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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시민기자가 한 통의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편지의 작성자는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 지난해 '토크 콘서트' 논란으로 신은미 시민기자가 강제 출국됐다는 소식을 듣고 평양에 있는 김설경씨가 신은미 시민기자를 걱정하는 마음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신은미 시민기자의 동의를 얻어 김설경씨의 편지와 신은미 시민기자의 답장을 가감없이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북녘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신은미 시민기자
 북녘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신은미 시민기자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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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 시민기자의 수양딸 김설경씨의 편지 보러가기

보고 싶은 설경아!

부족한 이 엄마를 한없이 위로해 주는 가슴 애절한 너의 편지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손주 의성이의 돌 사진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내리사랑'이라는데... 오히려 나는 너의 편지를 읽는 내내 너로부터 내 어머니의 품 안처럼 푸근함과 큰 위로를 얻는다. 그런데 이 엄마로 인해 힘겨워했을 설경이를 생각하니 뭐라 설명하기 힘든 '마음의 통증' 같은 것이 생겨나는구나.

설경아! 엄마는 나의 모국(한국 - 편집자 주)에서 당면해야만 했던 지난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오히려 감사하고 있단다.

피해갈 수 없었던, 아니 피하고 싶지 않았던 모국에서의 지난 시간들은 마치 시뻘겋게 달궈진 불구덩이 속에서 시원한 생수를 갈구하듯 '선함'과 '올바름'을 향해 몸부림쳐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그 상황 속에서 매우 귀중한 것들을 많이 얻었단다. 이렇게 너의 사랑까지 받고 보니 더더욱 행복하구나. 그러니 설경아, 이 엄마 때문에 마음 아파 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조국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이해해야 한단다. 또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일이란다.

'옳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엄마의 마음이 왜곡되어 마음속에 엄청난 아픔이 생겨날 때면, 엄마는 으레 우리 예쁜 수양딸들과 북녘의 순박하고 정 많은 내 동포·형제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려보곤 했단다. 그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속 아픔이 싸~악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니겠니!

엄마는 비록 고향을 떠나 이국만리 미국땅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늘 모태 속 태아처럼 내 사랑하는 한반도, 조국과 한몸이 되어 탯줄로 이어진 채 살아가고 있단다.

미련한 이 엄마는 50 평생을 허무하게 살고 나서야 저 한반도 반쪽 땅, 북녘에 또 다른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어.

지난 2011년 10월, 처음 내디딘 북녘땅에서 너의 총명하고 맑디맑은 두 눈과 마주쳤을 때, 이 엄마는 "쾅!" 소리와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듯한 전율을 온몸으로 느꼈단다. 뿐만 아니라 엄마는 북녘땅에서 내 동포·형제들을 마주칠 때마다 내내 말할 수 없는 감격과 더불어 허망하게 살아온 지난 세월들을 한탄하기까지 했었단다.

이제라도 형제의 정을 곱으로 나누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남녘에서의 시간이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고 출국길에 나선 신은미 시민기자가 지난 1월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로비에서 배웅을 나온 황선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종북몰이' 논란에 휩싸여끝내 강제퇴거 처분을 받고 출국길에 나선 신은미 시민기자가 지난 1월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로비에서 배웅을 나온 황선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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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의 분단은 마치 우리 민족에게 씌워진 악마들의 놀음, 아니 마녀가 재미삼아 걸어놓은 마법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의 분단은 분명 민족의 죄악이요, 우리는 이 죄악의 사슬로부터 해방되어야 함이 우리 남과 북, 북과 남, 한민족의 당연한 사명임을 이 엄마는 반세기를 살고서야 간신히 깨달았단다.

북녘땅에서 만난 우리 딸 설경이는 하늘이 내게 내려준 축복의 선물이다. 그리고 북녘땅에서 스치며 만난 따뜻하고 정 많은 착한 동포들도 영원히 내 심장에 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야.

엄마가 지난 시간 한국에서 감내해야 했던 수난과 시련의 날들은 어찌 보면 오랜 세월 동안 '배부른 돼지'마냥 오로지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부끄러운 삶에 대한 죗값을 치른 세월이라 생각되어진다. 그저 짧은 기간 동안의 채찍질과 역경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고통스러웠던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내 영혼은 기뻤고 행복했다! 그리고 내 살아온 생을 통 털어 가장 보배로운 것들을 많이 얻은 시간이기도 했어.

남과 북, 북과 남의 화해와 민족의 통일은 한민족이 이루어야 할 공의요, 정의라고 이 엄마는 생각해. 분단과 분열, 서로를 갈라놓고 싶어하는 악의 무리들을 기필코 싸워 이겨야만 한다.

그리고 설경아!

