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에서 소냐를 연기하는 황정민

▲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에서 소냐를 연기하는 황정민 ⓒ 연극열전


이런 동명이인도 흔하지 않다. 오늘 소개하는 연극 배우 황정민은 영화 <국제시장>의 황정민, 또는 아나운서 황정민과 이름이 똑같다. 영화 팬들에게는 <지구를 지켜라!>로 설명하는 게 제일 빠를 듯하다. 영화 속 순이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이가 바로 이 황정민이었다는 사실!

연극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에서 황정민이 연기하는 소냐는 오빠를 사랑하는 여동생이다. 막장 집안이라고? 오빠 바냐와 소냐는 오누이 관계이기는 하지만 소냐는 입양된 여동생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라는 이야기다. 소냐는 오빠를 아버지처럼 의지하면서도 이성으로 생각하지만, 오빠는 이런 여동생을 이성으로 쳐다보지도 않는다. 소냐의 외모가 마샤처럼 뛰어난 게 아닌 것도 있겠지만, 소냐가 짝사랑하는 오빠는 동성애자였다.

-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는 작년에 토니상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체홉의 작품을 잘 모르는 관객이 봐도 공감할 수 있도록 그의 정수를 잘 담아 만든 작품이다. 체홉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야기 구조와 짜임새가 재미있다. 물론 재미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살아야할 지 인생을 성찰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캐릭터 가운데서 정상적인 인물은 없다. 마샤는 왕년의 영화배우고, 스파이크는 자기애가 강하면서도 냉정하고, 니나는 젊은 아가씨지만 구식인 부분이 있다.

사람은 변하기 어려운 동물이다. 보람찬 인생을 살기 위한 계획을 세워도 결국 예전의 나로 돌아오기 쉽다. 작심삼일이란 말은 그래서 있는 거다. 변하기 어려운 극 중 인물들의 독특한 삶을 보며 자기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소냐는 오빠 바냐와 어떤 사이인가.
"소냐는 바냐와 피를 나누지 않았다. 소냐는 입양된 여동생이다. 소냐는 슈퍼마켓에서 돈 계산을 하는 캐셔다. 오빠 외의 다른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 사교생활이나 이웃과의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 오빠 바냐는 소냐에게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만큼 의지하는 오빠이자 의지할 만한 남자다. 하지만 바냐는 게이다. 입양된 소냐를 여자로 바라보지 않는다."

- 소냐는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에서 어떤 사건을 불러오는 인물인가.
"소냐는 극 중 모든 인물에게 시비를 건다. 오빠 바냐와 마샤는 물론이고, 스파이크가 마샤의 남자친구라는 걸 알면서부터 스파이크에게도 반감을 갖는다. 마샤가 집을 마음대로 팔겠다고 할 때도 마샤에게 발끈하는 인물이 소냐다. 극 중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단의 발단이 소냐다."

- 마샤가 백설공주 코스프레할 때 소냐는 마샤가 엄청나게 미웠을 텐데.
"마샤는 백설공주 흉내만 내는 게 아니다. 소냐에게 난쟁이 역할을 하라는 모욕감을 주기까지 한다. 마샤가 가려고 하는 파티는 소냐가 몇십 년만에 참석하는 파티다. 소냐는 난쟁이 복장으로는 파티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파티에 참석할 때 소냐는 드레스를 빌린다. 이때 소냐 스스로가 마샤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해서 백설공주 마샤를 의식하지 않는다."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에서 소냐를 연기하는 황정민

▲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에서 소냐를 연기하는 황정민 ⓒ 연극열전


- 소냐를 연기할 때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마샤와 싸우며 인생을 한탄하는 장면이 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이뤄놓은 게 없다며 마샤와 힘든 점을 고백하며 다투는 장면은, 연습할 때 가장 많은 공을 들였으면서 힘들었던 장면이다. 이 장면을 서이숙씨와 많이 연습했다. 100% 호흡이 잘 맞을 때에는 연기하면서 저절로 감정이 생기고 후련하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 영화배우 또는 아나운서와 동명이인이라 나름 에피소드도 있을 법하다.
"영화배우 황정민씨가 배우 초반 당시에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공연한 적이 있다. 당시 주변에서 저에게 '<와이키키 브라더스> 한다며?' 하는 질문이 많았다. 이럴 때마다 '<와이키키>가 뭐야?' 되물을 정도였다.

한 번은 KBS에서 통장으로 입금된 적이 잇다. 그런데 당시 KBS에는 출연한 적이 없었다. 알고 보니 아나운서 황정민씨가 라디오에 출연한 출연료를 제 계좌로 잘못 입금한 거다. 나중에 KBS 측에서 잘못 입금되었으니 모 계좌로 다시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다."

- 개인적인 연기 신조는 무엇인가.
"연기가 재미있다고 해서 저 개인이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다. 연기적인 상황이 재미를 추구해야 할 때가 있을 뿐이다. 작품을 진지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대본을 볼 때 쉽게 넘어가지 않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대본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치자. 그럴 때에는 이해되지 않는 대본 부분을 술렁술렁 넘어가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해되지 않는 대본을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에서 소냐를 연기하는 황정민

▲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에서 소냐를 연기하는 황정민 ⓒ 연극열전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 황정민 국제시장 아나운서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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