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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컬렉션의 내용을 점거하고 있는 유정천리 관계자들
▲ 후지타 컬렉션 점검 후지타 컬렉션의 내용을 점거하고 있는 유정천리 관계자들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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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생 일본인 후지타 미쓰히코(藤田光彦)는 평소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들었다. 1945년 이후 고베(神戶) 지역 방송국에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던 그는, 1930~40년대 한국, 즉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대중가요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가수 이난영(李蘭影)과 장세정(張世貞)의 목소리에 매료되었던 후지타 미쓰히코는 그들의 음반을 중심으로 한국 대중가요 SP 음반 50여 장을 수집했고, 공연차 일본에 온 장세정을 만나 음반에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후지타 미쓰히코는 세상을 떠났고, 그가 수집한 음반은 아들 후지타 아키히코(藤田昭彦)씨에게 물려졌다. 신문기자로 일하다 은퇴한 후지타 아키히코씨는 지난 2013년 여름에 소중히 간직해 오던 아버지의 유품과 관련이 있는 흥미로운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재일한국인으로서 한국 고전 대중음악 연구에 조예가 깊은 박찬호(朴燦鎬)씨의 고베 강연이었다. 강연에 참석해 박찬호씨를 만난 후지타 아키히코씨는 아버지의 유품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자문을 구했고, 박찬호씨는 일본에 계속 두기보다 한국의 연구자들에게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희대의 진품(珍品)으로 평가받는 후지타 컬렉션은 그렇게 해서 결국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오게 됐다. 양은 비록 많지 않으나 당대 최고 가수들의 히트작과 희귀곡들이 최상의 상태로 보존돼 있다. 수십 년 세월을 거쳤음에도 SP음반 표면에는 여전히 윤기가 흐르고, 잡음도 많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음반은 물론 종이 재킷과 가사지까지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료 가치가 높다.

이난영과 장세정 등의 사진이 실린 <후지타 컬렉션 20선> CD 표지
▲ <후지타 컬렉션 20선> CD 표지 이난영과 장세정 등의 사진이 실린 <후지타 컬렉션 20선> CD 표지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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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건너온 뒤 비공식적으로 이따금 부분 공개됐던 '후지타 컬렉션'이 최근 드디어 공식 복각 CD로 제작됐다. 옛 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有情千里)에서 창립 5주년 기념 음반으로 제작한 <후지타 컬렉션 20선>이다. 기존 복각 CD에 수록되지 않았거나 수록되었더라도 음질이 좋지 않았던 20곡을 골라 우선 선보인 선집인데, 원래 최상의 상태였던 SP음반 음원에 정교한 잡음 제거 기술을 더해 복각 음반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소리를 담아 냈다.

최승희와 쌍벽을 이루었던 근대 무용의 선구자 배구자(裵龜子)가 직접 부르는 신민요 <천안삼거리>, 서울 각 지역의 옛 이름이 정겹게 등장하는 김정구(金貞九)의 만요 <유쾌한 봄소식>, 깨끗한 원곡을 들을 수 없어 많은 옛 가요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이인권(李寅權)의 <꿈꾸는 백마강>, 후지타 미쓰히코가 그토록 좋아했던 가수 장세정의 <이별차>, <추풍령 사건>과 이난영의 <희망> <옥루몽> <행복의 마차> 등이 주요 수록곡이다.

CD를 제작한 유정천리에서는 이번에 미처 복원하지 못한 후지타 컬렉션의 다른 곡들도 다양한 기획으로 차례차례 공개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2012년에 역시 유정천리에서 제작한 <남인수 전집>에 수록이 안 된 '가요황제' 남인수(南仁樹)의 희귀 작품도 컬렉션에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전집 보유편(補遺篇) 제작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사진 등록은 했는데, 넣기가 안 됩니다. 수정과 삭제도 되는데 넣기만 안 되네요. 일단 그대로 등록합니다.



태그:#유정천리, #후지타,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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