엄마는 이번 시련을 겪으면서 오히려 우리 민족에게 드리운 희망을 봤어. 설경아, 남녘에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네 형제들이 참으로 많아!

설경아! 대부분의 남녘 동포들은 참으로 정감 넘치고, 지혜롭고, 현명하고, 따스하고, 근면한, 한 핏줄 이어받은 배달의 한민족이란다. 너도나도 의성아빠도 '까다롭고  퉁명스럽기까지 한' 네 아버지도 모두 모두 자랑스러운 한민족이요, 한겨레다.

머지않은 날, 남북의 사랑스러운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날의 설움도, 아픔도, 원망도 모두 다 내려놓고 두 손 꼭 잡은 채, 도란도란 한 아름 쌓아두었던 정을 듬뿍 나누는 장면을 떠올리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남북 동포들이 도란도란 정 나누는 날 떠올린다"

북한 아줌마와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나
 북한 아줌마와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나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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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아! 너의 편지를 마음으로 읽으며 단번에 충만한 힘을 얻었다. 게다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랑스러운 의성이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그 어떤 걱정과 시름도 단박에 날아가 버리고 온통 세상은 미소로 가득하다. 단숨에 달려가 꼭 껴안고 입 맞추고 싶구나.

너희 부부는 정말이지 축복받았어. 저렇듯 복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얻었으니! 멋진 엄마, 아빠를 골고루(아빠를 좀 더 많이) 빼닮아 그야말로 온몸에서 사랑스러운 내음이 난다. 이 세상 중심에 우뚝 서 어둠에 빛을 발하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이 할머니가 매일 기도 한다고 의성이에게 전해줘(의성이가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매일!).

너희 가족 사진을 보고 또 보고 있자니  너무너무 보고 싶어 내 두 눈동자가 뜨거워진다.  어느새 내 가슴 속, '보고 싶음'이 치밀어 올라 가쁜 숨 되어 흐느끼고 있구나.  하루빨리 만나 볼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하고 또 기도한다.

'까다롭고 게다가 퉁명스럽기까지 한' 네 아버지는 너의 편지를 읽더니 '마누라'보다 더더욱 사랑하는 담배를 끊겠단다. 제발 '작심삼일'이 되지 않길! 너의 편지 속, 진심 어린 바람과 부탁이 '퉁명스러운' 아버지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야 말았구나.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눈물 많은 네 아버지는 너의 편지와 의성이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훌쩍이고 계신단다.

신은미 시민기자가 수양딸 김설경씨 집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사진 오른쪽에서부터 신은미 시민기자, 수양딸 설경씨, 설향씨 그리고 설경씨 남편.
 신은미 시민기자가 수양딸 김설경씨 집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사진 오른쪽에서부터 신은미 시민기자, 수양딸 설경씨, 설향씨 그리고 설경씨 남편.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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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둘째 수양딸 설향씨.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녘 둘째 수양딸 설향씨.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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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착하고 예쁜 둘째 딸, 설향이도 이 엄마가 걱정되었는지 편지를 보내왔어.

설향이가 결혼했다는 소식, 너도 들었지? 결혼식엔 갔었니? 예쁘고 참한 우리 둘째 딸, 설향이의 결혼식 모습이 내 생각 속에 그려지니 보고 싶은 마음 참을 수 없구나!  이 엄마가 설향이에게도 바로 편지 보내겠지만, 네가 먼저 안부 좀 꼭 전해줘. "결혼식 축하한다"고.

지난 2013년 8월에 너희 신혼집에 설향이도 함께 갔었잖아. 아마도 그때 너희 신혼살림 보고 설향이가 부러워 일찍 서둘러 결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

아주 많이 예쁘게, 재미나게 잘 살고 있을 거야. 빨리 가서 모두들 보고 싶다!  어쨌든 언니인 네가 설향이 많이 도와주고 이끌어주기 바란다.

설경아! '조선국제여행사'의 방현수, 리만룡, 리인덕, 박영길, 리철남, 김용성, 방은미, 오수련, 리정, 그리고 스페인어 안내원 김광혁(?)... 모두에게도 안부 전해줘. 다들 보고 싶다고!

특별히 우리 예쁜 딸 설경이를 온마음으로 사랑해 주는 듬직한 사위, 의성이 아빠에겐 안부와 함께 내 사랑도 듬뿍 전해주길 바란다.

설경아! 편지를 쓰고 있자니 더더욱 너의 밝고 환한 미소가 떠올라 보고 싶은 마음 주체하기 힘들구나. 너희를 찾아 평양으로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너희를 너무나도 그리워하고 있는 엄마가
미국에서  
2015년 2월 5일

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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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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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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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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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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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신은미 시민기자가 북녘 수양딸 김설경씨에게 보낸 편지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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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은미, #김설경, #북한, #재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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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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