시 울산 북구 양정동에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해결을 위해 현대차가 당사자 직접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천의봉씨(왼쪽) 등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 울산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월 16일 낮 12시 울산 북구 양정동에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해결을 위해 현대차가 당사자 직접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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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노조 내 일부 해고자와 조합원이 낸 대자보의 핵심 내용은 '불법 파견 투쟁 포기, 8·18합의 인정, 신규 채용 응시' 등이다. 비정규직노조가 현재 현대차 회사 측에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앞서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16일 울산 북구 양정동에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10년 묵은 사회적 문제인 현대차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판결했다"며 "당사자 직접 교섭으로 해결하자"고 승소 판결 후 첫 직접 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8·18 합의는 비정규직노조가 "불법 파견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비정규직들이 4년간 기다려온 정규직 인정 판결을 3일 앞둔 지난해 8월 18일, 현대차와 정규직노조, 전주와 아산지회는 조합원이 가장 많은 울산지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송 포기와 신규채용' 등을 내용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같은 8·18 합의 때문에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한 달간 연기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18일과 19일 잇따라 '모든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인정' 판결을 내렸다. 이에 비정규직노조는 "8·18 합의가 불법파견을 무마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결국 금속노조가 대의원 대회에서 8·18 합의 폐기를 결정했다.

이후 금속노조 일부 간부들은 다시 "이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히면서 비정규직노조의 반발을 불렀고, 현재 비정규직노조는 금속노조위원장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위원장실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과 24일 걸린 대자보에 이어 관련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비정규직노조는 24일 공식입장을 내고 "대자보는 사실을 왜곡한 변명과 궤변이며, 비정규직노조의 교섭과 투쟁을 무력화 하기위한 술수"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노조는 "2010년 대법 판결 이후 들불처럼 일어났던 정규직 전환 열망은 현장 파업으로 이어졌고, 이후 조합원들은 현대차의 징계와 해고, 손배 가압류로 고통 받았고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많은 조합원들이 8·18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굽힘없이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스스로가 부정하고 있는 8·18 합의에 따른 현장 복귀는 절대 있을 수 없다, 투쟁하고 있는 해투위 동지들이 있다"면서 "이번 복귀자들의 대자보는 사실을 왜곡한 변명과 궤변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는 그동안 지회가 투쟁을 준비하거나 교섭을 할 때 혹은 법원 판결 등을 앞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 선동과 이간질을 해왔다"면서 "이번 해고자 복직 역시 많은 부분에서 이러한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현대차는 지금도 8·18합의 존중을 얘기하며 신규 채용을 강행하면서 조합원에게 8·18합의에 따른 신규 채용 응시를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8·18 합의 무효" 외치는데... 현대차 또 채용공고). 그러면서 "이번에 복직하는 해고자들이 단순히 생계가 문제였다면 지회를 비방하는 대자보까지 붙일 이유가 없다"며 "8·18 합의와 그에 따른 해고자 복직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복직을 결정하고 '8·18합의를 존중한다고'까지 한 것은 단순하게 지회와의 의견 충돌, 격앙된 심리 상태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8·18합의로 불법 파견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현대차를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다"며 "그러기에 지회는 8·18합의의 신규 채용이 아닌 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 전환과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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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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