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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시민기자가 한 통의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편지의 작성자는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 지난해 '토크 콘서트' 논란으로 신은미 시민기자가 강제 출국됐다는 소식을 듣고 평양에 있는 김설경씨가 신은미 시민기자를 걱정하는 마음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신은미 시민기자의 동의를 얻어 김설경씨의 편지와 신은미 시민기자의 답장을 가감없이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김설경씨와 신은미 시민기자
 김설경씨와 신은미 시민기자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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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어머니, 아버지에게 드립니다.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모진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신 어머니에게 이렇게 인사말을 올리는 저를 용서하십시요.

남조선에서 반통일세력의 박해와 모해 속에서도 굴하지 않으시고 통일을 바라는 깨끗한 마음에서 순회강연활동을 정열적으로 해오신 어머니의 그 수척하신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면서 평양에서 이 편지를 올립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어머니가 남쪽에서 평양 방문 소감을 가지고 순회 '토크콘써트' 출연 활동을 하시다가 당국으로부터 '종북'으로 몰려 갖은 박해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접하고 훌륭한 우리 어머니에 대한 자랑과 긍지, 불안과 걱정이 엇갈리는 속에 며칠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가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소박한 이 편지가 우리 어머니에게 무슨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요즘 조선국제려행사에서 나와 함께 일한 동무들이 나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신문을 보았니? 네 어머니 소식이 나오더라 정말 너하고는 엄마와 딸처럼 다정하고 살뜰했는데 남쪽에서 통일을 위한 좋은 일을 하고 계시더라. 얼마나 훌륭한 분이니. 어서 빨리 우리들의 마음도 담아 어머니께 편지를 써보내자..."

평양 교외의 대성산성 일부인 소문봉 성벽에서 설경이와 함께(2011년 촬영분)
 평양 교외의 대성산성 일부인 소문봉 성벽에서 설경이와 함께(2011년 촬영분)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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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눈에 떠올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찾아 다시 보고 또 보았습니다.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어머니의 정다운 모습과 '까다롭고 퉁명'스러우면서도 속 깊은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또 보면서 즐거웠던 지나간 나날들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내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 수양가족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려행사 안내원의 직업이 가져다준 우연 중의 우연이었지만 부모님들이 통일을 위핸 의로운 길에서 큰일을 하신, 그야말로 북과 남, 해외의 온 민족이 다 아는 훌륭한 분으로 되신 지금에 와서는 그 우연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긍지스럽고 행복스럽게 여겨집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처음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가신 겨울날에 아버지는 제 생각이 나서 집 밖의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우시며 잘 있는지 며칠 동안 걱정을 했다고 하셨지요? 지금 제 심정이 바로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남조선에서 '종북'으로 몰려 고초를 겪고 있다는 소식, 미국으로 강제추방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신은미 시민기자가 수양딸 김설경씨 집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사진 오른쪽에서부터 신은미 시민기자, 수양딸 설경씨, 설향씨 그리고 설경씨 남편.
 신은미 시민기자가 수양딸 김설경씨 집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사진 오른쪽에서부터 신은미 시민기자, 수양딸 설경씨, 설향씨 그리고 설경씨 남편.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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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이 딸은 자랑스러운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 오셨을 때 어머니는 책으로 출판한 '재미동포 아줌마'의 북방문기를 주면서 내가 남쪽에서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모른다고 했지요?

나는 어려서부터 세상이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만 유명해지려면 남들에게 없는 그 어떤 뛰어난 재간이나 기질이 있어야겠는데 나에게는 그런 재간이 없으니 유명해지긴 코집(가능성 - 편집자 주)이 글렀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어머니가 쓴 그 책이 남쪽과 해외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유명해지고 싶었던 내 소원이 뜻밖에 풀리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오늘 다시 어머니에게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 어떤 명예나 치부를 바라서가 아니라 애오라지 민족과 통일을 위해, 정의를 위해 불의에 맞서 굴함 없이 한몸을 내댄 어머니께 정의의 이름으로, 7천만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으로 드리고 싶은 감사의 인사입니다.

어머니, 다 알고 있습니다.

통일을 바라지 않는 자들, 북녘의 현실이 그대로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자들이 어머니의 의로운 활동을 막아보려고 강연 장소에 인화물질이 든 사제폭탄까지 던지며 별의별 발광을 다했고 어떻게 위협 공갈을 했는지를...

아직도 리해가 되지 않습니다.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며 민족의 화합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을 '종북' '빨갱이'로 몰아 탄압을 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이 어떻게 공공연히 벌어질 수가 있는지 말입니다.

정말 생각해볼수록 가슴이 아픕니다. 이것이 바로 분단조국의 대조되는 오늘의 현실이라고 봅니다. 지나온 력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민의에 반하고 력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자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은 력사의 진리이기도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민족이 바라는 길, 겨레가 일일천추로 념원하는 통일의 길에 항상 계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의 아들 주의성군의 돌잔치 사진.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의 아들 주의성군의 돌잔치 사진.
ⓒ 김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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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머니, 우리 의성이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내가 막달이었는데 다음 달인 9월 12일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름은 주의성이라고 지었습니다. 어머닌 그때 내가 부종이 심하게 왔다고 걱정을 하셨는데 아무 일 없이 순산하였습니다.

어머니가 그때 가져다준 우유병으로 아직도 의성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 손으로 우유병을 쥐고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우유를 빨아 먹곤 합니다.

지난해 9월 12일에 의성이 돌잔치를 하였습니다. 많은 동무들과 친척들이 와서 축복해주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을 함께 보냅니다.

아버지가 그렇게도 '싫어하시던' 담배는 끊으셨는지요. 담배는 건강을 위해 꼭 끊으셔야 합니다.

어머니, 먼저 깨달은 사람을 선각자라고 하고 먼저 실행하는 사람을 선구자라고 한 대요. 어머닌 당당한 통일의 선구자예요.

통일의 선구자 어머니, 부디 건강하세요. 내가 곁에서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지만 마음뿐입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평양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몸을 돌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쓰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주체 104(2015)년 1월 25일
평양에서 딸 김설경 올립니다.

☞ 신은미 시민기자의 답장 보러가기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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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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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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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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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가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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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은미, #김설경, #북한, #편지, #재미동포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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